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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15. 2021

네가 욱할 때 나도 욱해서 미안해

인천 호캉스 여행

만약에 둘째가 있었다면 우리 아들은 어땠을까? 흔히 겪는다는 첫째들의 충격을 받으면서 나눠진 부모의 사랑을 갈구할까?


어차피 의미 없는 가정이므로 내 편한 대로 예상해보자면... 안 그랬을 것 같다. 아니 뭔가 좀 달랐을 것 같다. 갑자기 아기로 돌아가서 동생과 똑같이 대해 달라고 떼쓰지 않았을 것 같다. 뭔가 다른 형태의 변화를 맞이했을 것 같다. 아예 갑자기 더 형님이 되어 더욱 독립적으로 지내든지 아니면 사랑의 나눠짐에 대한 아쉬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한다든지.


아들은 이제 아기가 확실히 아니다. 같이 아기 때 사진을 보며 함께 웃으며 그때를 떠올릴 수 있는 형님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내겐 많이 예쁘고 귀여운 아기 같음이 많이 보인다. 한 사람의 탄생부터 변화를 바로 옆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러니 부모가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잘못도 일어나나 보다.


우리는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금은 인생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다. 꼰대같이 네가 욱할 때 나도 욱해서 미안해.






호캉스 출발


20180820


여름 성수기 회사 콘도에 오래간만에 당첨이 되어서 예정에 없던 호캉스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회사만 아니라면 무조건 좋다) 인천에 있는 '네스트 호텔'이었는데 디자인 부티끄 호텔로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사실 잘 모름. 주워들음)


파랑의 사전 준비 덕분에 김포공항에서 열리고 있는 '정글대탐험'에 가서 각종 뱀과 도마뱀을 먼저 체험했다. 꼬마 돼지도 만나고, 작고 큰 앵무새도 만났다. 떠나기 전에 자신 있게 뱀을 만질 거라던 아들은 실제로는 매우 겁먹은 채 겨우 만져보았다. 하하.


정글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아들이 기대하고 있던 '갯벌'로 출발했다. 근처에 을왕리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쉽게 이동했다. 게, 소라게도 많이 보고 파랑이 갯벌에 있는 물고기도 우연찮게 잡는 바람에 아주 신나 했다. (재주도 좋지)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서 나랑 온천탕에 가서 신나게 물놀이하고 잠들었는데... 역시나 너무 신나게 놀고 나면 일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새벽에 침대에서 '쉬야'를 거하게 하셨다. 파랑이 놀라서 이불이며 베개며 시트며 최대한 수습하고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나왔다.


어제 가고 싶어 했던 수영장에 자리를 잡고는 수영장 마감 시간까지 오래오래 놀았다. 대단했던 건 성인 풀에서 준영이가 조끼형 튜브를 입고 횡단을 유유히 했다는 것이다. 물이 좋아서 그런지 두려움 없이 둥둥 떠다니며 왔다 갔다를 했다.


밥 먹으러 외부로 나왔다가 찾아간 식당이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식당 앞 바닷가 갯벌이 잘 되어 있어서 다시 게, 소라게를 잡으며 신나게 놀았다. 다행히 식당 음식도 맛있어서 즐겁게 놀고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가고 싶었던 놀이방에 들러서 우리 셋밖에 없는 상태로 숨바꼭질을 열심히 했다. 아들이 술래일 때 우리를 못 찾게 되자... '너무 꼭꼭 숨어서 못 찾겠어~머리를 좀 보여봐~' 하면서 우리를 불렀다. 하하. 반칙이네.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 후 근처에 있는 '함상공원'에 들러서 오래된 군용 함선도 타봤다. 아들 태어나기 전에는 갈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국내 호캉스 여행'을 이렇게 가뭄에 단비처럼 소중한 휴가로서 즐기고 있다.


갯벌 원정대



+ 에피소드


교회 유치부를 가면 간식을 나눠준다. 언젠가는 뒤에 있던 아빠가 신경이 쓰였는지 열심히 먹다가 마지막에... '아빠 하나 마지막 꺼 먹어~' 하며 내 입에 쏙 넣어 주었다. 뭐지 이 녀석. 하하.






어느 날 저녁에 뭔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잠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아들이 장난기가 발동해서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결국 방해를 했다. 순간 못 참고 욱해서 큰소리를 냈다. 아들도 나도 놀랐다. 바로 사과하며 내 감정을 설명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다르게 표현하겠다고, 아들도 이야기 잘 듣고 좀 더 참아달라고.


일단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과도 하였으나 어른인 내가 좀 더 참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라면서 계속 있을 텐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테다. 좀 더 의젓하게 아빠로서 아이에게 잘 이야기하며 속상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하. (그렇지 파랑?) 더 사랑하려면 그럴 때는 서로 잘 견뎌내고 배려하며 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접수했다. 잘해보자 아들아! (아, 나만 잘하면 되려나?)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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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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