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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03. 2022

아이가 아파요. 어서 픽업 오세요.

또요?

어제는 모처럼. 첫째 둘째 학교 보내고 

셋째는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라.

친구들과 함께 마운트 쿠사 

트래킹을 가서  정상에서 커피도 마시고,

나초가 맛있다 그래서 나초도 먹고 그러고 오려고 계획을 해 뒀다.

애들을 보내고 

집을 금방 치우고,


룰루랄라,

애들 없이 처음으로 트랙킹을 간다는 마음에 

두근 가는 길은 

몸도 마음도 얼마나 가볍던지~

꾸불꾸불 길도 얼마나 신나던지.


그런데!

거짓말처럼 친구  앞에 주차를 하자마자 

학교서 전화가 왔다.

이 불길한 느낌..




학교서 전화 오는 건 90프로는 픽업 전화다.

 그래도 둘째네  애들이  아파서 거의 9명이 

월요일 집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테스트도 했는데 음성이라

애도 안 아프고 해서 보냈는데..

그냥 코 막힘 외에는 없었는데… 뭘까? 그냥 딴 일인가?


전화를 받으니,

역시나. 데리고 가란다.


그래… 가야지 당연히………



정말 친구 집 앞에서 인사하고 바로 차를 돌려 학교로 갔다.

오피스에 애가 앉아 있다.


호주는 애들이 아프면 담임 선생님이 챙겨서 

애를 양호실이나 오피스로 보내면,

오피스나 양호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화를 준다.

그럼 우리는 데리러 가는 거다.



애는 괜찮은데, 선생님이 자꾸 콧물도 많이 나고,

재채기도 계속해서 그래서 가야 한다고 했단다.

그래 코는 막혔는데, 근데 콧물은 안 나는데…

그렇게 애를 데리고 집에 와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며 아쉬운 기분을 달래는데,

아이가 옆에 와서 쫑알쫑알  

아프지도 않고 괜찮은데?

학교에서 준 코비드 테스트를 또 해보니 또 음성.

아. 정말 괜찮다니깐…



그렇게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르고 하루가 지났다.


코비드 테스트도 음성이고,

애도 안 아프고 잘 놀고, 콧물도 안 나고, 재채기도 없고, 열도 없어서

오늘 보냈다.


보내고, 집 청소하고,

바께트를 쓱쓱 잘라서 오븐에 넣어 정성 들여 구워 꺼내,

브리 치즈를 꺼내 쓰으윽 잘라 바게트에 싹 올려 꿀을 꺼내 한 바퀴 돌려 놓고

커피를 쭈욱 내려놓고. 커피 냄세를 맡으며.

아이고 좋네 하는  순간!!!!


또 학교서 전화가 온다.


아….. 오늘은 짜증이 싹 난다.


그래도 대 놓고 짜증을 부릴 수 없으니,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전화를 받는다.


또 둘째가 콧물이 나고 그렇단다.

심텀이 있으면 무조건 보내야 한단다.

그런데 지금 아이가 학교에 너무 있고 싶어 하는데, 가야 한다고 한다.

엄마가 안 아픈데 집에 간다고 하면 픽업하러 안 온다고 했다고 집에 더 안 간다고 했단다.


엄마는 펀치 펑펑 맞는구나.

아픈데 보낸 죄.

아픈데도 픽업 안 간다 한 죄로. 하하하………;;;


저번 학기에 아이가  아픈데 아프다고  번와서 

그랬던 거라고.

지금 당장 델러간다 하고 쏜살같이 가서 데려왔다.




속상하다.

아니 이놈의 코비드 코비드.

지긋지긋한 코비드 덕에 코만 막혀도 애가 학교를 못 가니.


 또 집에 와서 테스트를 하니 음성이다.


그리고 또 옆에서 잘 놀고 있다.


내일은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둘째는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선생님도 정말 좋아하고,

선생님도 둘째를 정말 이뻐한다.

그래서 나는 이게 그저 코비드 때문에 생겨난 어쩔  없는 해프닝이라는  안다.


학교에 남고 싶어도 남지 못하고.

학교에 남겨두고 싶지만 집에 보내야 하고.

학교에 있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우리 둘째, 선생님, 그리고 엄마인 

내가 겪어야 하는 망할 코비드 해프닝.


코로나.

난 정말 네가 너무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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