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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6. 2021

코로나는 변비약 효과가 있는 걸까?

휴지 사재기 현상

마트에서 펼쳐진 '두루마리 화장실 휴지(Toilet Paper) 쟁탈전'을 들어봤는가?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던 시절 호주에서 일어나서 널리 퍼졌던 영상이다. 초기의 광적인 멘붕 사재기(Panic Buying)가 벌어질 때의 일이다. 여러 개의 휴지 꾸러미를 가져간 이에게 한 개만 양보하라고 했으나 정색하며 거절해서 벌어진 다툼이다. 그 이후 인당 구입할 수 있는 휴지의 양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런 휴지에 미친 듯이 매달려서 생기는 일을 황당하게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초조함도 몰려왔다. 나에게도 평소 가장 중요하게 챙기는 물품 중 하나가 바로 '휴지'였기 때문에. 늘 집안의 재고를 살피고 부족할 것 같으면 미리 채워두는 것이 내 중요 관심사이자 책임이었다. (나름 살림 담당자!) 그래서 이 '휴지 욕심 사태'를 남 일 보듯 보기가 어려웠다. 내게도 휴지가 부족해지는 상황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충분히 무서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휴지를 쌓아두려는 걸까? 차라리 먹을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집안에 갇혀 있으면 의식주 중에서 '식'만이 유일한 생존의 열쇠로 남기 때문에. 화장실에 걸어두는 휴지는 먹지도 못한다. 배설 후의 뒤처리, 그 용도는 딱 이 한 가지뿐이다. 나의 두려운 마음과 다른 이들의 공포를 함께 헤아려 보았다.


지금 우리는 아주 청결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온갖 오물이 널려있었다던 옛날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중세 유럽 하이힐의 탄생 배경이 그것 때문이라 하니...) 생활하면서 개인이 직접 '더러운 것'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지점에서 미리 깨끗하지 않은 것을 모두 치워주고 있다.


유일하게 개인이 스스로 '더러움'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화장실에서 용무를 볼 때다. 이때는 남이 해줄 수 없다. (비데도 완벽한 마무리는 어렵다. 많이 좋은 건 못 써봄.) 직접 '마무리'를 해서 깨끗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휴지'다.


우리는 이 유일무이한 '더러움과 만나는 순간'에 대적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는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더러움은 공포 그 자체다.






요즘도 호주에선 확진자가 유의미한 숫자로 발표되면 마트에서 휴지가 먼저 없어진다. 이해한다. 나도 요즘엔 평소보다 더 많이, 미리 휴지를 사두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두려움을 이해하기에 너무 욕심을 내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 함을 알고 있다. 제한된 양을 지켜야 하고 무리한 쌓아두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초기에는 쌓아둔 휴지를 자랑도 하고 개인끼리 판매도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혼자서만 깨끗해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모두가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이 놈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우리가 다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모여있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과 같다. 휴지를 함께 나눠 쓰면서 서로의 더러움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심리적으로 남들이 사재기를 시작하면 내 몫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으로 함께 뛰어들게 된다.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바이러스의 확산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조심하고 정신을 놓지만 않는다면 이제 휴지로 싸우는 이런 웃픈 해프닝은 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을 곳은 보다 가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의 여행에서 숙소에 있던 마지막 비상 두루마리 휴지에 적혀있던 인상 깊은 메시지가 기억난다.


'혹시 이게 마지막 휴지라면 대참사의 시작입니다.'


뭐 이런 식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우스운 듯하면서도 곧 공포심이 몰려왔었다. 아마 휴지 사재기를 하던 사람들도 이런 멘트를 읽었거나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이런 것에 현혹되거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린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 휴지를 아껴 쓰고 함께 쓰자. (적절한 마무리 멘트가 아닌 것을 알지만 어쩔 줄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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