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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31. 2021

지금 배부르다면 그때를 떠올려봐

두 번째 여름방학!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각 일주일 정도 있었다.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의 휴가는 늘 이때로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다 그럴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시간이었다. 서로의 세상에서 지내다가 이렇게 쉼을 같이 한다는 것은 늘 함께 살고 있는 가족 간에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무엇을 했다는 것은 추억의 기록일 뿐이다. 정말로 남은 것은 우리가 함께 했다는 사실과 그것으로 인해 가까워진 우리의 마음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당연해지는 요즘 배부르기도 하고 좀 나태해지기도 한 내 마음을 그때를 떠올리며 이 소중함을 다시 인정한다.






20180810


굴렁쇠는 7월 말, 8월 초 5일간 여름방학을 가진다. 그 기간이 극성수기라서 미리 일정을 짜두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천안 가족들과의 여행계를 활용하여 국내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바로 '여수 KTX 여행'!


그 전날 몸풀기로 다른 굴렁쇠 행사부터 참가했었는데... 바쁘다 바빠. 하하.




여름맞이 아빠 모임


아빠들, 그러니까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철이 없고 커서도 철이 없다. 마냥 어린 시절처럼 평생을 놀기를 바란다. 그런 시간을 가끔 남자들끼리 보내고자, 정기적으로 굴렁쇠 아빠들이 모인다! 이번에도 약 한 달 전부터 계획을 해서 모였다!!


장소를 내어주신 호스트 개구리의 배려(전원주택 최고!), 굴렁쇠 공식 셰프 껍질의 호화스러운 메뉴들로 아주 풍성하게 꾸며졌다. 아, 그리고 물파스의 오락실 게임기 협찬으로 모두 즐겁게 게임도 했다! 고기, 맥주, 육사시미, 게임, 라면 등등.... 아주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여름방학 몸풀기 완료! (나만?)

여행 전 네일 받고 머리하고



여수 여행


'여수 밤바다' 보러 가자는 생각으로 기획된 여수 가족 여행. 성수기 차 밀림을 피하고자, KTX 가족석을 미리 예매한 게 아주 좋았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여수에 도착해서, 렌터카 빌려서 맛집과 관광지를 다니며 즐거이 보냈다.


준영이도 너무 흥분해서 차 뒷좌석에서 사촌 누나와 함께 큰소리로 노래도 부르며 즐겼다. 중간중간 떼쓰고 애를 좀 먹이긴 했다만. 여행 초기에는... '여행은 너무 씐나~~' (발음이 좀 샌다) 여행 후기에는... '여행 끝나는 건 너무 씔어~~' (발음이 좀 샌다)


그렇게 3박 4일간의 여수 나들이는 성공적으로 잘 다녀왔다! 맛나고 가격 착하고 사람 그리 붐비지 않았던 여수! 아주 좋았다.

어디서든 잘 때가 제일 예쁨 / 여수 어딘가



첫 극장 with 아빠


파랑이 알려준 '헬로카봇 백악기 탐험'이 개봉해서 평이 좋다며 추천해주었다. (제목이 맞나? 암튼 공룡 나오는 거) 준영이와 아빠랑 같이 극장에 가서 보자고 설명을 했고 정확히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TV에서 공룡과 카봇이 나온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조금 걱정은 했지만 (너무 크고 어두운 공간이어서) 주제가도 소리 높여 따라 부르면서 (다행히 다른 아이들도 모두 불러서 티가 안 났다) 집중해서 재미있게 시청했다. 나오면서...'아빠 다른 거 또 볼래~'라고 할 정도로! 방학 기간 동안 첫 극장도 성공적!

여수 어딘가에서 먹고 멍 때리고 떼쓰고



아들과 감정싸움


교사분들께서 방학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부쩍 큰다고 하셨었는데... 그 성장의 일환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준영이와 실랑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말 아가 때는 이럴 줄 몰랐었네 ㅠㅠ)


우리랑 서로 감정이 상해서 (아주 사소한 것들로) 서운해하면서 툭탁거리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5살 중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면... '큰 5살 형님'이라는 기간이 온다고 한다. 이 때는 자기주장과 감정이 강해져서 자기중심적으로 감정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나 대화를 거부하게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파랑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 시간도 지금이 지나고 나면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과정이라고 여기며 좀 더 배려하며 지내자고 다독였다. (아들은 아직 48개월도 안 되었다 ^^;;; 우리는 몇 개월?)

패션의 완성은 우산 / 정말 공룡이 나올까? / 날 먹어라 도라에몽



추가 에피소드


굴렁쇠에서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장기자랑을 종종 하나보다. 어느 날 밤 준영이가 '엄마~아빠~ 같이 장기자랑 하자~' (어쩌나... 우리는 장기가 없는데 ㅡㅜ) 어쨌든 분위기를 내면서 둘러앉아서 준영이가 지정한 관람석과 무대에 번갈아가면서 장기자랑을 했다. 준영이가 만족스러우면 '상'을 주기도 하였다. (본인 장난감 하나씩, 찰흙 한 주먹 정도?) 그렇게 돌아가며 즐기고 상을 주는 것이 준영이에겐 즐거웠다 보다. 그러고도 요즘에도 중간중간 한 여름밤의 장기자랑이 종종 열린다.


아, 그리고 요즘엔 준영이가 소꿉놀이도 가끔 한다. 종이로 잘게 오려서 쌀이라고 한 뒤에 이를 냄비나 접시에 담아서 밥이라고 하며 논다. 준영이와 파랑은 아침을 거의 항상 챙겨 먹고 나는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회사에 와서 먹거나 패스한다. 그걸 알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밤에는 자기 전에 준영이가... '아빠~~ 내일은 내가 만들어 놓은 쌀밥 먹고 회사가~~' 이렇게 챙겨주는 모습이 감동이다!

그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 가벼운 먹방 / 진짜 먹방



벌써 5살이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좀 더 준영이와 소중하게 친절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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