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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12. 2021

사랑하는 사람에겐 말도 사랑스럽게

아들의 3가지 폭탄선언

잠들기 전 아들의 폭탄선언이 있었다. 그날 하루 3번이나 내게 혼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난 분명 반 번, 한 번도 아니고 반 번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속상한 마음을 끝까지 들었다.






먼저 처음. 

미술 레슨에서 그려온 점토 도자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깨졌을 때. 1층 바닥은 타일이다. 무엇이든 떨어지면 무조건 깨진다. 아들이 직접 정리하다가 산산조각이 났다. 공들여 만든 것이기에 속상해했다. 난 함께 속상해하지 않았다. 나까지 같이 슬퍼하면 더 그것을 아까워할까 봐서.


속상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진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은 다른 곳으로 보냈고 현장을 정리했다. 원하는 대로 별도 그릇에 조각조각 모두 모아서 담아서 건넸다. 분명히 화를 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내게 위로받지 못했기에 깨뜨린 것에 대한 혼냄으로 받아들였다.



두 번째. 

우리는 함께 놀며 지내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는 책을 보고 아들은 혼자 놀이를 하기도 한다. 시간 개념이 생기고 있는 아들은 '몇 분이야? 몇 분 뒤 같이 놀 수 있어?'가 요즘 말의 지분이 높다. 물론 시계를 보여주며 언제까지(긴 바늘이 어디로 갈 때까지) 각자 놀다가 만나자고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3분마다(그냥 내 기분일 수도 있다) 와서 시간 질문을 계속한다.


그때도 분명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지금이 몇 시고 언제까지로 약속했으니 아빠에게 시간을 달라고. 하지만 아들은 그렇게 시간을 물어보고 같은 답을 반복해서 받는 동안 속상했다고 했다. 내 차분한 말투가 오히려 차갑게 느껴져서 계속 물어보는 것에 대한 혼남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마지막. 

이건 진짜다. 1시간 공을 들여서 요리를 했다. 내가 봐도 완벽했다. 이제 맛있게 먹을 시간이다. 아들을 부르니 애정 하는 음료수 진저비어를 한 잔 달라고 했다. 기분 좋게 컵에 담아 또 다른 요청인 빨대도 꽂아 주었다. 그리고 먹기 시작하자마자 그 진저비어를 통째로 식탁과 바닥에 쏟았다. 늘상 하던 빨대 장난을 치다가 컵을 놓쳐버린 것이다.


요리의 수고로움, 배고픔, 요구사항 러쉬, 식사시간마다의 밍기적댐 등등이 한 번에 몰려왔다. 밥 먹을 때는 이제 음료수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 아주 세게) 다시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극단적인 사람) 물론 직접 샤우팅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고 난 기억한다) 하지만 아들에겐 식사시간의 나쁜 경험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아들과의 관계도 남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인지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자와의 것은 많이 달랐다. 그게 부모와 어린 자식이 되어버려서 무의적으로 수평하지 않다는 관계가 드러나면 더욱 그렇다.


난 화를 내지 않고 혼을 내지 않았지만 분명 평소와 달랐다. 내 표정엔 웃음이 사라졌고, 평소의 들어주는 입장이 쏟아붓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 큰 변화는 아들에게 충분히 '혼남'이었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내 대화의 태도가 상대방의 기분을 결정했다. 미칠듯한 화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가시 돋친 말을 전한 것은 틀림없다. '말을 예쁘게 합시다.'라는 말을 파랑에게 자주 듣는다. 어렵다. 표현은 늘 정확하다는 핑계로 세게 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내 어린 아들을 사랑한다면 그래야 한다. 이 녀석은 내 친구도 아니고 아랫사람도 아니다. 내가 보살피고 사랑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오늘도 한 천 번 정도 외치고 하루를 시작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겐 말도 사랑스럽게'


사랑스러운 아들 / 이 방은 사랑 할 수 없다 (숨어있는 아들을 찾아보세요)






방학 중 플레이 데이트 러쉬


예정된 대로 지난주에는 누나, 형들과 신나게 놀았다. 이웃사촌 누나랑은 하루는 우리 집에서 온종일 놀고, 다음날은 전자오락실(?) 초대를 받아서 황홀한 하루를 보냈다. 제법 커서 혼자서 게임도 잘했다. 물론 혼자 들어가야 하는 캄캄한 레이저 총싸움은 못했지만. 교회 형아들(3형제)과도 수영장에서 놀며 핫도그도 먹고, 또 집에서 장난감과 간식에 파묻혀 하루를 보냈다. 놀고먹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천국이 있을까?


이번 주에도 아들은 학교 친구들을 초대하길 원했다. 요즘 많이 정신없는 파랑을 제외해야 했기에 그 친구들 엄마들과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았다. 다른 게 힘들진 않은데 그냥 영어가 막 편하진 않다. 하하.


황홀했던 순간들



어젠 아들이 갑자기 깨달은 삶의 진리를 전해줬다. 그 장소가 화장실이어서 좀 적절하진 못했지만. 깨달은 순간 내게 말하고 싶은 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아들이 귀여웠다.


'아빠! 응아를 참으면 속이 안 좋거든? 근데 응아를 하고 나면 속이 편해져!'


그래. 그런 순간이 살면서 자주 올 거야. 그러니까 이제 노느라 정신 팔려서 쉬야랑 응아랑 천국 문 열릴 때까지 참는 것은 자제해줘.


이제 일주일 남았다. 아들 학교 선생님이 보고 싶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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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날이 좋았던 수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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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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