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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an 19. 2021

지금 함께 하는 시간은 다음 함께 하는 시간과 다를테니

방학의 끝이 보인다!

벌써부터 아쉽다. 두 학생의 방학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함께 붙어서 이리 볶고 저리 지지고 하는 시간이 끝나간다. 아들은 개학 준비를, 파랑은 개강 준비를 하고 있다.


Year 1에 올라가는 아들은 교복이 바뀐다. 좋은 이웃 덕분에 물려받은 교복을 많이 얻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 예비소집일 연락이 왔었다. 친절한 학교와 연락이 닿아 취학 유예 신청을 무사히 잘 마쳤다. 호주 학교에는 등록금을 납부하고 새로운 반과 선생님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파랑은 벌써 4번째 학기다. 여유롭게 수강신청을 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아쉬워하고 있다. 1달로 약속했던 넷플릭스도 며칠 안 남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급한지 공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있다. 뭐든 닥쳐야 하고, 닥치면 다 하게 돼있다.


이렇게 두 학생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함께 하는 긴 방학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둘이 떠나면 난 나대로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을 지금보다 조금 더 가지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그거고 지금은 정말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지금 함께 하는 시간은 다음에 함께 하는 시간과 조금 다를 테니까.


빙글빙글 / 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파랑이 마법에 걸려 몸이 힘들었었다. 그 아픔을 자주 봐왔기에 며칠 아들과 합체를 했다. 아픈 엄마에게 매달리지 말고 나와 놀며 붙어있자고 설명했다. 아들은 잘 따라주었다. 오랜만의 온종일 일대일 마크에 내 마음속 감정의 공간이 가득 차 올라 몇 번 짜증을 낸 것 말고는.


아이 앞에서 어른 답지 못했던 것, 반성한다. 어른이 아닌 사람이 어른답기가 정말 어렵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서로 좀 나아지려나.


이리도 예쁜 아들한테 짜증을...



집을 가장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많이 만났다. 작은 정원 같을 줄 알았던 거대한 보타닉 가든도 한바탕 다녀왔다. (정말 겁나게 컸다!) 조개 잡는 해변을 보여주려고 파랑 학교 동기 부부와 시도했는데 처음으로 실패했었다. (모두 어디 갔니 너희들? ㅡㅜ) 아들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날,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정신없이 007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그 아침, 아 우리 선물 안 샀다!) 이 곳에서 맺은 인연으로 시작되어 이제는 유일한 브리즈번에 사는 지인이 된 가족이 급 방문하셔서 어른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별일 없이 잔잔할 것만 같은 이곳 생활도 1년이 넘어가면서 여러 이야기와 인연들이 남겨지게 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 수많은 이야기와 인연 사이에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친구랑 / 생일 파티 / 거대한 공원






아들의 흔적들



1. 휴지심 하우스 완성!

약 한 달간의 장기간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었다. 홍카소 방을 가득 채웠다. 예정되었던 집주인, 인형들을 모두 입주시켰다. 두 사람의 대단한 끈기와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2. 피아노 레슨 재개!

여러 가지 시도로 피아노를 가르치려는 파랑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해왔다. 그런데 요즘 아들이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바로 이 피아노 레슨 App으로! 세상이 변했다. 덕분에 아들도 변하고 있다.


3. 형들을 걱정하는 아들

맥도널드에서 밥을 먹다가 옆에 있던 청소년 무리를 아들이 한참을 빤히 구경하더니...

‘왜 엄마 아빠 없이 다니지? 돈은 있나?’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는 것이 상상이 불가능한 아들의 궁금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돈이 없을까 봐 걱정도 해주고... 너도 나중에 저렇게 될 거래...


4. 아빠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

가끔씩 자신이 태어난 스토리를 궁금해한다. 엄마가 어떻게 임신하고 출산했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자...

‘그럼 아빠는 뭐해??’

그러게... 아빤 뭐 했을까?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좀 더 제대로 할 걸 그랬어.. 이렇게 당황스러우니 말이야.


5. 아들의 귀가 큰 이유

나는 귀가 작고, 파랑과 아들은 귀가 크다. 파랑이 아들의 귀가 큰 덕분에 남 이야기를 잘 듣는다고 알려주었다. (그럼 나는? 제대로 디스를...)

'아~ 그래서 더 잘 빠져나가는구나~'

정답이다. 너희 둘은 잘 듣지만 그만큼 잘 빠져나간다고... 난 적게 들을지 몰라도 들어온 건 안 빠져나가고... 일장일단!



다시 피아노! / 휴지심 하우스 / 진지한 젤리 만들기






오늘은 아들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날이다. 바로 여름 성경학교 첫째 날! 목사님, 사모님 댁에서 형님들, 누나들과 오전, 오후를 보낸다. 며칠 전부터 엄마 아빠 없이 지내는 것에 걱정이 큰 아들이다. (학교는 어떻게 다닌 거지? @.@) 


처음은 항상 떨리지만 결국 잘할 것으로 믿는다 아들! 우리 부부는 아들의 특별 요청 사항으로 근처에서 비상 대기를 하며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하하.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그림 같았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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