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an 28. 2022

조금만 하고 성공했어요

왜 우리는 짧은 기간에 열광하는가?

한 달 만에 합격!
1년 만에 성공!

믿을 수 없는 짧은 기간의 성과에 눈길이 쏠린다. 만만치 않은 일을 단기간에 해냈다고 하면 감탄한다. 매력적인 숫자에 마음이 꽂히면서 똑같이 순식간에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일부러 기사나 광고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비슷한 일은 주변에도 자주 벌어진다. "두 달 만에 영어 점수 나왔어요!", "하루 밖에 시험공부 못 했는데 다 맞았어!" 영어시험 커뮤니티 후기의 단골 멘트이며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런 말 하는 친구는 늘 있었다. 어쩐 일인지 보다 짧은 기간과 적은 노력이 우리를 빛내준다고 믿는 눈치다. 그렇게 해야만 훨씬 돋보이는 것처럼 숫자의 작음을 열심히 강조해서 알린다. 마치 오랜 시간 꾸준히 해오는 사람이 모자라고 미련하다 외치듯.


이런 식의 성공 신화나 거짓 자랑에  기울이지 않는다. 표면에 드러난 숫자가 진실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이루고  자의 뽐내기 수단이며 자기만족일 뿐이다. ' 이것밖에  했어!  대충 하고도 해냈어!' 그의 노력과 성공을 비하하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결과를 내기 위한 숫자에 가려진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이제는 안다. 도대체 어떻게 해낸 거지 하고 속을 들여다보고 나서 '에이, 이미 아주 오랫동안 애쓰고 힘겹게 해왔던 거네.'라며 실망한 적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고 포함되지 않은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숫자 밖에서부터 쌓아온 시간이 많았다. 숫자 안에서도 남모를 집중과 한계의 극복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비슷비슷한 우리도 짧은 시간에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치열했던 모습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지질함을 들어내면 없어 보여서  수도 있다. 또는 들어간 에너지를 줄여버리면   멋지게 보이기 때문도 있겠다.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온 다음 괜히 우쭐대며 별로 열심히  한 척했던 우리의 순간을 돌아보자. 자신 스스로 의도했든 아니면 상황을 부풀려 남에게 팔아 보려는 목적이 있었든지 간에.


아닐 수도 있다. 진실로 별다른 노력 없이 이루었을 수도 있다. 이때 등장해야 하는 건 '운'이라는 녀석이다. 누군가 운이 정말 좋아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땐 그냥 신기한 일을 만난 것처럼 놀라고 말면 된다. 운은 운이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 다시 운이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그 사람처럼 운이 좋을 일은 더더욱 없다. 쉽게 얻은 것에 심취해서 다음을 또 기대한다면 확률은 뻔하다. 운에 기대어 살아간다면 무너지는 속도는 이루었던 것보다 빨라진다. 세상은 냉정하고 매정하다. 운도 노력을 한 사람에게나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쏟아부은 상태가 전제여야 한다. 이번에 운이 좋아서 이룬 것을 실력과 능력인 양 믿고 편하게 다음을 준비한다면 운은 오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말도 안 되지만 문제와 답을 모두 알려주고 봤던 시험이 있었다. 20문제가 그대로 객관식 보기 순서만 바뀌어서 나왔다. 날로 먹는 시험이었기에 공부를 미루고 미루다 직전에 딱 한 번 보고 치르게 되었다. 결과는 만점이 아니었다. 그때 깨달았다. 쉬운 것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꼭 실수하는구나. 그 이후로는 아무리 작은 것도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놓치는 게 생길 거라는 강박이 생겼다. 우리에게 오는 '운'이라는 녀석도 이미 알려준 '시험문제'와 같다고 믿는다. 모두 다 가지고 있지만 받아먹기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애씀이 없다면 틈이 생긴다고.


모두가 '날로 먹기' 원한다.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길 간절히. 우연히  복권이 당첨되길 바라며,  모르고  투자가 대박이 나길 기원한다. 나만 빼고 잘만 단숨에 해내고 성공하는  같다. 내게  행운을 모두 에게 몰아주는 기분이다. 아쉽게도 세상엔 날로 먹는 법은 없다. 매체 속에 보이는 짧은 숫자는 허구다. 남다르게 투입된 무언가가  있다.  이상 부러워하지 않는다. 필요하고 이루고 싶은  있다면 나를 돌아본다. 이것을 위해 얼마의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운이 내게 찾아왔을  받아먹을 만한지. 스스로 납득할  없고 머쓱해진다면   한다. 해내었을  그만한 노력의 대가였구나 싶을 때까지


쉬운 , 편한 길을 택해서 좋은 경치를 구경한 적이 없다. 상식과 기본을 훌쩍 뛰어넘는 능력자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내겐 변하지 않을 고정값이다. 지겹고 하기 싫은 마음 없이 편안하게 이룬  아무것도 없었다.  충분한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인내가 있었다. 필요한 노력의 절대 총량을 믿는다. 그런  없이 그냥 되는  없다.

이전 17화 듣기 싫은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