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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05. 2021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있는가?

우선 좋은 아빠가 뭘까?

사실  모르겠다내가 바라는 좋은 아빠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어떤 것을 좇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가 판단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의 좋음은 그 상대방이 느끼는 것이 전부다. 아무리 본인이 '나는 좋은 OO이야!'라고 외친 들 주변에서 절레절레한다면 그저 공허 해질 뿐이다.


이제는 아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아빠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그때그때 아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해주면 된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쉬울 수도 있다.


나를 아빠로 여기고 아빠인 나를 느끼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내 아들이다.


그저 내 아들이 나를  많이 좋아하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고민 중







20180907


머리가 커지고 나서부터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해왔다. '좋은 아빠가 되는 거요.'


그냥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믿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는 자부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 부끄럽지 않을 아빠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5살이 되어 자아가 형성된 아들과 지내고 있는 요즘 꼭 그렇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에피소드 1


지난 주말 토요일 아침, 8월 초 여수 여행 이후 한 달만에 천안에 부모님과 동생네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준영이가 장난을 좀처럼 멈추질 않았고, 여러 번 좋게 말을 하며 부탁을 했다. '아들아~ 지금 너무 오래 장난을 치고 있어서, 옷을 못 입어서 나갈 준비를 못하고 있어~ 이리 와서 같이 준비하자'


주말이라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좋아서 흥분한 터라 이야기가 잘 먹히질 않았다. 그러고도 몇 번을 이야기했고... '아들아~ 이제 더 준비 안 하고 도망 다니면 아빠가 속상하고 화날 것 같아, 이제 와서 준비하자~'


대꾸도 없이 계속 도망 다니자 결국... '야 ~~!'


이렇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너무 놀란 아들은 바로 울먹이며 내게 왔고... (아마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나도 아차 싶었다. '아빠가 너무 속상해서 못 참고 큰소리를 냈어... 미안해.'


그러나 이렇게 사과만 순수하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너무 당황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아빠가 이러이러해서 속상했어. 여러 번 이야기했었잖아..' 아들은 이미 너무 놀라서 내게 안겨서 훌쩍이고 있었고, 대화를 나눌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이해를 좀 시킨 다음 집을 나섰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에는 이렇게 큰소리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에피소드 2


할머니께서 노환으로 천안 외곽의 한 요양원에 계신다. 이번 천안 방문 차, 함께 들려서 안부 인사를 드렸다. 그날 아침일 때문인지 문득 나 어릴 적 건강한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방문하고 나를 아껴주신 일이 떠올랐다.


이렇게 어릴 적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는데 오늘 일도 아들에게 떠오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다짐했다. 나만의 실수로 나쁜 기억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에피소드 3


극장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가끔 집안일(설거지, 빨래 정리)할 때는 종종 모바일로 영화를 보곤 한다. 나중에 봐야지 하면서 찜해둔 영화 2편을 최근에 보았는데, 마침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나와서 이렇게 남겨 둔다.


먼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이가 바뀌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에 대한 역할과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기억나는 대사는... "(바쁜 아빠 왈) 회사에는 나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좋은 아빠 왈) 아버지라는 일도 그렇다."


그리고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힘들게 취업했지만 고약한 상사에게 당하며 자살을 시도하다가 새로운 인생관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직장인인 우리네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기억나는 대사는... "(아버지)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란다."


막연한 좋은 아빠라는 생각만을 가질게 아니고 항상 되돌아보며 행동에 옮기도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여 바로잡아야겠다. 내가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과 내가 아들에게 좋은 아빠로 보이는 것이 분명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4


어느 날 저녁 굴렁쇠 같은 방 친구들과 모여서 넓은 곳에서 킥보드를 타며 놀았다. (난 회사, 파랑이 하원 담당) 중간에 파랑이 동영상을 보내주었는데 아들이 킥보드 타는 친구들을 열심히 뛰어서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처음에는 자기 킥보드를 타면서 같이 다니려고 했으나 그동안 연습이 별로 안돼서 못 따라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내팽개치고 직접 뛰면서 놀았다고 한다. 2시간을 열심히 달린 뒤 집에 와서는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발에 붙이는 파스를 대고 잠들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파랑은 너무 짠했다고 했고, 괜히 나도 속이 좀 상했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저녁에 와서 밥 먹고 산책을 킥보드로 다니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긴 한데... 엄청 흥미가 있어 보이진 않아서 억지로 시킬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하. 아무튼 이제 새로운 운동 (자전거 같은 거?)는 아빠인 내가 맡아서 전수(?) 해 보려고 한다. 이런 아빠와의 추억이 잘 쌓여가길 바라면서.. ^^


데칼코마니?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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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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