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첨벙과 스킨십
태어나서부터 아빠와의 스킨십을 위해 저녁마다 씻겨온 것이 바로 어제까지도 함께 목욕을 한 것으로 이어졌다. 정말 작은 통에서 씻기던 아들을 생각하면 이젠 혼자 큰 욕조에서 노는 모습에 정말 같은 아이인가 싶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이제 목욕물에서 실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다 씻고 나서 혼자서 물 닦고, 로션 바르고, 옷 입고, 이 닦고 할 수 있는 형님이 되었다.
하나씩 하나씩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편하기만 했는데 언젠가 아쉬워질 테지.
20170512
준영이가 태어난 뒤, 내가 아빠로서 아이와 스킨십을 하기 위해 꾸준하게 해온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첨벙첨벙'이다. 잠자기 전에 목욕하는 것을 말하는 우리끼리의 용어다.
때로는 함께 들어가 씻기도 하고, 그냥 준영이만 씻기도 하고, 물놀이하다가 옷이 젖기도 하는 등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스케줄이다.
아무래도 엄마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스킨십을 채우고 자는 부분도 있었고, 물리적인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맡은 것도 있었다.
아주 처음에는 너무 아기가 작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작은 물통에 물을 받아서 조심스럽게 씻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점점 크면서 통을 큰 것으로 바꾸면서 씻기다가, 이제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씻는다.
'첨벙첨벙'할 때 준영이의 관심사나 놀잇감도 계속 변했다. 처음에는 물 자체를 신기해하면서, 손과 발로 툭툭 치면서 놀았고 (이런 모습에서 ‘첨벙첨벙’이 유래되었다) 샤워기에 빠져있기도 했었고, 물놀이 장난감(물총, 캐릭터, 물고기 등)과 신나게 놀기도 한다.
물놀이를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깨끗이 씻고 난 뒤, 큰 수건으로 아이를 감싸서 내 품에 안아서 들 때이다. 그 상쾌하면서 뽀송뽀송한 감촉은 언제든 매우 최고이다! (이제 곧 아이가 잠이 들 시간이어서 하루의 육아가 종료되어 자유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준영이도 이 순간에는 매우 기분이 좋아서 안 하던 애교도 피우고 예쁜 짓을 많이 한다.
물론 이렇게 아름답게만 끝나지는 않는다. 매우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몇 가지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꺼내보자면..
가끔 목욕을 마치기를 싫어해서 주야장천 물에서 놀거나, 나올 때 울면서 나올 때가 있다.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는 아직도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스킬을 동원해서 아이를 잠자리로 인도한다.
그리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생기는 불상사인데... 깨끗이 받아놓은 물에 들어가자 마다 소변을 하기도 한다. ㅡㅜ 물을 다시 받아야 한다. ㅡㅜ 생각해보면 내가 보지 못하고, 물속에서 한 적도 수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건 딱 한 번이었는데.. 갑자기 욕조 밑바닥에서 이무기 한 마리가 쑤욱 솟아난 적이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요즘에는 좀 컸다고, 주로 혼자 씻으려고 한다. 욕조에 아빠가 들어가는 것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럼 욕조 밖에서 씻으면서 물놀이를 하거나 장난감 물총으로 같이 놀곤 한다.
아이와 함께 씻고 씻기면서 친밀도도 올라가고, 아이의 커가는 몸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다. 요즘엔 마음 내키면 가끔 바닥을 손으로 짚고 수영을 하면서 발로 물장구를 치기도 하는데 제법 그럴싸하다.
언젠가 함께 대중목욕탕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