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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Aug 31. 2021

나... 과연 독립할 수 있을까?

길을 잃은 나의 독립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중개인에게 어제 본 집을 계약하겠다고 문자를 했는데 얼마 안 있어 답장이 왔다.


"그 집 어제 바로 나갔어요."


그 순간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우선 어제 바로 계약하지 않은 나 자신을 후회했다. 중개인이 어제부터 이 집을 보러 올 사람이 줄을 서있다고도 했고, 좋은 매물은 보자마자 나간다는데 나는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왜 이렇게 여유를 부렸는가. 여유를 부린 대가로 이 험난한 부동산 투어를 또 해야 하는데 차라리 어제 몰아서 힘들고 말걸!


그다음으로는 후회의 불똥이 부모님에게 튀었다. 그렇게 반대만 하지 않았더라면 어제 바로 계약할 수 있었을 텐데. 계약하지 못했더라도 지금처럼 부동산 투어를 다시 하는 게 막막하진 않을 텐데 싶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독립을 꼭 해야겠고 집은 다시 구해야 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났을 무렵 갑자기 부동산 중개인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때 계약하고 싶어 하셨던 그 집이요, 바로 밑에 집이 나왔는데 혹시 계약하실래요? 구조랑 조건은 모두 똑같고요, 다만 밑에 집 컨디션이 더 좋아서 보증금이 1천만 원 더 높아요. 사실 그전에 보신 집은 꼭대기 집이라 천장 쪽에 눈이 얼고 녹으면서 서리가 끼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이 집 역시 인기가 좋아서 지금 당장 결정해주시고 가계약금 입금해주셔야 하는데 가능하세요? 지금도 계약하려는 사람들 많은데 고객님이 이전에 아쉽게 놓친 게 생각나서 제가 먼저 전화드린 거예요."


중개사분이 전화도 끊지 못하게 하면서 결정을 재촉하시기에 당장 결정할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집이 나갈 수도 있다고 조급해하셨다. 하지만 중개사분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할 말을 쏟아낼수록 나는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다.


'아니 내가 서리 낀 집을 좋다구나 계약할 뻔했구나!'

'부동산 첫인상이 안 좋더니 역시 믿음직스럽지는 못한 곳이구나!'


겨우 전화를 끊고 다시 한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도 이 집, 그리고 이 부동산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지 10분가량 되었을 때 부동산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렇게 좋은 매물은 없다고 날 설득했고 내 판단은 확신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부동산과 집 보는 눈을 길렀다. 이후로 그 부동산에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고 다른 매물을 구해주지도 않았다. 2020년 초,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졌고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은 물론 밖을 외출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게 느껴졌다. 일이 안되려니까 집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더니 부모님의 반대부터 코로나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버렸다.


나 과연... 독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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