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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31. 2021

아빠는 별로 필요 없지?

생각이 많아진 엄마 바라기

꽤 오래전 그때도 지금처럼 아들에 대한 짝사랑이 심했었다. 어린 아들의 말 한마디에 혼자 속상해하는 게 지금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그래도 나와 아들이 모두 성장했나 보다. 더 이상 아들은 아빠와 있을 때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아들이 엄마를 더 좋아해도 이해한다. 정말이다. 무의미한 순위 싸움은 의미가 없다. (이게 바로 말로 하는 방귀?) 0순위를 나는 이길 수 없다.






20181126


11월에는 터전의 중요한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내년 한 해를 위한 '김장 담그기'. 터전 영양교사님과 식단 담당 아마의 주도하에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여 금요일 저녁 사전 준비, 토요일 본격 김장을 통해 진행된다. 금요일에는 세 식구가 총출동했고 토요일에는 술병이 난 파랑이 집에서 요양을 하고, 내가 투입되었다. 아픈 파랑을 편안하게 쉬게 하기 위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수육 뒤풀이할 때 아들을 터전으로 데리고 왔다.


아들은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제 집처럼 흥분하며 신나게 놀았다. 아빠가 다른 방에서 있어도 함께 터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방에서도 안심하고 놀았다. 그 덕분에 나도 충분히 먹고 즐겼다.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 뒤 다음날 주말 청소 가구를 위해 삼삼오오 자발적으로 터전을 정리하며 도왔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아, 터전 김치는 역시나 엄청 맛있게 잘 되었다!




풍성해지는 아들의 생각


1. (아빠랑 둘이 자려고 누워서...)

[아들] "아빠~ 어려운 거, 쉬운 거 뭐 먼저 하게?"

[나] "응? 무슨 말이야?"

[아들] "어려운 거 먼저 해야 빨리할 수 있어~"

[나] "아하! 누가 알려줬어?

[아들] "아니~ 내가 혼자 생각한 거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벌써 할 수 있지?



2. (파랑과 자면서...)

[아들] "내가 아빠 엄마만큼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파랑] "엄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지~"

[아들] "내가 무한살이 되면?"

[파랑] "그럼 엄마 아빠는 하늘나라 먼저 가있지~"

[아들]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엉엉 ㅜㅜ)"


나도 어릴 적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한 걱정을 했다. 부모의 입장이 되니 아들의 걱정이 이해된다. 함께 하는 동안 오래오래 행복하자!



3. (언젠가 파랑과...)

[아들] "엄마~ 내가 말 잘 안 들으면 안 사랑해?"

[파랑] "아니~ 그래도 준영이니까 사랑하지~"

[아들] "엄마~ 그럼 나보다 더 말 잘 듣는 아이가 있으면?"

[파랑] "그래도 우리 준영이를 사랑하지~"


최근에 엄마 아빠 말 잘 들어달라고 여러 번 부탁한 게 아들 마음에 남았나 보다. 사랑은 그냥 무조건이다. 아들의 질문처럼 말을 잘 듣든 안 듣든, 다른 어떤 이유가 있든. 우리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또 그렇게 표현하고 지내야겠다.



4. (엄마 옷 냄새, 아빠 옷 냄새)

[아들] "아빠~ 엄마 옷 냄새 맡고 자면 엄마 생각이 나는데, 아빠 옷이랑 냄새 맡고 자면 아빠랑 똘똘이가 생각나서 슬퍼"


똘똘이는 예전에 모델하우스에서 받아왔던 꽃화분인데 키우다가 시들어 죽었다. 그 기억이 인상 깊었는지, 똘똘이 생각이 나면 슬프다고 한다. 근데 왜 아빠 옷 냄새를 맡으면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아들에게 슬픈 존재인 걸까.




아빠랑 하원, 그러다가도 문득 엄마 보고 싶어


어느 날은 아빠랑 집 근처에서 같이 달리면서 집으로 가다가 갑자기 "아빠~ 엄마가 보고 싶어 (울먹울먹)" 어느 날은 하원 하는 길에 갑자기 소고기 먹고 싶다고 하여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갑자기 "아빠~ 엄마랑 같이 식당 오고 싶어 (울먹울먹)" 요즘 부쩍 엄마 많이 찾는다. 아빠는 뭐 별로. (나는 괜찮다) 



아빠 보단 엄마


전혀 괜찮지 않았는지 어느 날 아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  "아들~ 엄마도 좋은데 아빠도 필요하지 않아?"

[아들]  "아빠는 뚜껑 딸 때랑 , 블록 만들 때 필요해~"

[나]  "그럼 아빠는 별로 필요 없으니 아빠는 같이 안 있어도 되지?"

[아들] "음..."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당황하고 속상한 마음에 기억이 안 난다. 5살 아들과 할 만한 대화는 아니었음을 잘 안다. 그래도 왠지 모를 서운함이 많이 몰려왔다. 정말 속상했다고! 블록과 뚜껑에 필요하다니 ㅡ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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