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하루 종일 찐하게 지내기
지금이야 아빠랑 하루 종일 있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2년 전만 해도 아주 큰 이벤트였었나보다.
내가 하루 종일 아들에게 절절대며 맞추려고 했던 게 눈에 보인다. (지금은 이러지 못해 미안 ^^;)
밤에도 지금은 늘 같이 자지만 그땐 엄마랑 자는 게 가장 중요했던 아들이었다.
이젠 네 안에 내가 좀 더 커진 게 맞겠지?
20180417
파랑이 일요일에 회사 행사로 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 일정이 생겼다. 그전에도 반나절 정도는 준영이랑 둘이 지내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잘하면 삼시 세 끼를 먹으며 함께 지내게 될 수도 있었다.
전날 밤부터 미리 이야기를 해두어서, 아침에 일어나서도 크게 동요는 없었다. (그리고 원래 주말 아침에 일어나는 순서가 ‘나 -> 준영 —————> 파랑’ 이어서 아침에는 둘이 곧 잘 놀곤 했었다.)
종이접기도 하고, 클레이도 만들고, 물감도 칠하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준영이가 말했다.
'고기가 먹고 싶어!' (준영이가 무언가 밥 종류를 먹고 싶어 하는 것은 '고기'가 유일하다)
마침 사다 놓은 소고기 (부챗살)이 있어서 아침부터 소고기를 구워서 함께 먹었다. (버터 추가~) 준영이가 고기를 한 입 먹더니 정말 맛있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연신 맛있다고 하며 아침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다시 놀이에 돌입! 그런데 기존에 놀던 장난감들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길래...
(나) '준영아~ 놀 때는 전에 놀던 것들은 치우고 놀면 좋겠어~'
(아들) '응 알았어~'
제법 치우고 놀고, 치우고 놀기를 반복하였다. (오...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아침부터 놀기 시작해서 그런지 12시가 다되어서는... (이때 주일 예배를 드리러 나가야 하는데...)
(아들) '아빠~ 나 졸려~ 잘래~'
(나) '준영아 교회 다녀와서 자야지~'
(아들) '아냐 지금 잘래~'
결국 12시부터 2시까지 꼬박 2시간을 푹 잤다. (나도 덕분에 좀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난 준영이가 갑자기..
(아들) ‘아빠~ 우리 고고 다이노 보러 가자!’ (고고 다이노 : 요즘 꽂힌 장난감)
(나) '잉? 우리 오늘은 장난감 보러 안 가기로 약속했잖아'
전날 토요일에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이미 사준 뒤였다. 이것도 그냥 사준 게 아니고... 준영이가 꿈에서 나온 사다리 비행기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했다. (진실이기를...) 그런데 '어디 있는 거야 도대체~’ 하며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른 장난감을 사기로 했다. (꿈 이야기가 정말 이었을까?)
약속을 한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는지 갑자기 말이 빨라지면서 설득, 설명, 애교를 섞으면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였다. 결국 난 준영이를 데리고 나섰는데... (약한 사람... 이번 주에 많이 사서 다음 주에는 구경도 가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는 날아가듯 좋아했다.
이 바람에 점심 식사 시간이 좀 늦어져서 늦은 오후, 근처 식당에서 돈가스와 유부초밥을 시켰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유부초밥을 폭풍 흡입했다. (원래 돈가스가 준영이 거, 유부초밥은 내 거) 그리고 기분 좋게 근처 키즈카페로 룰루랄라 함께 걸어갔다. 꽤 세련되고 분위가 좋은 (요즘식의) 키즈카페였다. 비록 나랑은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아서 자유시간은 없었지만 하하. 결국 준영이랑 2시간을 함께 신나게 놀았다.
집으로 가면서...
(나) '준영아 , 엄마가 ‘고고 다이노 또 샀어?’할걸~ ㅎ'
(아들) ‘그럼 나는 없어서요~~ 할 거예요~' (이건 없는 모델이라서 샀다는 의미이다)
하루 종일 붙어있었더니, 준영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랑 잘 거야~~’라고 했다. 감동 ㅡㅜ
다음날 월요일 아침에도 '아빠 가지 마~~' 라며 매우 큰 애정을 보여주었다. 하하.
마음은 좋으면서도 그동안 단둘이 같이 지내는 시간이 좀 적었나? 싶기도 했다.
종종 둘이 놀러 다니면서 친해져야겠다~ (그렇게 파랑은 자유를 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