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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6. 2020

교회도 결국 사람이다

신앙생활

어제는 주일이었다. 세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갔다. 아들은 아동부 예배를 우리는 성인 예배를 각각 드렸다. 잘 마치고 목사님, 사모님과 인사를 드리고 다른 성도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내내 난 속상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들었던 교회를 가지 못하고 다른 교회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교회는 우리가 호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참 많이 도움받고 의지했던 곳이었다.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목사님, 사모님께 놀라고 감사했다. 이런 고마운 마음은 결국 이곳에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크고 놀라웠다. 그곳을 다니는 1년 동안 아들도 적응하며 즐겁게 잘 지냈고, 파랑도 찬양대 봉사를 열심히 했다. 나도 기타를 찬양팀 리더님께 배우며 보조 반주자로 무대에 서보는 인상 깊은 경험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인사를 건네주시던 그곳의 분들은 따뜻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사라졌다. 우리는 예전의 다른 ‘사라진 한인 가족’들처럼 사라진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는 불편했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긴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이 고민하고 대화하고 기도했다. 우리가 그 누군가를 정죄하고 심판할 자격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지만 그 누군가를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부딪히지 말고 엮이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다.


이런 우리의 결정을 솔직하게 목사님과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정말 다행히도 우리 이야기를 이해해 주셨고 두 분의 생각도 말씀해주셨다. 그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많이 감사했다.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주셨고 어디에 있든 어느 교회를 가든 그것은 상관없다고 하셨다.


두 분을 목회자로서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우리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던 신앙생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주변에 누가 있든 없든 간에 교회에 나가서 스스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 관계’로 교회를 옮기고 나니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그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 모이면 늘 시끄럽고 이런저런 일이 생긴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이는 피할 수 없다. 사실 난 이 호주에 오면서 그런 사람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 높았었다. 여기까지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쩐지 한국의 지치는 사람 관계를 싫어해서 일 테니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든 몇 명이 있든 이건 어쩔 수 없이 항상 변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만을 생각하고 주변을 배려하지 않으며 거짓과 질투를 일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난 그런 것을 전혀 모르거나, 그런 진흙탕을 경험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아니다. (회사 생활 10년 동안 참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나쁜 행위가 교회 안에서 벌어진 다는 것에 놀랐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여전히 꽤 남아있다. 그 누군가가 행했던 남을 미워하는 방식과 거짓, 술수. 상처 받은 사람을 대하는 뻔뻔한 태도와 진실되지 않는 사과. 봉사하는 자리와 역할을 낮은 이, 앞서는 이가 아닌 뽐내고 위시하려는 태도. 그 누군가로 인해 사라진 여러 가족들까지. 그리고 이렇게 결국 우리도 이제 그 사라진 가족들에 포함되었다.






나는 궁금하다. 다른 이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어떤 누군가로 인해 그 누군가를 빼고 모두 그 교회를 떠났다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꿋꿋하게 남아 반성하고 기도드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정말 가장 옳은 것인가? 신앙에 집중하지 못하고 견딜 수 없는 불편함으로 떠난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하고 마음이 넓지 않아서 인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사람으로서 온전해야 진심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교회든 어디든 살아가는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전부다. 사람으로 시작되고 사람으로 변화하고 사람으로 끝이 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살아가는 내내 많이 고민해 나갈 것이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도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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