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데 가끔 지나치는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시계를 문득 보게 되었어.
평상시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계의 시간을 보다가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을 올려다 보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더라.
'나 왜 울컥하지? 오늘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왜?'
갑작스러운 마음의 동요가 당황스러웠던 나는 걷기를 멈추고 주변에 비어 있는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겼어.
평상시와 다른 이 기분, 이 느낌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느낌의 정체는 뭐지?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다가 이내 다다른 감정은 '외로움'이었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생각하니 꼬맹이 네가 느꼈을 외로움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을까에 생각이 이어졌고 내가 올 때까지 오매불망 나를 기다렸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더라.
저녁 6시가 넘었던 시계 속의 그 시간이...그래서 문득 그 시계에 박힌 시간을 봤을 때 울컥했나 봐.
바쁘다는 핑계로 널 혼자 있게 한 시간들이 많았어.
때로는 새벽에 출근해서 늦은 저녁에 퇴근하는 날도 많았고.
가족들이 널 챙겨주긴 했지만 다들 각자의 생활이 있다 보니 너를 세심하게 챙겨주진 못했지.
그러다가 내가 직장을 퇴사하고 개인 사업을 하게 되었을 땐 너를 챙길 시간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생각이었을 뿐 여전히 꼬맹이 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더라.
그런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서인지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너의 뒷모습에서 꼬맹이 너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졌던 것 같아.
그런 시간이 반복되고 시간이 흘러 꼬맹이 네가 많이 아프게 되면서 난 모든 걸 접고 너를 보살피는 것에 집중을 했어.
때로는 그런 희생이 부담되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 지구에서 네가 믿고 의지할 존재가 '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 힘듦도 기꺼이 감내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꼬맹이 너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꼬맹이 네 엄마인 '다복이'한테 약속한 것도 있었고.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는데 결국은 반은 지키고 반은 못 지켰네... 너를 자연사가 아닌 나의 결정으로 안락사를 했으니까...
이 결정은 두고두고 나를 힘들게 할 거야. 주변에서 아무리 나를 위로하고 너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절대로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아.
그런 일이 있은 후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 일 없이 그냥 그런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꼬맹이 네가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꿈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지. 엄연히 넌 나와 17년이란 세월을 같이 했던 존재였으니까.
그 시간을 같이 했기에 네가 그립고 보고 싶고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 많은 시간을 외롭게 해서 미안한 거고.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 겨울이 그리고 꼬맹이 네가 맞고 있는 눈송이들이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거든?
하지만 넌 더 이상 겨울을 맞이할 수 없었고 나 또한 더 이상 너와 함께 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인지 이 사진을 볼 때면 잔잔했던 마음이 요동을 치면서 슬픔이 몰려오곤 해.
나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고 칠흑처럼 까맸던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기 시작했을 때 너도 그 속도에 발맞추어 새까맣던 주둥이가 하얗게 변했고 눈 주변마저 하얗게 되었지.
많이 노쇠해지고 아픈 너를 볼 때마다 그 슬픔의 깊이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느꼈던 슬픔의 시간보다 억겁으로 꼬맹이 네가 행복하길,
그리고 더 이상 외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매일매일 너에게 전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니?
넌 나에게 그런 존재야.
노을이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어 갈 즈음에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네가 많이 보고 싶나 보다.
아이 참... 신나게 놀고 있을 너일 텐데 언니가 주책이다.
무튼 잘 지내고 하얀 눈이 보고 싶으면 지구로 놀러 와.
언니가 눈구경 실컷 시켜주고 널 위한 꼬꼬마 눈사람도 만들어줄게.
가끔은 찾아와 주길 바라는 철없는 보호자가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