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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4. 2021

자주 깜빡하는 너의 소중함

요즘 아들의 사정

이때가 3년 전 이라니 믿어지질 않는다. 바로 엊그제 인 것 같이 아들과 함께 다녔던 굴렁쇠 어린이집 하원길이 생생하다. 사진을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많이 자란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2.26킬로그램 갓난아기로 우리에게 찾아와 지금까지 함께 지낸 시간은 우연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아들! 너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깜빡깜빡 잊지 않도록 오늘 하루도 잘해볼게! 







20181111


11월에도 굴렁쇠 이사회는 바빴다. 보조교사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다. 정기 이사회는 대표교사님의 안식 월로 대무 교사님과 장시간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교육도 '공동육아에서 자란 아이들, 그리고 여러분 자녀의 미래는?'라는 주제로 받았다. 강사의 공동육아 선배로서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참고할 만했고 이로 인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서 좋았다.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일도 있었다. 비 오는 날 차 없이 하원 하러 갔다가 어떻게 하나 싶었다. 다행히 다른 아마에게 넌지시 부탁을 해서 폭우 속에 편안하게 얻어 타고 집에 잘 도착했다. 요즘 아들의 사정은 좀 더 복잡다단 다사다난하다.



1. 내 주스 좀 맡아줘


파랑이랑 병원 진료받고 나서 산 과일 주스를 엄청 열심히 마셨다. 그러다가 반쯤 남았을 때쯤 터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아들] "엄마~ 오늘 엄마가 데리러 와?"

[파랑] "응~"

[아들] "그럼 이따가 이거 다시 가지고 와"

[파랑] "응?"

[아들] "터전 들어갈 때 못 가지고 들어가니까 아쉬워서~"




2. 생애 첫 야구장 방문


한국시리즈 1차전 표를 어렵게 구해서 일요일에 잠실야구장에 세 가족이 출동하였다. 날씨도 좋고 우리는 신났는데 아직 아들에게는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나 보다. 7회 즈음 졸린 듯하여 데리고 집에 왔다. 다음날 월요일에 터전에 가서 같은 방 아이들과 주말 지낸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야구장 가서 응원했는데 빨간 모자 쓴 게 우리 팀이었어. 빨간 모자 쓴 사람들이 이겼고, 남색 옷 입은 사람들이 졌어. 야구장에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 킥보드 타려고 했는데 없어서 집에 가서 가져와서 했어."


그날 아들은 나름 경기를 보고 있었다. 야구장이 큰 잔디밭이라고 한 이야기를 듣고 킥보드를 신나게 탈 기대를 했었던 것이다. 참 아이들의 시선이란 신선하다!




3. 한국을 빛낸 100명의...


요즘 아들이 푹 빠진 노래는 '한국을 빛낸 100의 위인들'이다. 누군가 터전에서 불렀는데 그게 기억이 났는지 생각나는 대로 막 부르기 시작했다. 집에 노래가 나오는 책이 마침 있어서 들려주었더니 요즘 열심 외우는 중이다. 최근에 들어보니 4절까지 거의 다 외운 듯했다. 오호. 그 노래 자체가 신선했는지 정확히 따라 부르는데 집중 중이다. 나도 초등학생 시절에 열심히 외워서 부르고 다녔던 것 같다. 파랑은 역사는 질색이란다. 



4. 드디어 완쾌!


드디어 아들의 길고 길었던 발 상처 치료가 끝났다. 이젠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아들은 가장 기뻐했다. 굴렁쇠 가서도 목욕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같은 방 친구들로부터 축하도 받았다고 한다. 하하. 귀여운 녀석들.



5. 아들의 밀당


어느 날 아침 파랑이 "오늘은 죽 먹으면 어때?"라고 아들에게 3번 물어도 별 말이 없길래 죽을 데웠다. 갑자기 아들이 없는 멜론이 먹고 싶다며 사 와서 달라고 울었다. 그러다가 안되니 밥 차려달라고 밥이 먹고 싶다며 울었다. 죽은 싫다며 안 먹을 거라고.


 [파랑] "너 지금 20분 동안 떼썼어 20분이면 그리지와 레밍스(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끝날 시간이야." 


그랬더니 갑자기 그때부터는 그리지와 레밍스 보러 갈 거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파랑이 아들을 붙잡고 너한테 선택권을 줬는데 네가 선택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죽 먹는 거라고 확답받고 죽을 주었다.


[아들] "엄마 이제 맨날 이것만 줘. 이거 많이 만들어 줘. "

[파랑] "아깐 밥 먹는다고 누가 막 울었는데?"

[아들] "아까는 이게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


푸하하. 무슨 죽이 었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소고기죽'이었단다. 두 입 먹고 기분 좋아진 아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파랑] "아깐 배고파서 울었어?"

[아들] "응."


파랑이 다시 한번 반성했다. '말만 잘하지, 아직 아간데 내가 자꾸 까먹네...' 그러게 한참 아간데 계속 까먹네 우리.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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