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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15. 2020

가장 속상하고 안타까운 순간

앞으로도 막기 어려울 감정

09/June/2020


아들을 키우면서 집이 아닌 곳에 교육과 사회활동을 위해 맡기게 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지금의 학교까지 아들이 그곳에서 배우고 자라는 순간들을 보면서 놀라운 것만큼 그 속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순간들도 많다.


그중에서 제일은 ‘다른 아이’와 있었던 속상한 일들이다.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어떤 친구와 이런 이런 일이 있었다’ 고만 전달받게 되는데 이게 여간 답답하고 갑갑한지 모른다. 특히 그 안에 물리적인 접촉이 있었고, 특히 그것을 당한 대상이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하다. 물론 그것을 행한 주체가 되었을 때도 가슴이 철렁한다. (지난 이야기 '내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지난주 어느 날, 하교 시간이 되어 아들을 픽업하는데 부담임 선생님께서 따로 내게 오셔서 부르며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그날 학교에서 줄 서있는 과정에서 곁에 있던 친구 머리에 아들 코가 부딪혔다는 이야기였다. 조금 부었고 피는 나지 않았고 울지 않았다고 하셨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혹시 의도된 것인지 우연한 사고였는지 여쭤보았다. 다행히 우연한 사고라고 하셨다. 그래도 속상해했을 아들을 달래주려고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의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이미 선생님이 내게 전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은 아들은 바로 말했다. ‘그 친구가 일부러 그런 건데?’ 어떤 친구가 그랬는지 물어보니, 자주 이런 일로 아들과 엮이는 친구의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같은 줄 서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뒤에 있는 친구가 아들을 계속 밀었다고 한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도 계속해서 손을 들고 선생님을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땐 선생님이 다른 이야기를 하시느라 아들을 보지 못하셔서 결국 못했다고 한다.


순간 정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몰려왔다. 그래도 괜히 내게 집중하기보다는 아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 선생님께 찾아가서 있었던 일과 속상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오면 어떨까?’ 하지만 예상대로 아들은 지금 당장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오는 길 내내 안아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아들의 마음을 전하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었고 편지(이메일)를 보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사실 이런 일은 한국의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아주 자주 일어났던 일이다. 특히 남자라는 종의 특성 때문인지 몸으로 노는 일이 훨씬 자주 일어나고 점점 격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지낸 유년 시절을 생각해도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다치고 몸으로 부딪히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땐 내가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이었다. 이렇게 아빠가 되고 나니 그냥 그럴 수도 있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속상한 아들을 파랑에게 전해주고 오면서 있었던 일을 파랑에게도 알려주었다. 이메일 쓰는 것에 동의했고 바로 내가 작성해서 보냈다. 내용은 이러했다. ‘아들이 오늘 2가지 속상한 일로 마음이 불편했어요, 직접 말할 수 없었다고 해서 이렇게 편지로 알려드려요,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담임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매우 진지한 내용이었고, 교감 선생님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고 내게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실 나와 파랑의 예상보다는 내용이 많이 앞서 있어서 좀 놀랐다. 그냥 우리끼리 생각에는 현재 인종차별 관련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호주도 포함) 심각한 상황이니 좀 더 강경하게 대응을 하신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음날 선생님께서는 미안한 미소를 내게 지으셨고 나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무언가 심각한 상황을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눈앞의 속상하고 기운이 빠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아무 행동도 안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래도 이렇게 알리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 계속 있을 텐데 아들과 좀 더 많이 대화를 통해 그 감정의 연결선을 놓지 않아야 하고 우리 부부의 생각과 마음도 항상 단단하게 가져야 할 것 같다. 말처럼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명 내 일이이 기도 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도 한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감정이 먼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앞으로도 막기 어려울 것 같다.


아들 아들 아들






학교 에피소드 여럿


1. 볶음밥 마니아

요즘엔 볶음밥에 꽂혔다. 야채, 감자, 소시지, 햄 등 무엇이든 다 먹고 온다. 따뜻하게 먹으라고 보온밥통도 마련해서 보내주니 잘 먹고 온다. 뭐든 잘 먹고 오렴 우리 밥식이!



2. 준, 준, 준

‘준’은 학교에서의 아들 이름이다. 어느 날 하굣길에 한 아들 친구가 날 알아보고는 ‘나 너 알아, 너 준 아빠 맞지?’ (어쩔 수 없다, 영어는 모두 반말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어떤 여자 친구가 흥겹게 춤을 추며 아들에게 인사해 준다. ‘준~ 잘 가~ 준~ 잘 가~’ 물어보니 자주 아들이 언급하는 같이 노는 여자 친구였다.



3. 영어 알아듣기

‘아빠, 오늘 한 친구가 아파서 병원 갔데, 목이 아파서 그랬대’ 정말 이것을 다 알아들었다면 대단한 발전이다.



4. 소소한 상들

뮤직 시간에 받아온 ‘스마트 포이스 상장’.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받은 지 아들도 우리도 아직 모른다. 쓰기 시간에 옳은 방향으로 잘 썼다면서 받아온 뽑기 상품 ‘주사위’. 라이팅을 롸잇 웨이로 해서 아웃스탠딩 상을 받았다고 한다.



5. 학교 홍보 촬영에 뽑힌 아들

지난주에 동의서가 하나 집으로 딸려왔다. 학교 마케팅 관련 촬영에 아들이 참여하는데 이것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겠지만 아마 아들이 포함된 것은 아주 드문 국제학생이라서 그런 것도 같다. 그래도 전부 다 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 선발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아들 아들 아들



일상 에피소드 몇 개


1. 칭찬과 꽃 선물

일주일에 1번 가고 있는 미술 레슨. 벌써 10개월째 함께 하고 있는 선생님께서는 아들을 많이 예뻐하신다. 미술에 대한 창의력과 집중력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지난주에는 댁에 피어있는 꽃들을 손수 꺾어서 선물해 주셨다. 이렇게 사랑받는 아들을 보는 것은 많이 기분 좋은 일이다.



2. 새로운 시장 나들이

이웃사촌(이지만 아직 뵌 적은 없는) 블로그 이웃님께서 알려주신 마켓에 다녀왔다. 언제나 시장은 그 분위기에 취한다. 따뜻한 햇살 곳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즐기다 왔다.



3. 인스펙션 준비

4개월마다 진행되는 정기 인스펙션*날이 바로 오늘이다. (*정기 인스펙션 : 3~4개월마다 렌트하고 있는 집의 위생, 파손, 보수 등을 확인하는 절차) 토요일에는 아들과 같이 풀을 뽑았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계획된 아들의 쉬야 세례로 침실의 모든 것을 세탁했다.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혀서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감자 보단 꽃






우리의 일주일은 이렇게 빠른 듯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늘은 오늘대로 또 다른 스페셜 빅 데이다. 아들의 학교 홍보 촬영이 있고, 두 번째 정기 인스펙션이 있는 날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우리는 집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보자.


매일매일이 아주 가득 찬 이 기분이 좋다.


기분 좋은 무지개


관련 지난 이야기 '내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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