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17. 2020

나를 닮아있는 네 모습

누군가 나를 닮는다는 것

16/June/2020


지난주에는 아들이 갑자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이렇게 말을 꺼낸 적이 없었기에 조금 놀랐다. 엄마와 다 같이 야외에서 축구를 하자고 했고 파랑이 준비하고 있는 공부 일정도 있고, 날씨도 오락가락해서 주말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한번 축구 연습을 하자고 했다. 주말에 가서 축구하기 전에 연습을 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예전에 몇 번 했었던 ‘가라지 사커(차고 축구)’를 세팅했다. 한 시간 정도를 둘이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녔다. 아들이 제법 공을 잘 다루는 모습에 놀랐다.


우리가 날뛰는 소리에 파랑이 공부하다 내려와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주었다. 내가 너무 열심히 해서 아들이 공을 만져보지도 못하게 했다고 했다. 축구는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나만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열심인 아빠


나는 평생 다른 운동보다는 오로지 ‘축구’ 하나만 좋아했다. 야구니, 농구니 하는 것들은 체육시간에 실기평가를 위해서만 했을 뿐이다. 이런 내 축구 사랑이 아들에게 전해졌는지 아들도 다른 운동보다는 축구에 관심이 더 많다. 내가 가끔 틀어놓는 TV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 아들이 말한다. ‘이거 아빠 좋아하는 거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이 나로 인해 ‘축구’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스스로 ‘축구’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어느 정도 아빠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 되는 기억이지만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빠와 공을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남아있다. 정말로 이렇게 내려온 축구 사랑이라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생각보다 많은 것에 걸쳐있고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 아주 널찍하고 탁 트인 축구 골대가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이곳에서도 아들은 정말 즐겁게 온 힘을 다해 축구를 했다. 기억나는 순간은 내게 공을 멀리 높게 차는 방법을 물어본 때였다. 정말 진지하게 내 말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짜릿한 경험이었다. 내 자식과 무엇을 함께 좋아하고 같이 한다는 것. 서로 ‘닮아있다’는 것을 문득 다시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다.


한 가지 나를 닮은 것 중에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본 순간이 있었는데... 전날 재밌게 보던 만화영화를 다음날 일어나면 보여주기로 하고 밤이 늦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4시 즈음에 내가 일어난 시간에 아들도 함께 일어났다. 딱 보아하니 잠에서 깨면 만화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면서 낑낑대다가 눈을 뜬 것이었다. 뭔가 흥분되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신경 쓰느라 잠을 제대로 못 드는 나와 너무 똑같았다. 잘 설명해 주고는 다시 잠을 재웠다. 다행히 상황을 이해했는지 몇 시간을 편안하게 푹 자고 일어났다. 이런 민감한 성격은 굳이 닮지 않아도 되는데 참...


맑은 날 넓은 곳에서






소소한 아들의 일상들


1. 무비스타 탄생

학교 홍보 영상을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나중에 영화관에서 사전광고 영상으로 틀어진다고 한다. ‘무비스타 오늘 잘했어~’라는 선생님의 인사를 받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2. 홀리데이 좋아요

금요일은 이곳 공식 휴일이었다. (페스티벌 뭐라고 하던데...)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금요일은 홀리데이야~’라고 하셔서 아들이 ‘예~’하고 크게 대답했다고 한다. 알아듣고 표현하는 녀석이 놀랍다.



3. 이모, 삼촌이랑 놀고 싶어~

몇 번 초대하려고 했던 와이프 학교 동기 커플을 집으로 불러서 맛있는 식사를 함께 했다. 아들이 의외로 삼촌과 이모에게 관심을 보이며 놀아달라고 자기 방으로 번갈아 가면서 데리고 갔다. 이렇게 몇 번 안 본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아들이 커가나 싶은 포인트였다.



4. 시간이 없어서 밥을 남겼어

늘 밥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아들과 우리. 요즘엔 도시락을 남겨오는 이유가 바뀌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엔 친구들과 놀다가 그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제도 친구가 계속 말을 걸어서 못 먹었다고 한다. 열심히 아침을 준비한 파랑이 속상한 마음에 꼭 다 먹고 오라고 이야기했는데 어찌 되려나... 내가 보기엔 같이 장난치고 놀다가 시간이 끝나버리는 것 같다. 아들 표현으로는 먹을 시간이 20초라는데 믿을 수가 없다.






몇 달 만의 미용실에서 머리도 다듬고 겨우 약을 구해서 독감 예방접종도 맞았고 어제는 학교 앨범 사진도 잘 찍었다. 어디에 있든 아이는 무럭무럭 자란다. 아쉽게도 그만큼 우리는 늙어간다.


함께 지내는 지금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것은 스스로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래도 순간순간 까먹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