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과 안도감
‘사람은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보며 살아야 한다.'
많이 듣고 자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위를 본 적이 없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이만하면 되었고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위를 보며 살라는 게 좀 더 나은 방향을 바라봐야만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걸 안다. 난 늘 충분했다. 더 위를 보아도 바라거나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는 손 닫을 수 없는 저 위라고만 여겼다. 평생 이렇게 나에게 만족하며 나 잘난 맛에 살아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별로 부족한 게 없었다. 직접 손에 닿거나, 실천해서 이룰 수 있는 건 내 것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잘 모르니까 원하지도 않는 허공의 엄청난 무언가는 날 자극하지 못했다. 위를 보지 않고 살았기에 굉장한 도전도 성공도 없었고, 그만큼 큰 시련도 실패도 없었다. 그냥 고만 고만한 그 자리, 딱 내가 이 정도면 되었다는 나만의 만족스러운 그 위치에 난 항상 있었다.
난 지금 회사를 쉬면서 포장 없이 백지장처럼 지내고 있다. 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틈틈이 나를 위해 살고 있다. 어떤 사회적인 위치도 없고, 아이의 아빠이며 아내의 남편이다. 비교와 경쟁이 싫어 잠시 떠나온 이곳에서 지내는 것 자체가 완벽한 힐링이다.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표면적으로 확실히 덜 하다. 서로 눈치 보고 질투하고 남을 깔아뭉개는 식의 행태가 거의 없다. 이곳에서 위를 보지 않고 사는 내 방식은 큰 도움이 된다. 나보다 객관적으로 나아 보이더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기에 아무 감흥이 없었고, 내 행복감을 건드리지 못한다.
1년이 지난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 들었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