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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23. 2020

가장 많이 닮은 사람과의 이별

이제 만날 수 없는 그를 보내며

나와 가장 닮은 사람과 헤어졌다.


직접 만나 뵌지는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닮았다고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었다.


헤어지고 나니 닮은 점이 떠올랐다.


무뚝뚝함, 욱하는 기질, 책과 역사를 좋아하는 것 등.


우리가 다른 것은 내가 더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말은 항상 다른 쪽을 향했기에 우리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도 나의 잔소리와 그의 미안하다는 답이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다는 행운 덕에 특별한 제한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편리함이 한꺼번에 엄청난 불편함으로 몰려왔다.


이 헤어짐을 함께하기 위한 자리에 나는 갈 수 없었다.


모두가 이해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매 순간 느끼는 무기력함, 아쉬움, 허탈함 들은 끊임이 없었다.


멀리서 보이고 들려오는 슬픔의 장면들은 너무 멀었다.


내가 느끼는 슬픔이 그곳에 있는 다른 이들의 그것과 같은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아주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지냈다.


가까이 있지 못하는 것을 그렇게라도 메꿔보려고 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앉았다 섰다 누웠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마지막 이별을 할 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 순간은 길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누고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


가지고 계셨던 속상함, 분함, 억울함 모두 풀고 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나도 누워 잠들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마도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모두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제 부친께서 며칠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마지막 자리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이 많이 컸습니다.


이제는 쓸 기운이 없어 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쓸데없이 새벽부터 떠진 몸과 마음 때문에 한참을 추억 속에 떠돌아다녔습니다.


슬픈지 아픈지도 모르고 헤매다가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뭐라도 남기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글자 적어봅니다.


뭔가 다른 행동을 하니 잠깐 나아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쓸 수 없어 안 하는 것과 쓸 수 있는데 못하는 것의 차이를 느낍니다.


두서없는 그리고 저를 위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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