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Aug 19. 2021

계속 들이대는 아빠

연말을 맞이하는 우리 가족의 사정

두 번째 겪었던 굴렁쇠에서의 겨울.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집 회사만 오가며 단조롭지만 충분히 바쁘게 살았었다. 아이의 등장으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아들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


인생의 선물이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예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빠짐없이 소중한.


그 따뜻했던 겨울을 기억한다. 다시 그 겨울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곳 덕분에 어디에서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엄마 아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아들의 당찬 말처럼.







20181220


연말 굴렁쇠 행사


마지막 우리 5세 즐거운 방모임을 선생님의 휴가로 아마들과 아이들끼리 송년 모임으로 대체했다. 아이들은 그날 아침부터 방모임을 저녁에 한다며 흥분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하하. 각 가구별로 준비한 음식과 가벼운 와인과 맥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촛불도 켜고 음악도 틀고 좀 우아하게 잘 진행해보려 했으나... 결국 아이들의 흥분과 울음과 장난으로 생각과는 다르게 끝이 났다.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로 기대하며!


연말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아빠 모임'. 미리 날짜를 잡아두었기에 역대급으로 높은 참석률을 보이며 성황리에 끝났다. 1차는 볼링&맥주, 2차&3차 술집, 4차 이후는 희망자들끼리 알아서. 밀린 수다와 놀이와 음주를 풀어놓으며 아빠들만의 이야기와 굴렁쇠 이야기를 많이도 나누었다. 이렇게 근처 동네에서 동일한 공감대를 가진 남자들과 만나는 것이 꽤 쏠쏠한 재미임을 알게 되어 간다.


이사장으로서 마지막 이사회는 마쳤지만 임단협과 내년 초 간담회와 총회 준비로 몸과 마음이 바빴다. 교사회와의 협상, 자료 준비와 사전 논의 등.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며 열심히 진행 중이다.


흠 먹어볼까? 웃음이 나는 군 ㅎㅎ 최고야!



아들의 성장 증거들


1. 어느 날 배워온 '가족송 고마워요' 가사가 많이 예쁘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빠빠빠 빠빠~ 마마마 마마~ 사랑해서 고마워요~'


2.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다. '아이스 에이지 1~4' 꽤 스토리를 잘 이해했고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등장 동물들을 일필휘지로 쉭쉭 그려내었다. 그 그림이 꽤나 특색이 있어서 잘 보관해 두고 있다.


3. 터전 근처에 아들이 좋아하는 '파랑 하양 식당'이 있는데 이번에 방문했을 때 어떤 기타 동호회에서 연말 모임을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회원들께서 앞으로 나와서 멋진 기타 연주를 보여주셨다. 그 모습에 아들은 푹 빠졌는지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음악과 그림에 빠져있는 요즘이다.


4.

[나] '아들~ 자기 전에는 마음이 안정이 되는 책을 읽자~'

[아들] '어떤 책이 더 안정이 되는 거야?'

[나] '이런 조용한 책이지~ 근데 안정이 어떤 뜻일까?'

[아들] '안정은 조용해지는 거야~'


오! 굴렁쇠에서 안정을 취하자고 설명할 때 들은 것 같다. 하하. 한참 흥분한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아빠의 끝없는 들이댐


1. 나랑은 언제 자?

아들이 아침에 아빠에게 꽤 상냥하게 졌다. 헤어지는 아쉬움 때문인 것이겠지. 하지만 밤만 돼서 오늘은 누구랑 잘 거냐고 물으면 답은 정해져 있다. '밤에는 엄마랑 잘 꺼야~' 응? 잠은 밤에만 자는데? 낮잠은 혼자 잔다며? 그럼 아빠랑은 언제?...


2.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 '엄마가 왜 더 좋아?' (이어지는 우문현답)

[아들] '엄마는 부드럽고 아빠는 꺼칠해서 엄마가 더 좋아- '

[나] '아빠 피부 꺼칠한 건 수염 때문인데 아들도 남자라 나중에 어른 되면 날 거야-'

[아들] '아빠는 무슨 로션을 써서 이렇게 되었어?' (@.@!!)

 

'도대체 무엇을 발라서 이렇게 꺼칠해 진거야?'라는 뜻이 분명했다. 좀 더 물어보니 아빠가 로션을 잘 안 발라서 이렇게 된 거라고 말을 바꾸었다.


3. 나랑 놀러 가자

[나] '아빠랑 바닷가 놀러 갈까?'

[아들] ' 좋아~ 그런데 내일은 팥죽 먹어야 해서 안되고~'


동지 전날이었다. 절기를 챙기는 대단한 굴렁쇠 아이였다


4. 엄마 일찍 나간 아침 1

[나] '검은 날엔 엄마 아빠 회사 가고, 아들은 굴렁쇠 가는 거야~'

[아들] '그럼 우린 언제 다 같이 있어?'

[나] '그러게 ;;; ㅜㅜ'


5. 엄마 일찍 나간 아침 2

[아들] '엄마가 보고 싶은데ㅡㅜ'

[나] '엄마 옷 줄 테니까 이거 가지고 아빠랑 놀자~~'

[아들] '아빠가 일찍 가는 날에는 아빠가 보고 싶으니 아빠 옷도 줘~'


오, 이게 어쩐 일? 역시 들이대고 보는 게 답이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친해지는 방법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