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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7. 2021

우리의 신념으로 아이를 계속 키워갈 수 있을까?

좋을수록깊어지는 고민

그때 즈음부터 해외 생활을 막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지금의 호주 생활을 계획하진 않았지만. 아들을 빡빡하며 비교하고 압박받는 곳에서 기르지 않으면서 우리 부부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렇게 흘러오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보였겠지만 우리 가족은 꽤 오래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해보고 꿈꿔왔었다. 아직은 시도에 불과한 지금이지만 그 시작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본다. 우리 가족은 지금 여기서 많이 행복하다. 그리고 그 단단한 결심의 기반은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 생활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20181031


정말 오랜만에 아빠랑 등원했다. 다친 발을 치료하러 평일 오전에 병원을 가야 하는데 마침 파랑 회사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내가 지원했다. 다행히 아침에 아들이 잘 협조해 주어서 무리 없이 진료를 받고, 잘 낫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굴렁쇠로 등원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갑자기 무언가 중요한 게 생각이 났는지... '아빠! 검은 날에는 굴렁쇠 가서 안되고, 파란 날은 식당 가거나 마트 가서 안되고, 빨간 날은 교회 가서 안되면 사탕은 언제 먹어?' 아마 요즘 사탕을 틈만 나면 먹으려고 해서 그때마다 이래저래 안 되는 이유를 이야기했더니 마음속에 쌓여 있었나 보다. '검은 날은 굴렁쇠 가니까 안되고, 파란 날이랑 빨간 날에 집에서 밥 잘 먹고 쉴 때 먹거나 편의점 산책 가서 녹색 식탁에서 먹자~' 나름 주말로 한정을 하려고 설명을 했는데 아들이 단칼에 정리했다. '너무 길어~ 그냥 검은 날엔 안 먹는다고 엄마한테 이야기할게~’ 오, 명쾌한데?



2년마다 한번, 전국에 있는 공동육아 터전이 모여서 열리는 '2018 공동육아 한마당'에 다녀왔다. 바람이 불어 살짝 쌀쌀했지만 햇빛이 많아서 따뜻하게 잘 놀다 왔다. 준비해주신 담당자, 공공교 덕분에 다 같이 가을 한나절 즐겁게 먹고 놀고 왔다. 이렇게 비슷한 생각으로 여러모로 노력하는 '동지(?)'들이 있다고 하니 어쩐지 지금의 노력과 애씀이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번 행사 테마가 '나는 귀하다 너도 귀하다 우리 모두 귀하다' 였는데 아들이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저 테마를 조용히 읊조리는 것이 아닌가? 사실 아들은 본 행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친구들과 노는데 더 집중을 했었는데 언제 들었지? '아들~ 그거 어떻게 알고 있었어?' 별다른 설명 없이 웃으며 몇 번 더 소리 내어 이야기하더니 다시금 놀이에 집중했다. 아이는 주변 환경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는구나 싶었다. 오늘도 나들이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는데 '나 오늘, 체력단련장 나들이 가서 아빠 하는 운동(팔 굽혀 펴기) 따라 했어~' 어디서든 말조심, 행동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했다. (생각만 한 것은 아니기를)



아들이 남의 말에 대답을 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유독 낯설어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래 와서 좀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말도 잘 통하고 해서 우리도 이제 좀 컸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이제 아가도 아닌데 대답하고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몇 번 혼을 내었다. 그러다가 우리끼리 생각을 다시 해보고 주변 이야기도 듣고 나서는 우리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그동안 항상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안아주면서 다독였었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우리 마음대로 육아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아들이 혼란이 와서 더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더 안아주면서 우리가 더 기다려주는 것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가끔씩 욱하는 것을 참기 어렵다. 하하. 참, 나란 사람.



이제 한국 나이로 5살인 아들. 같은 나이 다른 아이들은 벌써 조기 사교육 열풍을 타고 영어다 뭐다 배운다고 난리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러든지 말든지 우린 지금 공동육아를 하며 다른 아마들과 똘똘 뭉쳐서 견뎌내고 있다. 그런데 남이 아닌 더 가까운 가족들이 아들을 걱정하며 부담을 주고 우리가 느낀다면 정말 우리 신념만을 내세우며 준영이를 키워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흔들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누군가 다른 믿음을 가진 자에게 우리의 믿음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라면 더더욱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괜히 더 경쟁 중심의 한국 사회, 교육 제도를 탓하게 된다. 그래서 파랑과 장기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우리 생각으로 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공동육아 한마당의 추억




에피소드들


1. 코 고는 아빠 깨우기

하루는 아들을 재우다가 먼저 잠들었다. 어느새 아들이 내 옆으로 와서는 날 깨웠다. '아빠~ 아빠 코에서 소리가 나서 잠을 못 자잖아~' 



2.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다

파랑과 아들이 아침에 뒹굴거리면서 '우리 아들 사랑해~" 하니 '굴렁쇠 누나 OO 엄마는 떼쓰고 울 때도 사랑한대'라고 했다. 멍해진 파랑이 다급히 말했다. '엄마도 아들 떼쓰고 울어도 사랑하는데? 언제나 사랑하는데?' 아들은 입을 다물었다. 파랑이 더 말했다. '응? 아들은 엄마가 혼내면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떼쓰고 울면 엄마가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드디어 아들이 입을 열었다. '응' 당황한 파랑은 멈췄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늘 아들을 사랑하는데~ 엄마의 사랑을 믿지 못하다니 이 녀석~~~' (간지럼 간지럼)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외쳤다. '믿어 믿어 믿어! 꺄르륵~' 직접 들은 파랑도 전해 들은 나도 반성했다.



3. 곰을 이겨야 하는 아빠

밤에 잘 때면 아들이 내게 종종 ‘이놈 해줘'라고 부탁한다. 밤에 깜깜하니 뭐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좀 대충 해주기도 하고 2~3번 요구하면 귀찮아서 자는 척도 해본다. 그러면 울먹이며 무섭다고 한다. '아빠~ 곰이 나타날 것 같아!' 음... 곰이 진짜 나타나면 아빠도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이놈은 마음껏 해줄게! 힘차게 이놈을 몇 번 외치면 그제야 편안하게 잠이 드는 아들이다. 이제 나만 남았다. 난 누가 '이놈' 해주지.


미용실에서 바가지 머리로 자른건가?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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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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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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