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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28. 2020

얼마나 간직해야 하고 새로움은 얼마나 새로울 것인가

가득가득했던 연말 일정

정말 바빴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도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 일을 안 해서 그런지 연말이 더욱 바빴다. 이곳에서 만난 인연들과 인상 깊었던 올해를 기념하는 한 주를 보냈다.


바쁜 와중에도 책 읽고, 수영하고, 바나나 먹고






아들의 학교 밖 배움을 맡아주시는 미술과 수영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꽤 오랜 시간 아들 곁에서 예뻐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이다. 


아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 사모님을 뵙고 왔다. (교회를 옮긴 비하인드 스토리)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한결같이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다.


작년에는 정신없이 지나갔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한 껏 즐겼다. 진심으로 경쟁하는 호주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열정에 놀라기도 했다. (비밀 지도 속에 숨어있는 산타 이야기)


산타가 어디 숨어 있을까



이브에는 와이프와 함께 공부하는 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열었다. 각자 음식과 선물을 준비해서 먹고 마시며 마음을 나누었다.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서로의 사정으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그날을 추억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들은 1년 동안 기다리던 선물을 받았다. 아직은 산타 할아버지를 굳게 믿는 눈치였다.


성탄 예배를 드린 뒤에 한 성도님께서 댁으로 초대하신 식사자리에 참석했다. 교회를 옮긴 뒤 가지는 첫 교제 자리여서 처음의 어색함이 걱정되었지만 맛있는 고기와 음식으로 곧 사르르 풀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내일이 없을 것처럼 놀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한 해를 마감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들이 손수 만든 젤리 기차, 아들에게 길들여진 손님



크리스마스 이후도 바빴다. 다음날인 박싱데이에 대형 쇼핑몰에 방문했다. 특가 세일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뭐라도 하나 건져볼까 그 사람 많은 곳에 우리를 던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별로 사고 싶은 게 없는 우리는 분위기만 느끼고 왔다. 


어제 주일에는 송구영신 예배를 미리 드리면서 새해 기도제목을 작성했다.


산타의 두번째 방문, 박싱데이 만찬, 학교에 가고 싶은 아이



2020년.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지난해를 보내며, 새로운 해를 맞이 하는 것은 꽤 오래 여러 번 해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어디까지 얼마나 간직해야 하고 새로움은 얼마나 새로울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워서다.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언제 어떻게 흘러가든 간에 항상 이것에 감사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내가 되길 바란다.






즐거운 방학 에피소드



1. 학교가 그리워

갑자기 아들이 간밤에 학교 친구들이 놀러 오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교복을 입고 싶다고 했다. 자전거 산책을 교복을 입은 채로 나섰다. 아들의 그 마음을 알만 했다.



2. 엄마 껌딱지

처음으로 별도 압박 없이 편안하게 방학을 맞이한 엄마에게 아들은 꼭 붙어있다. 나는 늘 2순위가 되어 참 편하다. 요즘에는 둘이서 과학 실험 시간을 개설해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감과 우유로 섞기, 달걀 탱탱볼 만들기, 물 풍선 태우기, 콜라와 소금 섞기, 뽑기(달고나) 만들기 등 아주 바쁘다.



3. 파랑의 기적

얼마 전에 꾸었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 (엄청난 꿈 이야기!) 파랑이 고생하며 준비한 시험에 기적적으로 합격했다. 마침 파랑이 일해서 벌어온 주급도 빵빵하게 들어온 상태였기에 바로 축하 파티를 하러 나섰다.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며 함께 마음 졸였던 우리를 위로하고 축하했다. 축하 &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동안 외면했던 ‘넷플릭스’ 이용권도 결제했다. (사랑의 불시착을 단숨에 다 봤다고 한다...)



4. 빨간 머리 나

새치 염색을 주기적으로 하는 데 이번 색깔은 ‘레드’로 파랑이 추천했다. 염색을 하고 나니 머리색이 오렌지에 가까워졌는데 딱 날라리 같고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염색도 내 마음대로 해보는가 싶어서 그동안 참 답답하게 살았구나 싶었다. 앞으로 이런저런 색으로 골고루 해 볼 생각이다. 괜히 기분이 많이 설레었다.


신기하다. 이유는 알고 싶지 않다.
터지지 않는 풍선과 맛있는 달고나
파랑의 기적을 축하하며!






아들의 언행 기록



1. 산타는 언제 오시나?

크리스마스 당일 아들이 일어났다. 바로 선물을 확인하러 뛰쳐 내려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상했지만 잠이 덜 깬 듯하여 같이 내려가 보자고 했다. 트리 옆에 있는 선물 꾸러미를 발견하더니 아들이 외쳤다.


‘오늘 밤 아니었어??’


하하. 이브 밤에 오시는 것을 당일 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물에 둘러 쌓여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



2. 물건을 고르는 기준

마트에서 여러 종류 중에서 고를 때 아들의 정리! ‘하나만 남아있는 게 제일 인기 있는 거야~’


하하. 이건 딱 내 스타일 결정인데~ 역시나... ‘전에 아빠가 아이스크림 살 때 그랬어~’ 모든 것을 보고 배운다. 말조심! 행동 조심!



3. 나를 챙겨주는 아들

성탄 예배 후 바비큐 파티에서 나는 야외에서 고기 굽기 담당이었다. 다른 아빠 성도님, 목사님(아들 셋 아빠)과 함께 열심히 맛나게 땀 흘리며 굽고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아들이 내게 고기와 반찬을 가져다 먹여주었다. 늘 함께 먹고 나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기에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한 번도 오지 않았기에 두 아빠분들이 부러워하셨다. (우리 애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ㅎㅎ) 정 많고 사랑 많은 아들. 고마워! (엄마 닮아줘서. 하하.)


산타 할아버지가 한국에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네...






며칠 전부터 매일 하는 게임이 생겼다. 바로 ‘할리갈리’! (과일 카드를 뒤집어서 5개가 되면 종을 치는 게임) 덧셈 공부를 위해 준비한 파랑의 선물인데 아주 효과가 좋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틈만 나면 하자고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장난으로 하다가 하다 보면 승부욕이 생겨서 과열되곤 한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하자고 할 텐데... 하도 세게 종을 쳐서 곧 고장 날까 걱정이다.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이다. 아빠는 어서 축구 게임(위닝 일레븐)을 같이 하고 싶은데... 어서 크렴!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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