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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Sep 16. 2021

집을 고르기 전 명심할 것

빌라에서 오피스텔로 매물 필터를 바꿨다

본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집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은 흘러 날은 가을이 되었다. 코로나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고 우리 가족은 더 시간을 오래 보내게 된 가운데 나는 재택근무까지 돌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동생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각자 집중 근무와 각종 화상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테리어가 된 우리 집에도 역시 각각의 공간은 없었다. 내가 공부방 책상에서 업무를 할 때면 동생은 침대방에서 상을 펼치고 업무를 했다. 그 와중에 엄마도 거실과 주방에서 할 일을 하셨고 갓 전역한 막내 동생도 다른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독립을 하고서야 갖게 된 나만의 PC와 책상

우리 가족은 모두 업무 시간도, 점심시간도 달랐다. 내가 TV를 보면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면 동생이 나와 TV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간혹 내가 재택을 하며 야근을 할 때면 거실은 TV 소리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업무 시간에 벌컥벌컥 방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안 그래도 독립에 대한 갈등이 누적되고 있던 찰나에 이런 사소한 포인트들은 잠재웠던 나의 독립 욕구를 더욱 일깨웠다.


동네 찾기부터 부동산 투어까지 그 지난한 과정들을 다 거쳐야 하는 것까지 감내할 만큼 독립 욕구가 치솟았는데도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건 부모님, 특히 엄마의 반대였다. 지난봄 이후로 혹시나 평화로운 분위기를 깰까 봐 우리 가족은 독립은 일부러라도 대화 주제에 올리지 않았었다. 때문에, 비록 나는 독립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왔으나 엄마 입장에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덮은 문제가 다시 또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처럼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조금씩 독립에 대한 의지를 조금씩 드러냈다.


'재택근무가 지속되면 나는 따로 집을 구해서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아, 이제 가을도 됐고 슬슬 독립해야겠다.'


엄마는 허공에 외친 내 말들을 모른척했지만 나는 충분히 티를 냈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독립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이 전 두 번의 독립 준비에서 여러 교훈을 얻었다.


집을 고르기 전 명심할 것

1. 서두르지 말자.

괜찮은 집이라고 여겨 그날 밤 계약할 뻔 한 집이 서리가 끼는 집이었음을 잊지 말고 더 꼼꼼히 살피자.

2. 후회하지 말자.

좋은 집을 눈앞에서 놓치더라도 후회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그저 그 집과 나는 운명이 아닌 거다.

3.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조건을 택하자.

월세 조금 아끼자고 삶의 질을 포기하지는 말자. 월세 5-10만 원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진다면 무슨 소용일까? 월세 부담이 조금 되더라도 내가 스트레스받을 요인이 적다면 충분히 돈을 더 낼만하다. 어차피 나는 내 삶의 질을 높이고자 독립하는 게 아닌가?



이 교훈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나는 다시 부동산 투어를 준비했다. 이전에 봐왔던 두 동네는 접근성이 좋고 동네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가장 큰 로망인 큰 창을 가진 집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집에서 밖이 내다보이지 않고 햇빛이 들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적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독립할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이번은 내 로망과 타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큰 창을 기준으로 세우니 빌라보다는 오피스텔 쪽이 내 조건을 만족하기 편했다. 오피스텔이 보통 월세가 더 높긴 하지만 보안도 조금 더 좋고 보통 풀옵션이기 때문에 가구에 들이는 돈도 적을 것 같았다. 부동산 앱에서 오피스텔 필터를 걸고 나니 이전 두 동네는 빌라 골목이 많아 알맞은 매물이 많지 않았다. 회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조금씩 이동하다 보니 생각보다 매물이 많은 한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친숙한 동네는 아니지만 몇 번 지나친 적이 있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큰 대로변에 오피스텔 건물들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났다.


퇴근 무렵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엑셀을 켜서 그 근처 매물과 부동산을 정리하고 서너 개의 부동산에 문자를 넣었다. 그러고선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한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집이 몇 개 있다고 하길래 나는 냉큼 바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길을 찾아보니 회사에서도 30분 남짓한 거리였다. 오랜만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내 인생 세 번째 부동산 투어를 하러 갔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만다는 각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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