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ul 07. 2021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 관계

노력해서 안 되는 것도 있다?!

한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알게 된 '퍼스널 컬러 테스트' 링크를 파랑에게 전달했다. 난 원래 이런데 관심이 없고 귀찮아해서 안 한다. 그래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와이프가 즐겨할 것 같아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보냈다. 바로 해본 파랑이 하나 빼고 기가 막히게 다 맞는다고 했다. 급 호기심이 생겨 순식간에 해봤다. (귀가 참 얇다.)


설명들이 나름 성공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생각은 여전했다. (여름에는 물을 조심하시고 겨울에는 감기를 조심하세요 같은...) 파랑이 내 결과를 물었다. 알려줬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 화면을 보여줬다.


'우린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래...'


원래 다들 이렇게 나오는 거겠지?


뭔가 했더니 서로의 컬러로 '궁합 테스트'를 해본 결과였다. 설명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맞기 때문이었다. 가끔 툭탁되는 포인트도 그 다름에 대한 차이에서 시작되는 것도 맞았다. 


그날 하루 종일 난 '홍파국'으로 불렸다.(홍은 내 성) 이 재미나지만 섬뜩한 결과를 열심히 지인들에게 알리는 파랑을 보면서 난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파랑은 나와의 다름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 다른 연인들처럼 퇴근 후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인사동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저기 '궁합/사주/타로'라고 적혀있는 천막이 보였다. 모태신앙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이 분명한 파랑이 내 손을 잡고 그곳으로 이끌었다. 항상 분명한 생각이 있고 이유를 가지는 친구라서 순순히 따랐다. (아마 그때는 내가 완벽한 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렴풋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는 시점이었기에 한 번쯤 재미로 봐 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만 다른 것도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파랑과의 관계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좋다고 했다. 우리 둘의 관계가 좋다고 했다. 나는 기뻐하며 안도했고 파랑은 만족하지 못했다. 다음 집을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좋다고 했다. 다시 나는 후련해했고 파랑은 복잡해했다. 나중에 들어본 파랑의 입장은 우리의 다름에 대해 고민이 많았었고 혹시 관계가 어렵다고 하면 그 핑계로 날 떼내어 볼까 했었다고 한다. 이런 운은 기가 막힌 나였기에 아주 절묘하게 피해나갔던 것이다. 물론 그 결과가 안 좋았더라도 난 다른 방법을 통해 우리를 엮어 놓았을 테지만. 아무튼 우리는 서로 사랑을 해나가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안 싸우고 잘 지내는 연인, 부부도 있다고 하지만 우린 아니었다. 다행히 둘 다 속부터 악한 사람은 아닌지라 의도가 나빠서 싸운 일은 없었다. 다툼의 원인은 늘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는 노력의 방향이 어긋날 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 줄 알게 된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데 이게 항상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감정의 오르락 내리락이 시작되면서 툭탁거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감정이 흔들리면 그때부터는 이성, 논리, 합리와는 안녕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깨닫는다. '아!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주 긍정적, 낙관적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 둘이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솔직하게 찔러도 봤다가 데이기도 한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부심마저 느낀다. 어차피 사람은 모두 다르다. 누굴 붙여놓아도 다름은 존재한다. 그 크기가 커 보이는 것과 작아 보이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다름도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나쁘지 않음을 바로 옆에서 본 사람의 증언도 확보하고 있다. 우리의 서로 다름을 골고루 물려받은 아들이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오늘 보니까 아빠랑 엄마랑 딱 맞는 것 같아, 아빠랑 엄마는 어떻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났지?’ 아이들의 눈은 꾸밈이 없고 정확하다. 그래서 난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확신한다.


결정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이런 테스트니 운명이니 하는 것을 1도 믿지 않는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살이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려는 목적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로 하는 거다. 나는 그 재미조차 잘 못 느껴서 귀찮아하는 거지만. 그래서 여전히 난 '홍파국'이라 불리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귀는 얇지만 믿음은 두껍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한번 해보시기를! 하루 웃고 즐길 이야깃거리로는 아주 좋을 것이다. 절대 연연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하며 링크를 남겨 놓는다.



퍼스널 컬러 테스트 

(* 먼저 '한국 국기'를 클릭 -> 여러 테스트 중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찾아서 클릭)

나와 정말 다른 그녀를 탐구하다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