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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Nov 08. 2021

대화가 필요해

엄마, 우린 대화가 부족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장장 9개월에 걸친 부모님과의 갈등에 대해 생각했다. 부모님, 그중 특히 엄마는 내 독립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해왔다. 이유야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다 큰 딸이라도 혼자 밖에서 사는 것이 왜 걱정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그 간의 갈등을 겪으며 독립에 대한 의지는 점점 확고해졌다. 게다가 독립 준비 9개월 만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난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날 바로 부모님과 진지한 논의를 하고 싶었으나 퇴근 후에 매물과 동네를 둘러보고 오니 꽤 늦은 시간이 되었고 부모님은 주무신 후였다. 지금 부모님을 깨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나 또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정리를 다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선 불편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나는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날 중으로 집주인과 연락을 취해서 계약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나는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어쨌든 부모님의 허락이 우선되지 않고 집을 계약한다면 가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에게 내가 오늘 중 집 계약을 할 거라는 말을 넌지시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나 대신 엄마를 좀 더 설득시켜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집 계약에 대한 내용도 까맣게 잊을 만큼 바쁜 오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를 다니는 4년간 부모님께서는 단 한 번도 업무 시간에 전화를 하신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순간 집에 큰일이 생겼나 덜컥 겁이 났다. 놀라면서 전화를 받자 엄마는 흥분한 목소리로 집 계약에 대해 물었다.


"말도 없이 집 계약을 한다고? 계약하기만 해 봐. 일단 집에 와서 이야기해."


예상치 못하게 너무 감정적인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사실 한 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엄마가 처음으로 내 독립을 반대했을 때, 나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동안 대화를 회피하기만 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서 마음이 정말로 상했었는데, 내가 심사숙고해서 내린 독립이라는 결정이 한 때의 어리광처럼 취급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은 어쩌면 엄마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 큰 자녀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것이 부모님의 욕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한다는 나를 설득시킬 타당한 논리나 이유는 사실 없었다. 그렇다고 감정에 호소하거나 나에게 부탁하는 방법 대신 엄마는 엄마의 스타일대로 완강한 반대와 함께 회피의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나의 초강수로 엄마는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이 나와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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