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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Oct 28. 2021

운명의 집을 만났다!

이곳, 왠지 내 집이 될 것만 같아

다음 날, 나는 그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처음 가본 곳이라 길을 헤매기도 했고 생각보다 역과 거리가 있었지만 주거 지역인 동네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 혹시 몰라 내 행선지와 함께 현 세입자의 연락처를 친구들에게 남겨두고 확인해야 할 사항을 다시 한번 정독한 뒤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서 내가 바로 마주한 건 방 한쪽 면을 꽉 채운 넓은 창. 그리고 그 창 너머로 보이는 예쁜 하늘이었다. 맞은편 대로변에 크고 높은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그리 뻥 뚫린 풍경도, 매일 블라인드를 걷고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지만 바로 코 앞에 다른 건물이 있던 이전 매물들에 비하면 너무나 시원한 풍경이었다.


매물을 피터팬에 올려둔 세입자는 내 또래로 보였고 너무나 친절하셨다. 집 자체와 건물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주었고 동네 특성까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구석구석 천천히 보셔도 되고 신발장, 옷장 다 열어보셔도 돼요. 궁금하신 건 다 물어보세요."


이전까지는 집을 보러 다니며 현 세입자를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 분들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집을 살폈었는데, 세입자분이 친절하게 집구석구석을 설명해주시니 나도 더 꼼꼼하게 집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사실, 사진으로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집 차제는 작았다. 일반적인 오피스텔처럼 직사각형 구조가 아니라 주방과 화장실 공간이 넓게 빠져있어서 7.5평인 다른 오피스텔 대비 '방'으로 칠 수 있는 공간은 5평 남짓이었다.


다만, 화장실이 웬만한 아파트만큼 넓고 좋았다. 주방도 일반 원룸 대비 넓은 편이라 독립하면 이것저것 요리해먹는 로망이 있던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것처럼 장판, 벽지, 빌트인 옷장 등도 일반적이지 않았고 별도 인테리어 시공을 한 것처럼 감각적이었다.


집을 천천히 둘러보며 여러 단점, 장점을 파악했지만 사실 처음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난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결혼 상대처럼 집 역시 운명처럼 마주쳤을 때 '내 집이다!'하는 느낌이 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그 당시 느낀 느낌이 딱 그랬다!

마트 안에 맥주 코너가 얼마나 큰 지도 확인했다(매우 중요)

집을 다 살펴본 뒤, 세입자에게서 집주인의 연락처를 얻었다. 퇴근 후 들렀던지라 그날은 시간이 늦어 다음날 연락을 하기로 하고 왠지 내 동네가 될 것 만 같은 곳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근처에 있던 가장 큰 몰에 들어가서 어떤 맛집이 있는지, 마트는 얼마나 큰 지도 살펴봤다.



날씨가 좋을 때라 마트에서 나오고서는 주변을 천천히 산책했다. 그날따라 날씨도, 풍경도, 하늘도 완벽해서 걷기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왠지 내 앞길이 이렇게 예쁘기만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하자 붕 뜬 기분이 현실로 돌아왔다. 어쩌면 집 구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나에겐 아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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