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21. 2020

뭐하고 놀래? 아빠랑 놀래!

우린 지금 서로에게 1순위

30/June/2020


정말 다행이었다. 아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학교가 끝난 다음날 토요일 아침 아들이 신나서 말했다.

(아들) ‘이제 학교 안 가니까 아빠랑 놀 수 있는 거야?’

(나) ‘그럼! 아빠랑 노는 게 재밌어?’

(아들) ‘응~ 아빠는 잘 놀아줘~ 할 게 있어도 나랑 먼저 잘 놀아줘~’


사실 내심 불안했었다. 내가 행복해야 아들을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내 것을 먼저 챙겨서 하고 아들을 돌보려고 했다. 물론 티가 안 나도록 기를 쓰고 새벽에 일어나고, 아들이 학교 간 시간을 활용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그게 티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아들이 ‘아빠는 아빠 할 일이 더 먼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봐서. 그래서 다시 알려줬다. ‘아들! 아빠한테 아들이 무조건 1순위야!!’


이 말이 강력하게 입력되었는지 주말부터 어제까지 방학인데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계속 이런다.

(나) ‘아들 뭐하고 놀래?’ 

(아들) ‘아빠랑 놀래~!'


이 녀석은 특별히 뭘 하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어디 가고 싶은 게 없다. 그냥 아빠랑 노는 게 재밌다고 한다. 나도 뭔가 특별히 놀잇감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들이 하자고 하는 것을 함께 할 뿐이다. 자신의 놀이를 아빠와 함께 하는 게 그렇게 재밌다고 한다. 주말에는 갑자기 자기 방을 할로윈으로 꾸몄다. 별 이유는 없다. 그냥 갑자기다 정말.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코로나 시기의 짧지만 더 길게 느껴졌던 이번 Term 2가 끝났다. 벌써 한해의 절반을 학교에 다닌 것이다. 대단해 아들! 그리고 아들과 합체되는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뽑기 당첨 날 / 매일 늦어 서두르는 등굣길 / 학교 마치고 지친 상태






<Term 2 마지막 즈음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1. 기린 박사?


‘기린’이 테마였는지 ‘기린’에 대해서 많이 배워 왔다. 기린이 초음파를 낼 수 있고, 하루에 1번 물을 먹고, 잠은 30분만 잔다는 이야기를 아들이 알려주었다. 정말 다 알아듣고 있구나! 대단해! 그리고 기린에 대해서 서로 아는 것을 말하는 시간에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웬 데이 드링크 어 워터 데이 스트레치 히스 레그’


동물 책에서 본 물 마시는 기린의 모습을 영어 문장으로 발표한 것이다. 제대로 완벽한 문장을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것을 전해준 아들이 너무 놀랍고 대견스러웠다. 학교에서 쑥쑥 배우고 크는 아들, 옆에서 보면 신비로움 그 자체다.



2. 아들은 스포일러


미술 레슨을 받을 때, 갑자기 아들이 그림 편지를 그리겠다고 했다. Term 2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렇게 결심하고는 열심히 그리고 썼다. 마지막 날 금요일에 작은 한국 과자들과 함께 드리자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선물과 편지를 드리기 전날 목요일 저녁 시간...

(나) ‘아들~ 내일 선생님들께 어떻게 드릴 거야? 뭐라고 말할 거야?’

(아들)‘벌써 말했는데? 내일 그림 선물 있다고~’


하하! 역시 참지 못하고 벌써 스포일 했던 것이다. 마지막 날 아침 두 선생님을 보자마자 선물과 편지를 드렸다고 한다.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 선생님들께서도 서프라이즈였다고 너무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마지막 날 기린으로 온통 꾸며진 교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엄마랑 받아쓰기 한판 승부>


매일 15분 정도 한글 놀이를 하는데, 요즘엔 받아쓰기를 배우고 있다. 내 아들이라서 그런 거겠지만 대충 하는 듯 하지만 꽤 많이 늘어감이 보인다. 며칠 전에도 정말 어려워 보이는 것을 몇 개 말고는 모두 맞추었다! 


아들 칭찬을 파랑에게 하다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맞춤법이라면 보통이 아닌 파랑에게 너도 쉽지 않을 거라고 도발을 했다.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연애시절 내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도 늘 맞춤법 지적을 하느라 바빴다. 늘 난 기분이 안 좋았다. 내용보다는 그것이 항상 먼저였다. 그렇게 집중이 안되었다고 한다.)


자신 있게 받아들인 파랑에게 방금 아들에게 내준 10개 받아쓰기 문제를 불러주었다. 결과는?? 마음껏 비웃어 주었다! 뭐라 뭐라 핑계를 댔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었다! 즐거운 날이었다.


기린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 꼬마 스포일러 / 엄마와 받아쓰기 대결






이렇게 아들의 두 번째 방학이 시작되었다. 어젠 평일을 틈타서 여유로운 나들이도 다녀왔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의 1년을 위한 휴직 연장 신청을 마쳤고, 1년 동안 매달 감사하게 받았던 육아휴직수당을 마지막으로 신청했다.


딱 1년 전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인생은 여행이야!라고 믿으며 왔었는데 정말이었다.


하루하루가 여행 같다. 소중하고 즐겁다.


대충 어딜 가도 쉽게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가 더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락 통을 못 열어서 하나도 못 먹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