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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0. 2021

글쓰기와 책쓰기의 차이

편집자의 반가운 연락

공개된 곳에 글을 꾸준히 매일 쓴 지 2년이 되어 간다. 특별한 필터나 검열 없이 생각과 느낌을 옮긴다. 쓰는 나를 방해하는 건 없다. 어쩌다 가끔 스스로 믿지 못하는 나 정도가 거치적거릴 뿐이다. 혼자 한 다짐을 남에게 보인 덕분에 계속 쓰는 힘을 얻는다. 누군가 읽어 줄 것을 예상하고 기대하며 쓴다. 그만큼 타인의 반응에 감정은 오르고 내린다. 쓰는 건 내 마음대로지만 소감은 내 소관이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려 애쓴다. 쓰기와 읽기는 떼어낼 수 없지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자주 뒤통수를 쳐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쓰는 것뿐이라고.


글을 쓰는 데 있어 전환점인 출간 계약을 알렸다. 얼굴을 본 사람부터 보지 못 한 사람까지 닿을 수 있는 모두에게 전했다. 전부터 읽고 호응을 해주던 이의 축하는 고맙고 따뜻했다. 읽는 줄 몰랐지만 읽고 있었다는 이의 응원은 놀랍고 의외였다. 그때마다 기쁘고 반가웠지만, 그 이상은 요동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벅찬 감동이 낯설어서 넘치려고 할 때마다 꾹꾹 눌러댔다.


방심했던 새벽 어느 , 눈물이 오래 흘렀다. 내게 전해진 이야기에는 경쾌함 가득했는데도. 매일 꾸준히 쓰는  알게  독자분의 남편이  팬이 되었다는 흥겨운 소식이었다.  안에서 아빠 육아에 대한 진심을 봤고 책이 나오면 반드시 사서 보겠다는 고마운 약속. 평소 같으면 웃고 즐겼을 텐데 그날은 이상했다. 눈물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찾아오는 순간이 남달랐다. 그때가 그랬다.  방울이 나오기 시작하자 뒤에서 계속 따라왔다. 겉으로도 속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  약속을 지켜왔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묵묵히 매일 새벽 써왔다. 가끔 쓰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이유가 없어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이 갑자기 몰려왔다. 나도 모르게 힘들었던 걸까.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었던 걸까. 정확히  모르고 울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기쁘게 울고 다시 기쁘게 썼다.


눈물을 보았던 날은 책에 들어갈 원고를 쓰던 날 중 하나였다. 매일 쓰던 글로 책을 내게 된 것처럼 책에 들어갈 글을 쓰는 것도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주제도 익숙했고 쓰는 시간도 똑같았다. 하나둘 글을 써가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더니 완전히 달랐다. 책에 담을 글을 준비하고 쓰는 자세가 변했다. 전보다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소재와 구성을 고민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쓸 때였다. 처음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전에는 따로 아픈 적도 기쁜 적도 없었다. 평온하게 쓰고 마무리했다. 어쩌다 하는 일이 아니고 매일 하는 행위라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이게 글쓰기와 책쓰기의 차이인 줄은 모르겠지만 분명 더 힘들면서 더 신났다. 고통과 치유의 반복은 남모를 희열을 남겼다. (나 혹시 그쪽은 아니겠지?) 돌아보니 눈물이 흘렀던 날도 쾌락의 오르내림 속에 일격을 당해 무너진 셈이었다.


 하나 변하지 않아 아쉬운  있다.  글이다. 모두 달라졌지만 글만큼은 그대로였다. 아무리 고민하고 울고 웃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글솜씨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게 제자리라는 말이다. 아쉽지만 사실이다. 변태같이 찡그렸다 웃기를 반복하며  내려갔다. 늘지 않는 글쓰기는 원래  것이 아닌  모른 하며. 그럴 때면 나를 알아준 편집자 생각을 했다. 희미하고 흐릿한 인연 속의 가능성을 알아준. 감사라는 표현으로 부족하지만,  이상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부족한 내게 무척 소중한. 원고를 쓰다가 막히거나 고민이  때면 우리가 주고받은 메일을 보고  봤다. 읽고  읽다 보면 실마리가 보였다.  글을 나보다  많이 읽고 고민한 의견에는 답이 있었다. 모자란 생각과 글을   명의 조력자와 함께 채워나갔다. 남아있는 공허한 빈칸을 조금씩 그려 나갔다. 나만의 솜씨로 완성된 그림을 그에게 보이는 날을 기대하며. 별다른 이유 없이 어쩐지 칭찬과 격려를 가득 담아  같았다.


약속된 분량과 일정에 점점 다가가던 며칠 전이었다. 한 달 정도 연락하지 않았던 편집자에게 안부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거짓말처럼 그의 메일이 도착했다. 이게 텔레파시, 이심전심, 천생연분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신나게 외쳤다. 그날 하루 중 가장 기쁘고 밝은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내가 하려던 바로 그 안부 인사가 맞았다. 그런데 있으면 안 되는 말이 보였다. 내 눈을 의심하고 여러 번 비벼댔다. '퇴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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