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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2. 2020

점심 먹고 앉아서 졸기 있기? 없기?

날적이와 아마 활동

우리에겐 아주 소중한 굴렁쇠 시절의 날적이.


다른 사진 앨범들 사이에 그 날적이 3~4권을 끼어서 이곳 호주까지 들고 왔다. 그곳에는 그때의 우리 부부, 선생님, 그리고 아들이 들어있다.


기록이라는 것은 남길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오히려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땐 이미 그때의 일들, 감정과 생각 모두 내가 직접 바로 인지하고 느끼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라서 따로 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 듯이, 그게 하루, 일주일만 지나도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때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심지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런 과거의 기록이 소중함을 새로운 아들의 성장을 보면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그때를 남겨두고자 한다.

지금이 중요한 만큼 그 지금을 기록해두고 싶다.






20170714


공동육아 어린이집만의 용어로 '날적이''아마 활동'이라는 것이 있다.


먼저 ‘날적이'는 쉽게 말해서 손으로 직접 적는 알림장 같은 것인데, 이게 한 방향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서로 터전과 집에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부모는 터전에서 아이의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알게 되고, 교사는 집에서의 아이의 생활과 부모의 생각, 걱정, 요청사항 등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언제 적 아날로그 알림장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요게 참 보는 재미고 있고, 우리고 적어 보내는 맛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 같이 날적이를 읽으며 ‘오늘은 이렇게 지냈구나, 재밌었겠네~ 새로운 거하고 놀았는데 아빠랑도 해보자~’ 하면서 공감대를 가지며 아이와 대화를 하면 집중도가 매우 높아진다.



그리고 ‘아마 활동'이라는 것은 교사분들이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실 때 아마(아빠,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활동이다. 우리 부부는 아직 순서가 안 와서 경험이 없는데, 아마 곧 하지 않을까 싶다. 요 아마 활동을 계기로 내 아이만이 아닌 터전 전체 아이들과 알게 되고 친해지면서 진정한 공동육아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 화요일에 아마 활동을 해주신 아마께서 교사분 대신 아마 관점에서 준영이 ‘날적이'를 작성해주셨는데 내용이 매우 흐뭇했다. ^^


아무래도 준영이가 늦은 생일이어서 같은 반 친구들 대비 조금 작아서 우리 부부가 걱정이 있다는 것에 대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날적이의 내용은 이러했다.


‘나들이 가서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게 말도 잘하고, 독립적으로 잘 놀더라. 같은 반 친구랑 부딪히는 일이 생겨도 지지 않고 물러서지 않더라. 철봉 매달리기도 잘하더라. 내리막길에서 엉덩이로 미끄럼도 타고 내려오더라.'


그중 하이라이트는 이거였다.


‘점심 먹고 앉아서 졸더라고요.^^;’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밥 먹고 나서 졸았나 보다.


집에서도 한 번도 못 본모습이라서 준영이한테 정말 졸았냐고 물어봤으나 대답을 안 해주었다.


이렇게 공동육아는 ‘날적이'와 '아마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교감하고 아이들을 이해해 나갈 수 있다. ^^


잘 자라고 있어 우리 아들!


굴렁쇠 시절 날적이 표지와 어느 하루 이야기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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