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브런치북 발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갑자기 그 여유가 생겼다. 처음으로 잡생각 딴생각 뻘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흘러넘치는 생각을 더 이상 머릿속에 담아두기 어려워서 글로 남겼다. 남기고 나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였다. 나라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낯설기도 하면서 익숙하기도 했다.
글은 참 편했다. 나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내가 흐르고 싶으면 흐르고 멈추고 싶으면 멈췄다. 다른 이를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살고 싶은 나에게 글은 더할 나위 없는 존재였다. 글에 나를 담으면 담을수록 내 안은 더욱 진해지고 단단해졌다. 어리숙한 생각도 써 내려가면서 성숙해졌고 꺼내기 어려운 생각도 내놓으면 후련해졌다. 그렇게 글과 함께 나를 알아갔다.
그런 글이 꽤 모였다. 이건 공감을 바라고 쓴 글이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이다. 누군가 동의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상관없다. 이젠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글을 통해 처음으로 알아갔다. 지금까지 쓰인 만큼이 내 전부를 말해주진 못하지만 쓰인 것은 내가 맞았다. 이런 글들을 나 자신이라고 여기며 소중하게 조심조심 엮었다. 그렇게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아직 더 쓸 게 많은 느낌이다. 정해진 시간과 양의 한계로 멈춰야 했다. 지금은 우선 이렇다. 책으로 나온 내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지 궁금하다.
이렇게 두 번째 브런치북을 만들었습니다. 남이 짜 놓은 일정과 틀 덕분에 그저 잘 맞춰 사는 인생이 덕을 보았습니다. 하하. 모든 작가님들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하고 써 내려가며 자신을 책으로 엮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응모를 한 사람으로서 저도 당연히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망에 대한 대비가 좀 되어 있습니다. 책으로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뭐 아직 출판사의 출간 방향도 잘 모르지만요. ^^;;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