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Dec 18. 2020

퇴사했다

나 말고 와이프가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본인의 일을 사랑했다. 언제나 조금 더 고민하고 행동했다. 맡은 일을 잘해냈고 인정받았다. 설렁설렁 다니는 나와는 반대였다. 어디에나 한 명씩 있을 법한 모범 직원이었다. 안타깝게도 회사에는 그녀만 있지 않았다. 나쁘고 이상한 사람이 자석의 다른 극처럼 따라다녔다. 그녀답게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갔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다. 그동안 힘든 사람들을 견디면서 쌓이고 쌓이다 넘친 건지, 아니면 넘지 못할 최악을 만나서 인지는 불명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악랄한 자들은 쓰러지지 않고 등장하는 좀비처럼 사방에서 뛰쳐나왔다.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 하지 못하는 괴물같이 당당했다. 결국 몸과 마음의 병을 가득 안고 떠났다. 


내게 회사는 그녀, 그러니까 아내 그 자체였다. 아내 ‘파랑’을 만나 사랑을 시작한 건 그룹 연수였다. 힘든 사회 초년생 시절을 버틴 것도 함께여서 가능했다. 연애 시절 짓궂게 구는 그녀의 직장 상사 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하면 직접 와서 데려가라는 무례한 요구에도 당당히 밤늦은 파랑의 팀 회식에 참여해 인사하고 함께 나왔다. 그땐 두려운 게 없었기에 그들 장단에 맞춰주면서도 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 못된 팀장, 선배를 만나 힘들어하면 계급장 떼고 남자로서 붙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비이성적인 사람을 매질로 정신을 차리게 할 수만 있다면, 파랑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그렇게라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었다. 회사는 안 다녀도 그만이고 경찰서에 잠시 다녀와도 상관없었다. 혈기 왕성하고 철부지였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서 조금씩 사람이 되어갔다. 큰 인생의 전환점을 회사에서 동반자 파랑과 함께 지나왔다. 


파랑은 약해진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휴직을 냈다. 다행히 회사와 멀어진 덕인지, 눈에 띄게 치유되었다. 새로운 생활과 공부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회사에 다니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입은 옷이 잘 어울린다. 원한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담담히 결정했다. 1년이 지난 뒤 퇴사했다. 사회생활의 전부인 파랑이 영원히 떠났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도 이제는 파랑이 없다. 언제나 사내 메신저 가장 위에 떠 있던 파랑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 파랑의 입사부터 퇴사까지 곁에서 모두 지켜본 기분은 어땠을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