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계산을 잘해두긴 했지만 혹시나 비행기를 놓치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인천공항이 매우 넓고 복잡했었다는 예전 기억도 걱정을 키우는 요소였다.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 우린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변수는 늘 존재하는 법. 시간 내에 인천공항의 라운지까지 잘 도착했지만, 샤워실의 운영시간이 딱 마감된 것이 아닌가. 우리의 웨딩 메이크업을 알아보신 직원분의 배려로 일단 라운지에 입장은 할 수 있었지만, 샤워실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우리의 고민은 깊어졌다. 좀 더 기다렸다가 계획대로 샤워를 하고 탑승 게이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대충 화장실에서 세수만 하고 탑승게이트로 갈 것인가. 결국 우린 후자를 선택했다. 비행기 티겟을 발권할 때 직원이 나눠준 안내쪽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탑승게이트까지 최소 1시간 30분이 소요되니 가능한 빠르게 입장해 주세요.
그리고 우린 발걸음을 뒤로한 라운지로부터 탑승 게이트까지 15분 만에 도착했다... 그렇다. 직원의 안내 쪽지는 출국 수속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고려한 최대한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돈 내고 입장했던 라운지... 늦을까 봐 샤워도 못하고 그냥 나온 라운지...
와이프는 폭발했다. 조금만 더 알아봤어도 이런 멍청비용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샤워도 기분 좋게 했을 텐데, 나는 그런 와이프를 위로했다. 비행기 안 놓쳤으면 됐지 이젠 비행기만 타면 끝이야 신혼여행의 시작을 즐기자!! 그리고 우린 인천공항에서 성공적으로 비행기를 탔지만,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비행기를 놓치기까진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동시에 작용했다. (1) 도착이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었다. (2) 수화물도 늦게 나왔다. (3) 3시간 뒤인 줄 알았던 비행기가 알고 보니 2시간 뒤였다.(시차 계산 실수) (4) 발권 기계까지 오류가 났다.
발권기 오류가 반복되자 우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발권기에서만 발권이 가능했다.) 다른 사람의 요청을 먼저 처리하고 안내해 주겠다던 직원은 시간이 지나도 올 기미가 안보였고 우린 발만 동동 굴렀다. 기다리란다고 순진하게 기다리길 10분, 결국 참지 못하고 직원에게 다시 말을 걸었는데 우릴 까먹고 있었단다. 그리고 그 간발의 차이로 우린 비행기를 놓쳤다. 허니문이라는 와이프의 말에 함께 아쉬워하는 직원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란다. 시스템상 티켓을 발권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나 뭐라나... 와이프는 결국 오열했다.
와이프와 함께 해외여행을 할 땐,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핑계로 주된 소통은 늘 와이프가 맡아왔었다. 영어와 상관없이 직원을 다그치고 빨리빨리 행동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을 텐데... 이번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능동적이지 못했던 내 태도가 너무 아쉽고 와이프에게 미안했다. 다음엔 이런 일이 없을 것이오...
짧은 반성을 뒤로하고 뉴질랜드로 가는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봤다. 비행기를 한번 더 갈아타고 공항 노숙도 해야 했지만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을 찾아 결정했다. 공항 카페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며 와이프에게 말했다. "먼 훗날 신혼여행을 돌아보면 정말 좋은 추억이라며 웃을 것 같지 않아?" 와이프는 공감한다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 빵을 먹으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