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
아들 학교 마칠 시간에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 하나가 와서 내게 인사를 했다.
[친구] '안녕~ 준 어디 있어?'
[나] '아직 교실에서 안 나왔어. 준 만나려고?'
[친구] 'ㅇㅇ 할 이야기가 있어서.'
드디어 아들이 나왔고 기다리던 친구는 한걸음에 달려간다. 둘이 뭐라 뭐라 한참을 꽁냥 거리더니 아들에 내게 왔다.
[나] '아들~ 친구랑 무슨 이야기 한 거야?'
[아들] '아, 노는 시간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거야~ 요즘 포켓몬 놀이 같이 하거든~'
하하. 귀여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는 시간에는 같은 학년 친구들이 어울려서 노는데 그때 같이 놀 장소를 정한 것이다.
괜히 나 어릴 적이 생각났다. 핸드폰 같은 게 없는 그 시절에는 그저 친구네 집에 직접 가서 부르는 게 전부였다. 친구가 없을 일도 별로 없었지만 혹시 없다고 실망하지 않았었다. 그냥 그게 모두 놀이의 일부였기 때문에 이 친구가 없으면 다른 친구한테 놀러 갔다.
초등학생이 된 아들의 놀이와 어울림을 보면서 마치 그때로 돌아간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아들의 학교 이야기를 듣거나 요즘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한국이 아닌 호주라도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가끔 '뽕'하고 아들이 기습적인 방귀를 뀔 때가 있다. 그러면 열심히 손으로 바람을 내어 내쪽으로 날린다. 이 장난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었다.
같은 반 장난꾸러기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똑같다. (아들의 롤 모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한 번은 그 친구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고 나가서는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걱정하며 다른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하려는 찰나, 놀이터에서 해맑게 놀고 있는 그 친구를 발견하셨다고 한다. 나 초딩 시절에도 양호실, 도서관, 화장실 등에 간다고 하고 중간에 사라진 녀석이 한 둘이 아니었었다.
요 나이쯤 되면 나오는 장난이나 해맑음은 시간이 흘러도 똑같았다. 괜히 그 시절 내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아, 그리고 아들 표현이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무언가 선행을 베풀면 칭찬 티켓을 준다고 한다. 아들은 친구가 어려울 때 직접 가서 도우면서 모으고 있다고 한다. (다친 친구 양호실 데려다 주기, 어려운 문제 함께 풀기)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꾀를 부려서 쉽게 받아!' 최근에 배운 '꾀'라는 표현을 쓰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선생님한테 '네 신발이 멋져!, 최고의 선생님이야!'라고 하면서 받거든' 선행에는 행동 말고 말로 칭찬하기도 포함되는 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하. 아들 모습엔 그 친구들이 얄미웠던 모양이다. 기분 좋은 말도 의미 있는 선행이라고 알려주며 아들도 칭찬까지 함께 하면 더 빨리 모을 수 있을 거라고 당부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정확히 무엇을 배웠고 어떤 마음을 만들어 갔는지 모른다. 그냥 지금의 이 모든 것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라던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들이 한 걸음씩 떼는 모습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는 아들을 지켜보는 것은 신비로움, 경이로움 그 이상이다.
한 사람이 커가고 배워가는 것을 바로 현장에서 목격하는 자리. 그게 부모의 위치다. 물론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지만.
이렇게 나는 요즘 아들과 같이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는 기분이다.
아들은 지금 이 시절에서, 나는 그때 그 시절에서.
1. Just Be Kind Week
지난주는 여러 행사가 많은 기간이었다. 기부 행사, 국제 음식 이벤트, 노 불링 데이, 레이스 데이, 하모니 위크 등.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참여하고 즐겼다. (학교 SNS 채널에 우리 가족사진이 나오기도 ^^;;)
아직 저학년이라 그런 건지 책상에 앉아서 배우는 시간은 길지 않은 것 같다. 이런저런 활동, 행사를 즐기다 보면 한 주가 끝나는 기분이다.
2. 어려운 수학 문제 즐기기
어느 날 하교 시간에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항상 또박또박 천천히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이 수학 시간에 어려운 문제 풀이에 도전한다는 이야기셨다. 선생님도 아들에게 도전적인 문제를 내는 것을 즐기신다고. 같은 학년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 덧붙이셨다.
난 정말 몰랐다. 아들이 수학을 좋아하는지 ^^;;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이 붙은 모습이 학교 덕분이었나 보다. 좋은 영향이다. 그리고 학교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내가 어려운 문제를 내줬다면? @.@)
3. 식을 줄 모르는 BTS 인기
[아들] '아빠~ 선생님께서 다이너마이트랑 BTS를 제일 좋아한데~'
[나] '그랬구나~ 형아들 정말 인기 많네~'
[아들] '응, 정말 형아들이 유명하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형아들을 다른 사람도 아닌 선생님이 좋아한다고 해서 형아들의 위엄을 느낀 아들이었다.
지난주 아들에겐 굉장한 도약이 있었다. 꾸준히 해오던 수영 레슨에서 상급 레벨로 올라간 것이다. 지금까지는 레인의 절반만 사용했는데 이젠 레인 전체를 이용한다. 예전에는 힘들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어쩐 일인지 굉장히 기뻐했다. 꾸준함 끝에 오는 성취와 보람을 알게 된 것이라 짐작해본다.
파랑도 마지막 실습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 첫 실습과 비교하면 아주 능숙하게 잘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두 학생은 쑥쑥 크고 있다. 두 사람의 기운을 받아 나도 옆에서 크고 있다.(고 믿어본다.)
하루하루 자라고 있는 이 곳에서의 생활. 많이 좋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