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더운 여름날씨 핑계로 친구들과 지인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었어.
그러다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이제 때가 되었군.' 하며 사람들을 사부작사부작 만나고 있지.
지난 월요일, 몇 달 만에 친구를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을 거야.
문득 꼬맹이 너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고 보면 난 여러 면에서 참 무심한 보호자였던 것 같아.
지난주에 다녀온 해외여행에서도 네가 문득 생각이 났던 건 아마도 나의 이런 무심함이 미안해서였는지도
모르겠어.
그날 호텔 로비를 걷는데 갑자기 네가 생각나더라고.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 같이 간 친구들 눈에 띌까 봐 얼른 살짝 흐른 눈물을 닦았지.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너한테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게 더 많이 생각나네.
오래전에 자격증 시험 준비한다고 공부하고 있을 때 네가 내 옆에 앉아 날 쳐다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봤어. 그 사진에서 날 바라보는 너의 눈빛이 외롭다고 느꼈는데 난 얼마 안 남은 시험에 집중하느라 네가 내 옆에 있는 줄도 몰랐던 것 같아. 그 사진을 보니 너에게 관심을 많이 못 가졌던 시간들이 미안해진다. 너랑 친한 강아지들이 주변에 있어서 너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다면 넌 덜 외로웠을 텐데...
왜 자꾸 미안한 생각만 드냐...
어쩌면 넌 내 염려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
너에 대한 글을 쓰면 많은 작가님들께서 꼬맹이 너는 행복하고 즐겁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댓글을 달아주시거든?
그런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고맙더라고. 그러니 너도 너에 대한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신 작가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작가님들이 늘 무탈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실 수 있도록 기도해 주길 바라. 이건 특급 부탁이야~^^
그건 그렇고 꼬맹이 네가 살고 있는 별의 날씨는 어때? 언니가 하는 이 질문 너무나 지겹지?ㅎ
여기 한국은 가을이 오고 있어.
올해만큼 무더운 여름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무더웠던 여름이 가니까 조금은 살 것 같아.
이런 말을 여름이 들었더라면 서운해할 테지? 자기는 자신의 역할을 했을 뿐인데 올해 유난히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했다고 심통이 나 있을지 모르지만 올해 여름은 인간적으로 아니 여름적으로 너무 심하게 더웠던 건 사실이었거든. 그러고 보면 올해 여름을 꼬맹이 네가 겪지 않았던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지금 너에게 편지글을 쓰는 동안에 비가 내리고 있어.
다행히도 수요일이라 괜찮아. 목요일만 아니면 되거든.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에도 약속이 연이어 있어서 나가야 되는데
17년이란 시간을 지구에서 생활하면서 너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없었던 것이 마음에 남아
이렇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본다.
지구에서 만들지 못한 친구들을 네가 있는 별에서는 많이 만들어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게.
그러니 이 부족한 보호자를 너무 원망말기를 바라...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남아서 삐쳐있다면 다시 환생해서 나에게 와줄래?
그러면 내가 너를 최고의 인싸 강아지로 만들어줄게. 내 새끼손가락과 너의 앞발을 걸고 맹세해.
그러니 잘 생각해 보도록. 내 생각엔 너 정도의 견성과 지구에서의 생활을 감안한다면 다시 환생하는 것은 무난할 듯 싶거든. 잘 고민해 보고 조만간에 꿈에 찾아와.
9월에 내리는 가을비 소리를 들으며 너를 추억하는 지구인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