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in Apr 09. 2020

우즈베크 가족이 한 명 늘었어요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둘째다!


둘째를 갖자는 우즈베크 남편이라는 글을 쓰며 고민하던 그날로부터 세 달쯤 지났을까.

또 한 생명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지난번 글에서 댓글에 둘째를 낳으면 좋다는 응원의 글과 함께 독서모임을 같이하는 사람들 또한

둘째를 낳으라는 말을 많이 해주어 둘째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겠지만.


얼마 전부터 속이 안 좋고 잠이 많이 오는 걸 느끼긴 했는데, 일할 때 너무 부실하게 먹고 운동도 안 해서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

그러던 중 퇴근하고 늦은 밤 시원한 콩나물국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남편과 24시 국밥집에 가서 국밥을 한 사발 들이켰는데 배가 허하고 무언가 더 먹어야 될 것 같았다.

임신 증상인 것 같은데 만약 임신이 아니라면 살찌려고 이러나 싶어 이런저런 생각을 할 찰나 설마 하며

다음날 바로 약국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고 병원에 가보니 임신 6주 하고 4일이 지나있었다.

나는 몸이 좀 둔한 편이라 7주가 다되어 갈 때쯤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올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이것저것 고민하며 계획을 세우고 또 세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생각한 것과 다르게 나의 계획이 흘러갔고 이 와중에 임신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5월이면 시어머님이 결혼식 겸 시아버님과 가족을 만나러 우즈베키스탄에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난 작년부터 어머님의 빈자리를 어떻게 매워야 하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결국 그쯤 내가 퇴사를 해서 육아를 하고, 하고 싶은걸 좀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즈베키스탄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어머님이 계시니 걱정은 덜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도 지금은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말 사람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면서 나의 생각을 또 한 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쯤 되니 내가 작년 12월부터 계획했던 일들의 대분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에서 계획을 세우면서 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미래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오늘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결심한 것 하나는

직장생활을 중단하고 2년 정도 내가 해보고 싶은걸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바로 직장 상사에게 퇴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매일 글을 쓰면서 글쓰기 공부도 해보고 책도 많이 읽고 유튜브도 찍어보고 무엇보다 일 하느라 어머님에게 맡기기만 했던

첫째 아이의 양육,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한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몸 만드는 시간들로 가득 채우기로.

무엇보다 둘째가 태어나면 나의 시간이 더 없어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외국인 남편이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돈을 벌고 있는 지금, 나의 퇴사 결정은 어쩌면 정말 이기적이고 남편에게 큰 짐을 주는 것 같아 내겐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가져다준 안정감도 사라질 것이고,

아이가 둘이 되면 지출이 늘어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 내게 남편은 용기를 주었다.

요즘 퇴근 후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며 이것저것 하면서도 즐거워하며 늦게자던 내가, 임신 후 쉽게 쌓이는 피로에 한없이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좋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일 그만두면 장모님 집 가서 글 쓰고 책 읽고 해

그리고 집으로 퇴근하고. 내가 엄마한테 잘 말해줄게.

그래도 돼?

응 괜찮아.

하긴 어머님이랑 계속 같이 있어도 불편하겠지? 일 다닐 때보단 집안일도 많이 하고 애도 많이 놀아주고 할 거니까 잘 이야기해줘 그럼! 응?

알겠어~


이제는 조금 용기 내서 두 아이의 엄마로 용감하게 살아보려 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30년 넘게 살며 결혼 전엔 시간은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게 없던 나이기에 , 처음으로 시간은 부족하지만 해보고 싶은 게 생긴 지금. 감사한 시간들이 생긴 것 같아

오늘도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오늘 하루의 삶에 가치를 두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즈베크 시누이가 싫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