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할 때까지 음식을 욱여넣는 순간이 두려워 울었어
-엄마, 나한테 문제가 많은 것 같아.
-왜 또 그래...
-나 너무 우울해. 죽고 싶고 무섭고...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증오해. 그냥 길을 걷다 차에 치여 죽고 싶고, 벼락에 맞아 죽고 싶고, 먹고 자면 콱 죽어버리는 그런 약이 있었으면 좋겠어.
출처 모를 분노를 엄마에게 망설임 없이 뱉어냈다. 엄마가 미워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이 혐오와 증오, 그리고 분노를 내뱉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더 생생하게 내 마음에서 자라는 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지 잔인한 고민을 하며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상처 받을 엄마에게 더는 괜찮은 척할 수 없었다. 엄마, 나는 정말 죽고 싶어. 그리고 죽을 거야.
세상을 비관하게 된 까닭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인간을 혐오한다. 그중에서도 나 자신을 가장 미워한다. 내가 제일 죽이고 싶은 존재는 바로 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라는 미친 생각으로 이어졌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 작은 어둠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먹히곤 한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조차 아파서 심장이 늘 저리던 아이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먹었다. 끊임없이 먹었다. 보잘것 없이 나약한 내가 미워서, 모자란 것 투성이인 내가 싫어서 나에게 벌을 줬다. 끔찍한 식고문을 매일 밤마다 당했다. 식고문을 가행하던 미친년은 다름 아닌 나였다. 토할 때까지 먹였다. 매일 밤 토할 때까지 먹고도 토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체해서 억지로 토를 해야 할 때도 토하는 게 무서워서 못하는 사람이었다. 참치 샌드위치, 도리토스 1 봉지, 사이다 2병, 젤리 4 봉지, 칙촉 8개, 브라우니 1박스, 라면 1봉, 허니버터 아몬드 큰 거 1 봉지. 밤 11시부터 시작해 1시간도 안돼 이 모든 것을 먹어삼켰다. 씨 X. 토하고 싶었다.
미친 듯이 먹고 죽은 채 누워 유튜브를 봤다. 두세 시간 죽은 것처럼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먹어치운 음식 포장지로 가득 찬 방과 볼록 터질 듯 튀어나온 배를 보며 울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나에게 미안해서 울었다.
-엄마... 나 무서워. 내가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어.
-엄마, 오늘도 먹었어. 죽고 싶어.
-엄마... 집에 가고 싶어. 다 포기하고 싶어. 학교도 그만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