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꼬맹아, 너 거기 있어? 혹시 내 목소리 들리니?
흠흠... 들린다 치고 내 얘기 잘 들어 봐.
어제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세상에나!!
언니가 지난 7월에 <협성독서왕 독후감 공모전>에 응모를 했거든?
그런데 그 독후감이 덜컥 '입선'에 선정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너도 알다시피 언니가 책 읽기는 좋아해도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잖니...
"언니 그 말 인정! 그런데 언니가 '입선'을 했다고? 못 믿겠는데... 증거 대봐!"
"어... 너 내 말 들리는구나? 뭐 진실을 말하는 거니까 그건 나도 인정. 잠깐 기다려봐. 증거 보여줄게."
봐, 진짜지?
내 글쓰기 실력에 비해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온 걸 보고 든 생각이 있었어.
어쩌면 꼬맹이 네가 날 위해 준비해 준 선물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너무 멀리 간 생각일까?^^)
작년 7월에 널 떠나보내고 난 후 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마음이 조금은 아물더라. 그래서 난 잘 치유된 줄 알았지.
그런데 말이야... 올해 7월이 다가오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
한동안 잠잠했던 너를 향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니까 그게 감당이 안 됐어.
전부터 너에 대한 편지글도 쓰고 추억글도 쓰면서 마음을 다스리긴 했지만 7월에는 그게 잘 안 됐거든.
그래서 그 마음을 누르려고 7월 한 달 동안은 전보다 책 읽기에 더 집중을 했는데 그 당시에 읽었던 책이 너무 마음에 남는 거야.
거기다가 우연의 일치인지 그즈음에 내가 읽었던 책이 독후감 공모전에 선정된 5권의 도서 목록에 있더라고.
그 5권 중 2권도 이미 읽은 책이어서 다른 2권도 읽었는데 5권의 책중에서 내가 7월에 읽었던 책이 마음에
남아서 그 책으로 독후감을 썼지.
며칠 동안 써 내려간 독후감이었지만 내 표현력에 한계가 느껴지더라. 그렇지만 시작은 했기에 끝은 맺자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해서 제출하고 잊고 있었지.
그러다 문득 발표 날짜가 이쯤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문자를 받은 거야.
그 순간 기쁨도 컸지만 그 힘든 7월을 내가 잘 버텼다고 네가 보내준 선물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언니 생애에 어제가 어쩌면 최고로 좋은 날일 수 있고 다시 오지 않을 영광이기에 유난을 떨어본다.
이런 나를 보며
"아... 내 보호자의 저런 모습 안 본 눈 사고 싶다... 아... 귀도 사고 싶다..." 하며 창피하다고 한숨 쉴지 모르지만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널 얼싸안고 춤을 췄을 거야. 그건 더 싫지?ㅎㅎ
여기 한국은 이제 점점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던 바람결은 이제 낮에도 선선하다는 느낌을 들게 해.
또 산책하러 자주 가는 텃밭에서 자라는 벼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
너에게 생전 보여주지 못했던 풍경들을 살아있는 나만 본다는 게 참...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넌 지구에서가 아닌 네가 잘 지내고 있는 곳에서 이 지구를 보고 있을 테니 너무 서운해하지는 않을게.
때론 네가 내 곁에 살다 갔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어. 그렇지만 더 오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여전히 크다.
아무튼 꼬맹이 너의 보은 고맙게 잘 받을게!
("어... 음... 내가 언니한테 보은을 해줄 만큼의 레벨이 높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겠다면 그렇게 해.")
라고 소곤소곤대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늘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길 바라며...
너하고 함께 했던 시간들을 '행복'이라고 기억하는 지구인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