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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04. 2020

아빠가 많이 데리러 와서 속상해

첫 마실형 방 모임

나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은 늘 흥분되고 즐거웠다. 나와 익숙한 친구가 지내는 공간이 내게 새롭게 다가오는 그 기분이 좋았다.


아들도 친구, 형님, 동생네 마실 다니던 것을 좋아했다. (물론 본인 집에 초대하는 것을 더 선호했지만) 가끔 내가 굴렁쇠 시절 마실 다녔던 이야기를 꺼내면 반갑게 그때 이야기를 서로 나누기도 한다. 누구 집에 갔었고, 누가 우리 집에 왔었고 하면서 말이다.


문득 사는 곳을 보여주고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친해졌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초대받고 초대할 수 있을까?






20180426


4살 아이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방 모임을 했던 작년과 올해는 달랐기에, 과감하게 올해 즐거운 방(5세)에서는 각 가구별로 돌아가면서 집에 초대하는 방식(마실)으로 4월 방 모임부터 해보자고 했었다.


그래서 드디어 모두 첫 번째 가구 집으로 모였다. 아이들이 기대가 매우 높았던 것 같다. 하하. 며칠 전부터 준영이도 ‘누구네 가서 방 모임 할 거야~’, ‘누구랑 같이 가서 놀 거야~’ 하면서 설레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가는 길이 편하진 않았지만 제시간에 맞춰서 모두들 모였다. 아마들도 선생님(비행기)도 아이들도!


아이들은 주인 친구네 방에 모여서 새로운 장난감에 정신이 팔렸다. (그 시간이 매우 오래가길 간절히 바랬다) 아빠들은 주인 아빠의 게임기에 잠깐 한눈도 팔아보고. (부럽 부럽 나도 꼭 게임/영화 방 만들 거야!) 밥도 맛나게 먹고, 아이들은 중간에 자연스러운 소란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본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당혹스러움에 주인 친구의 서러움 폭발)


선생님과 아마들이 거실에 모여서 한 달 지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좋을 때/ 나쁠 때를 공유해주신 내용이었다. 준영이는 좋을 때가 ‘그림 그릴 때와 마트 갈 때’라고 하였고. 하하. 나쁠 때는 ‘넘어졌을 때 아팠는데 참았을 때’라고 하였다고 한다. (음... 아마도 혼자 넘어졌을 때, 우리나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괜찮아 라고 하면서 참는데, 그때가 좀 서러웠었나 보다) 그림 그리기를 더 많이 하도록 해 주고 (마트는 일주일 1회를 넘지 않도록 조절 ^^;) 아프면 참지 말고 이야기하거나 눈물이 나면 흘려도 된다고 이야기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들에게도 좋을 때 / 나쁠 때를 물어보셨는데... 처음 답변할 때, 모두 다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말 잘 들을 때, 밥 안 먹을 때 등등)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셨다. (본인의 이야기를 해보자)


파랑휴양지에서의 휴식이 좋을 때였고, 나쁠 때는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없는 외적인 이유로(나 외의 이유, 남성 선호 등) 피해를 볼 때라고 하였다 (나쁜 주변 사람들 환경)


는 심플했다. 계획한 일 다 했을 때 기분이 좋고, 계획한 일 다 못했을 때 기분이 안 좋았다. (왜 이러고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이런 것을 어찌하리오 -> 이런 사람이 사는 법)


이렇게 아마들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즐겁고 소중했다. 마지막에는 이제 떠나는 가구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고, 더 있겠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북치고, 올라가고, 먹고



추가 에피소드


요즘 2주 80시간 자율 근무제를 도입해서 항상 10~20분이 모자라서 못했던 하원을 30분 일찍 근무하고 30분 일찍 퇴근해서 평소에 주 1회 겨우 하던 것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처음에는 준영이가 아빠가 자주 오니 놀라워했는데 조금 지속되니...


‘아빠가 많이 데리러 오고 엄마가 한번 와서 속상해~'라고 하는 것이었다. 역시 엄마가 최고인가 ㅡㅜ


'아빠가 오는 게 싫어?’라고 물어보니 ‘아니야~ 아빠랑 엄마랑 같이 오는 게 제일 좋아~’라고 하였다.


아주 가끔 같이 데리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제일 좋았었나 보다. 역시 하나보단 둘인가? 하하.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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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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