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장 가까운 것은 아빠 엄마
그땐 작은 어느 것 하나도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느껴졌고 무언가 잘못하면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돌아보면 아직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전혀 알 수 없게 우리 아들은 그냥 우리 아들이다.
환경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고 이것저것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만큼 아이에게 자주 직접 많이 보이고 전달되는 게 있을까 싶다.
결국 그 당시 뽀로로를 피할 방법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늘 옆에 있는 나 스스로의 좋지 않은 말과 행동을 피하는 법을 찾는 게 맞았던 것 같다.
이건 앞으로도 계속 현재 진행형일 테니 명심하자!
그가 늘 보고 배우고 있다.
20170510
공동육아 굴렁쇠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한 가지 또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캐릭터'와 '미디어'를 멀리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스마트폰은 언제부터? TV는 얼마나 보여줘야? '일 것이다. 흔히 식당에서 보는 풍경은, 어린 아기가 스마트폰을 통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장면인데, 아이가 없을 때에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었다. (아니 도대체 저 어린 아기한테 스마트폰이라니!!)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면서 와이프와 하는 농담이 '뽀로로 만든 사람 노벨상 줘야 한다'였다.
정말 전혀 보여주고 싶지 않고, 보여주더라도 최소화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 맞는데 이게 한번 사용해서 신세계를 보고 나면 그게 쉽지가 않다. ㅠㅠ (뽀로로가 등장하면 안 먹던 밥도 잘 먹고, 조용해졌었다...) 최근에는 점점 이에 대한 흥미가 줄어서 정말 가끔 사용하는 방법이긴 하다.
그리고 이번에 공동육아를 시작하면서 아예 '캐릭터'와 '미디어'를 거의(?) 근절하고자 하였다. 그곳의 방침이 그러하기도 하였고, (실제로 굴렁쇠 터전에는 미디어가 없고, 캐릭터 놀잇감도 전혀 없다) 이 참에 우리도 줄여보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다.
우선 '미디어'는 거의 우리 생활에서 사라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부부가 TV를 거의 보지 않고, 거실 벽을 책장으로 꾸며두어서, 준영이는 TV를 보지도 않고 틀어달라고도 안 한다. 놀잇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같이 읽는다. (완전 아기 때 EBS 딩동댕 유치원이나 만화를 틀어주곤 했었는데, 이나마도 안 보여주니 전혀 찾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사두었던 수많은 '캐릭터' 상품들은 우리의 삶 속에 너무도 깊이 들어와 있었다. 이미 어릴 적부터 가지고 놀던 것들이라서 애착도 강하고 그 인식도 매우 강한 상태이다. (특히 목욕할 때 가지고 노는 목욕 캐릭터 장난감이 없으면 목욕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ㅡㅜ) 터전에서 못 가지고 놀아서 그런지, 집에 있는 동안에는 더 열심히 노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내린 결론은 앞으로 추가로 구매하는 의류/장난감은 최소화를 하되, 현재 있는 장난감들은 억지로 떼어내려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캐릭터'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너무 매몰되거나 맹목적인 집착이 될까 봐 걱정이 된 것이었지만,
생각을 또 달리해보면 이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준영이는 뽀로로 친구들로 동물들을 알게 되었고, 폴리 친구들로 다양한 탈 것들을 알게 되었다. (동물원에서는 펭귄에 열광했고, 카시트에서는 경찰차/소방차/구급차에 열광한다.)
어느 것도 정답이 없겠지만 아이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통해 어느 것이 더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찬찬히 살펴가면서 아이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겠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