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미 Aug 22. 2021

독립은 절대 안돼!

집 구하기보다 더 큰 난관이 남아있었다니

"안돼! 독립은 안돼!"


한 달간 [독립]에만 시간과 마음을 쏟은 내게 정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내 부동산 투어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 말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물어보는 내 질문에 엄마는 말도 섞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옆에 있던 아빠마저도 "안돼!" 한 마디만 하고 사라졌다. "안돼"라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이유가 뭔지 물어볼 수도 없이 대화는 단절되어 버렸다. 오늘만 해도 몇 시간 동안 힘든 부동산 투어와 수많은 고민을 거쳐서 드디어 결론을 내렸는데, 부모님이 축하해주시거나 조언을 해주시지는 않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셔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화도 났다.




엄마와 함께 산 약 30년간, 엄마의 반대 방식(?)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엄마는 많은 부분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었으나 단호한 몇 가지 부분에서는 강압적인 태도와 의견을 내세웠다. 예를 들면 통금 같은 부분이 그랬다. 스무 살 봄 무렵, 지방으로 대학을 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집 근처 카페에 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대학, 전공, 친구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고 저녁 10시가 되니 엄마에게서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할 말이 산더미 같은지라 나는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고 들어가겠다고 말했고, 같이 있던 친구는 엄마도 잘 알고 좋아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나는 엄마가 상황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화가 난 상태로 당장 집에 오라고 나를 다그쳤다. 친구와 계속 수다를 떨고 싶기도 했고, 이 정도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화도 나서 나는 "싫다"는 말을 하고 친구와 시간을 더 보내다가 10시 40분쯤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는 내 휴대전화를 해지했다!


법률상으로 스무 살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핸드폰을 산 것도, 요금을 내는 것도 부모님이었고 내가 핸드폰을 마음대로 다시 개통할 방법은 없었다. 엄마는 내가 말을 잘 들으면(?) 한 달 후에 다시 핸드폰을 개통시켜준다고 했고, 나는 그때까지 와이파이가 되는 지역을 찾아가서 카톡으로만 사회적 연락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나는 학교 통학을 보통 버스로 했는데, 버스는 와이파이가 없고 지하철에는 있어서 그 한 달간은 지하철로만 통학을 했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와이파이가 잡히면 그 자리에 몇 분간 서서 연락이나 할 일들을 확인했고 팀플이나 급한 연락이 필요한 곳에도 미리 양해를 해두어야 했다. 그나마 스마트폰을 쓰던 시대라 와이파이를 통한 연락이 가능했지 문자, 전화만 가능했더라면 공중전화 위치를 외우며 다녀야 했을 거다.


3주 정도 지나자 나와 연락이 안 되어서 가장 불편했을 엄마가 먼저 휴대폰을 다시 개통해주었다. 아직도 스무 살이었던 내가 왜 엄마가 요구한 시간보다 40분 늦게 들어온 것으로 이런 일을 겪어야 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이유를 물어보지도 못했다. 나는 3주간 엄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가장 억울한 건 지금 부모님은 이 사실을 기억을 못 하신다는 거다. 심지어 그럴 리가 없다며 부인까지 한다. 그 당시 나와 연락이 불편했던 내 친구들은 모두 이 사건을 기억하는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 사건은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정도로 엄마는 특정 주제에 대해 타당한 이유 없이 강압적으로 제지하곤 했는데 독립을 반대하는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런 방식이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해주지도 않지만 그냥 무조건 안 되는 상황. 생각해보면 엄마와 집에 대한 의견으로 싸우고 독립을 결심하게 되었을 때도 결국 이런 상황이었다. 나의 의견에 대한 이유 없는 반대와 단절된 대화, 독단적인 행동. 이러한 일을 겪고 싶지 않아 독립을 하는 것인데 시작부터 다시 이 상황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나도 점점 화가 났다.


"싫어! 난 할 거야!"


나도 보란 듯이 대놓고 닫힌 방문에 대고 소리쳤다. 엄마가 반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늘 본 집에 대해 90% 정도의 확신만 있었는데 이제는 분노와 오기로 이 집을 계약하기로 100% 마음을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집을 정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