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an 04. 2021

새해가 되었지만 바뀐 것은 달력의 숫자뿐

연휴는 끝났지만 방학은 시작

이 곳 호주는 그해 마지막 주, 새해 첫 주를 쉰다. 거의 대부분의 회사나 기관, 가게들의 공식적인 홀리데이다. 어제도 놀고 오늘도 노는 휴직자인 내게도 그 들썩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늘 놀지만 괜히 그 분위기에 맞추어야 할 것 같아서 더 놀아봤다.


아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동생과 아빠를 초대해서 수영장과 집에서 신나게 놀았다. 아침에 나가서 밤까지 삼시 세 끼를 모두 사 먹고 놀다 들어오기도 해 봤다. 아들이 보고 싶다는 학교 친구네를 집으로 불러서 놀게 했다. (파랑은 그 집 엄마와 영어회화 연습, 난 자유시간~)


괜히 마지막 날 31일에는 다 같이 영화를 한 편 보고 잤는데 그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대학교 신입생 때 본 영화였으니 지금 다시 보니 모든 게 새로웠다. 신기한 마음을 품고 평소와 같이 9시 전에 잠들었다.


연말 이런 저런 모습들



그리고 갑자기 새해가 되었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아들과 파랑은 여전히 방학이었고 나는 여전히 휴직 상태였다.


파티를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를 파티에 초대했다. 신년맞이 파티였다. 원래 마지막 날 와인 한 잔 하며 파티를 하자고 했다가 날려먹은 뻥카가 있었다. (다른 약속으로 날려 먹은 게 아니고 졸려서 잠들었다.) 그래서 서운했던 파랑을 위해 나와 아들이 파티를 준비했다. 뭐 결국에는 다 같이 장 보고 테이블 세팅을 하긴 했지만. 하하. 새해를 떡국이 아닌 이곳의 음식들을 먹으며 건배를 했다.


두 번째 맞이하는 호주의 새해. 사실 어느 곳에 있든지 그곳에서는 이미 그곳에 익숙해져 있기에 크게 다른 느낌이 없다. 달라지는 느낌은 무언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느껴진다. 머물러 있으면 이미 편안하다. 그것에 괜한 의미 부여는 사실 좀 억지스럽고 어색하다.


새해가 되었지만 바뀐 것은 달력의 숫자뿐이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새해 산책, 파티, 아들






새해 에피소드


1. 신년 모임

어제 주일, 조용히 지내는 우리 답지 않게 하루에 2탕을 뛰었다. 점심에는 밖에서 파랑의 학교 동기 가족 모임을 가졌고, 저녁에는 우리 집에서 이웃사촌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 각각의 사정이 다르지만 작년의 친해짐이 이어져 새해에도 좋은 인연으로 지내길 바란다. 


2. 집짓기 대공사

아들과 파랑은 요즘 매일 작업 중이다. 1년 넘게 모은 휴지심을 버리기 싫어하는 아들과 타협한 파랑이 아예 집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의 2주 넘게 매일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 아미 차고에는 더 중요한 이 집이 자리 잡고 있고, 차는 밖으로 쫓겨난 지 오래다. 이 두 집념의 모자가 요즘 가끔 무섭다.


3.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

변함없이 매일 조금씩 한글 놀이(를 빙자한 한글 공부)를 아들과 하고 있다. 꽤 많이 늘은 아들을 보며 내가 쉽게 착각을 하곤 한다. 이미 나와 같은 수준이라는 생각으로 아들을 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여지없이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강해진다. 아쉽게도 늘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깨닫고 후회한다. 이제 막 커가는 내 사랑하는 아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어떤 누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미안하고 안타깝다. 오늘은 좀 더 달라져볼게.


집념의 모자 (난 보기만 해도 덥다)



오늘부터 공식적인 홀리데이가 끝난다. 길고 긴 연휴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 큰 변화는 없다. 두 학생의 방학은 이제 시작이다. 언제 다시 이렇게 이 둘과 붙어있을 수 있을까? 새해의 출발은 이 귀중한 순간을 느끼면서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얼마나 간직해야 하고 새로움은 얼마나 새로울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