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01. 2021

자기 계발서의 쓸모

몽땅 망해라

최고의 리더는 무엇을 한다!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었던 제목이다. 읽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기분이다. 이런 부류의 타이틀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목이 막혀온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일까? 이건 정말 무책임한 어그로다. (*어그로 aggro :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행동 따위) '무엇'을 했다고 최고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고들을 살펴보니 이런 것도 하더라'는 주변 관찰자의 시선이다. 그걸 해서 최고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이런 책은 막중한 책임은 결코 지지 않는다. 그거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 많고, 더 나아가서 다른 무언가 또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행운? 에라!)


더 재미있는 건 저 ‘무엇’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누가 들어도 당연하고 좋은 것투성이다. '독서, 명상, 글쓰기, 운동, 규칙적인 생활, 물 마시기, 긍정적인 생각, 사랑, 배변, 숨쉬기 등등' 흰 바탕에 글자를 내지르는 만큼 세금을 매겨야 할 정도로 아까운 당연지사 한. ‘뭐 하는 몇 가지 법칙과 규칙’, ‘뭐가 무엇 하는 몇 가지 이유’ 다 똑같다. 이런 법칙, 규칙, 이유를 굳이 우리 삶에 끌고 오지 않아도 명심하고 지켜야 할 게 이미 넘친다. 심지어 나라에서 정한 수백 가지 법도 다 모른 채 못 지키고 사는 데 무슨 또 새로운 규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소위 '자기 계발서'라는 것들이 다 이런 식이다. 그렇게 좋은 거고 소중한 비밀이라면 혼자 알고 싶어야 하지 않나? 책으로 만들지 말고 오직 ‘자기’ 스스로만 계발하고 말면 큰일이 나는 걸까? 이름에 걸맞게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겨울에 눈 내리고 여름에 덥다는 글과 책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취업을 준비할 때부터 자기 계발서를 들여다보았으니 직접 눈으로 보아 온 것만 10년이 넘었다. 어째 지치지도 마르지도 않고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여전한 상황의 해석은 누군가 읽고 사서 본다는 말이다. 물론 나도 한때는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남에게 뒤질세라 나오는 족족, 과거의 유명한 책까지 열정적으로 섭렵하던 입장이라 아주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그럴듯한 세계를 처음 접하면 쉽게 혹 할 수 있으니. 위대한 비밀을 나만 몰랐구나, 이걸 몰라서 내가 힘들었다고 한탄과 감탄을 섞어가면서. 나중에 시간이 흘러 뻔하디뻔한 내용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제일 궁금한 건 만들어내는 이의 진짜 의도다. 정말 다른 사람이 모를까 봐 걱정돼서 쓰는 걸까. 공개하는 엄청난 비밀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걸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걸까. 진실로? '시간을 잘 지키고 열심히 살면서 몸과 마음을 관리하다 보면 훌륭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아니면 나도 모르니 별들에게 물어봐)' 허무맹랑한 내용이 쓸모가 있다고 여긴다니 참. 헛된 이야기가 주목받으려 눈속임하는 게 싫다.


심지어 돈이 되는 꼴은 더 보기 싫다. 공공연히 선한 의도를 가졌다면서 좋은 생각을 나누고 싶다며 널리 알리려는 본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말 남을 위해서 번드르르하게 표방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각오 정도는 보여야 믿겠다. 진짜 좋으면 혼자만 알아서 최고가 되든지, 남에게 꼭 알리고 싶은 착한 마음이라면 돈 받지 말고 풀어야 한다. 둘 다 아니라면 다 장사꾼처럼 보인다. 차라리 솔직하게 경제적 활동이라 밝히고 '내가 아는 경험과 정보를 돈 받고 팔고 싶다'라고 하는 게 천만 배 낫다. 아닌 척, 누군가 위한다며 뒤에서는 돈을 따지는 속셈이 불쾌하다. 내 것에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어쭙잖은 착한 탈을 쓰고 숨어서 검은 속내를 가리고 있는 게 못마땅하다.


자기 계발서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회자하는 인물을 떠올려보자. 앵무새같이 남의 이야기 반복하는 가짜 말고 진짜 말이다. 독보적이고 남다른 사람이 그런 책을 읽고 수많은 법칙이니 규칙을 깨달았을까?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직접 생각하고 경험하고 깨우쳤을 테다. 지금이야 이 책 저 책 이리저리 오려 붙여서 나온 책도 다 책이라고 나오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로 책을 만드는 사람은 다른 책을 베끼지 않는다. 혼자만의 고민과 내용으로 뚜벅뚜벅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우리 각자의 삶도 결국 그렇다.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기웃거리거나 남의 도움만을 바라는 건 스스로 살아가는 게 아니다. 우리가 교과서를 모르고 성경책을 몰라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걸까? 오히려 아는 수많은 것들 때문에 흔들리고, 긴가민가 갸웃거리는 통에 고통받는다. 중요한 건 남이 떠들어대는 허망한 건더기가 아니다. 자신이 내리는 결정과 이를 실현하는 움직임이다.


자기 계발서가  이상  나오길 바란다.  분야와 영역이 세상에서 소멸하는 순간을 꿈꾼다. 어설프고 거짓된 장사꾼은  망해버리면 좋겠다. 관련 책이 어디서도 찾지 않아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다. 남의 , 심지어 건너 듣고 주워들은 것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으면 한다. 몰라도 되고, 모르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모르는  없는  문제다. 이미 알고 있는 걸로 충분히 '자기 계발'   있다. 몰라서  하는 경우보단 아는  써먹지  하는 일이  많다. 핵심은 스스로 하는 생각, 몸소 체험하는 경험, 그리고 나아가는 행동이다.  외에 부차적인  모두 주석이다. 주석은 없어도 된다. 대세에 지장 없다.

이전 18화 조금만 하고 성공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