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은 내가 결정한다
또 전국 21등이었다. 두 번 연속 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래도 전교 21등도 아니고 전국 21등이니 충분히 기뻐할 만했을까? 20등*과 겨우 한 등수 차이인데 이렇게 칼 같이 대우가 달라지다니... (*응모한 공모전 당선 인원이 20명이었다)
이미 내 근자감은 당선 소감과 최고의 문장을 모두 생각해 두었다는데...
슬램덩크 상양 김수겸의 멘트가 떠올랐다. ‘내가 없는 곳에서의 No.1 경쟁은 의미가 없다’
여러 가지 나만의 이유도 떠올랐다. ‘교육방송에 걸맞은 교육적인 콘텐츠가 아니었구나, 아니면 역시 해외에 있어서 직접 EBS 사옥을 가지 못하니 제외되었구나.’
그러다 갑자기 아주 먼 옛날 취업 준비생 때가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계속 서류면접에서 떨어지고 어쩌다 면접을 가도 뭐가 그리도 안 맞는지 자꾸 떨어졌다. 그렇다고 그 짧은 시간에 그동안의 내 삶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난 배우가 꿈이 아니었기에 연기를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때의 나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고민과 방황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묵묵히 나를 계속 보여줬다. 결국 나와 맞는 회사를 만나 꿈에도 생각 못했던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이번 탈락의 경험 끝에 그때가 생각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수 없이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한다. 그 기준은 모두 다르다. 그것들도 서로 다르고 나와의 기준과도 다르다.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만큼 나와 맞는 기준을 만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확률이다.
남들의 기준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남들이 내 기준을 어찌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은 그냥 두는 것. 그것이 내 방식이다.
자기 합리화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하. 하지만 정말 그렇다. 이게 지금 내 마음이다.
남들의 기준에 따라 내가 달라질 수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지난 30년 넘는 인생을 충분히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봤는데 좀 별로 였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 주제는 ‘나다움’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나다움에 나의 나다움이 맞지 않았다고 그 기준에 맞춰 내가 나다움을 포기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하.
이번에도 참 좋았다.
주어진 주제 덕분에 지금의 나다움을 글로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쓰인 내 글이 나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도 많이 단단해진 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말 저 말 한마디에 울고 웃던 내가 아주 멀고 오래된 느낌이다. 많이 컸네 짜식.
이제 좀 덜 흔들린다. 남의 판단은 남의 것이다.
누구도 내 마음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내 기분은 내가 결정한다.
공모전 전국 21등 글 ‘나는 매일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