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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15. 2021

지금의 나를 만든 곳

이사장 임기를 마쳤다

가끔씩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여전히 쉽지 않지만 알콩달콩 힘을 합쳐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생각지 못했다. 우리는 굴렁쇠를 졸업할 것이라고 믿었고 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굴렁쇠를 추억하는 아들이 아직도 짠할 때가 있다. 


오늘은 특히 그때의 내 감정이 그리웠다.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올렸던 후기 글을 다시 바라본다.


<2018년 이사장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초록입니다~

어젠 너무 흥분한 나머지 ^^; 그리고 소감을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치고 술을 많이 마셔버린 나머지, 나누고 싶은 생각과 말을 전하지 못해 이렇게 적어서 전해봅니다.

이렇게 제가 멘탈이 약한 줄 몰랐습니다. 60명 가까운 사람들의 사연, 이야기, 상황들을 들으면서 귀가 매우 얇은 저는 스스로도 마음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을 보니 역시 난 대통령은커녕 팀장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너무 '잘' 하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니 이사는 '잘'하려고 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잘'할 수 없는 아마추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 조합원들을 이해하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다른 곳에서처럼 너무 '잘'만 하려고 해서 함께 했던 이사진들과 조합원들께 무리를 하게 한 게 아닌지 후회도 남습니다.

덕분에 1년 동안 공동육아와 굴렁쇠를 알게 되었고 다른 아이들, 다른 가족들의 사정에 좀 더 신경 쓰고 귀를 기울이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이 4년이 어떻게 하면 빨리 지날까 생각을 했었는데, 18년 한 해를 지내고 나니, 벌써 절반이 지나서 2년밖에 안 남았다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신입 조합원분들이 자주 하시는 '어떻게 하면 공동육아에 빨리 적응할까요?'에 대한 대답은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사'하세요. 좋으니까 두 번 하세요! 농담입니다. 이사장으로 지내면서 여러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중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우리 모두 면접 신청서에 작성했던 ‘조합의 행사 참여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라는 질문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연히 모두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하고 여기 함께하고 계시지요. 일 년의 행사를 돌아보면서 저를 포함한 이사회 모두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모든 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행사는 저희가 함께 하는 모든 활동의 처음부터 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모이고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가끔은 술도 마시려고 하는 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부모가 공동육아로 들어오려면 그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그냥 맡기고 있지 않습니다. 함께 키우고 운영합니다. 제게 그런 고민을 조금 쉽게 풀어주었던 하반기 조합원 교육 때 강사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못 올 정도로 급한일이 있어서라고 믿는다. 요즘은 불참 시 벌금을 물린다는데 좀 아쉽다." 다행히 우리는 모든 행사에 벌금을 물리지 않습니다. (하하) 여러분들과 이 고민을 나누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우선순위를 좀 더 높이는 수밖에 없다.’라는 결론이 나오곤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알아서 미리 일정을 잡거나 겹칠 때는 가능한 한 우리 굴렁쇠 일정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혹시 못 오는 분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라고 믿어주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각자 알아서 잘하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 한마디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과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 많을 듯하여 제가 고민한 흐름과 결론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2018년 이사장 생활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조합원 분들께 감사합니다. 우리의 이 노력이 모두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남을 것을 확신합니다.

초록 드림.







20190115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찾아왔다. 2018년 초 상반기 총회에서 얼떨결에 '이사장'직을 맡게 되었고, 다시 2019년 초 상반기 총회까지 마무리하면서 임기를 마쳤다. 해마다 기억나는 일이 한두 개씩 있는데 작년 2018년은 단연코 '굴렁쇠 이사장 생활'이었다.


그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 위해 교사회와 임단협 최종 조율을 했고, 조합원 정기 간담회도 진행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20가구 등원을 이루었다! ㅜㅜ 총회 전날과 당일에도 여러 가지의 감정으로 매우 흥분했다. 정말 마지막 행사였던 총회도 새로운 이사진을 선출하면서 마무리되었다.


터전으로 돌아와서 진행된 뒤풀이에서는 그동안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탓에 술도 꽤 마시고 편안하게 행사에 참여했다. 다들 이렇게 웃는 모습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푸핫! 덕분에 준비했던 소감의 말도 술에 취해 어버버 하고는 아쉬움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음날 아침 글로 남겼다.


그렇게 2018년 이사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기분이 여러 가지로 좋았다. 이제 신구 이사 환영/환송회를 즐기고, 인수인계를 잘하고는 열심히 남은 굴렁쇠 생활을 해나가면 된다!




아들의 에피소드


아들의 놀이 활동이 많이 깊어졌고 다양해졌다. 그림도 표현력이 늘었고 노래와 율동도 복합적으로 보여주곤 한다. 최근에는 가끔 치던 뽀로로 건반을 치다가 갑자기 예전에 사둔 진짜 우쿨렐레를 가져오더니 혼자서 연주하며 원 맨 밴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해 보내기 잔치 때 본인들을 가르치던 선생님 역할을 하며 나랑 파랑에게 '반짝반짝 작은 별'을 미니 벨 연주 연습을 시켰다. (ㅋㅋ) 그리고 또 어느 날은 ‘형님은 동생의 거울~ 아빠는 준영이의 거울~' 헉! 이젠 정말 내 몸가짐과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내 흥분과 화를 어찌할지 ㅠㅠ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2번째로 극장을 다녀왔다. 돌아와서 그 내용을 가지고 잠자기 전에 꽤 오랫동안 공연을 내게 보여주었다. 마치고 난 뒤 내게도 공연을 요청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다음날 출근할 때 '작은 하트, 중간 하트, 큰 하트'를 손가락, 손바닥, 팔로 그리며 인사를 해주었다. 역시 하는 만큼 돌아온다. 하하. 냉정한 현실.



파랑과 나의 변화


파랑이 서울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집과 굴렁쇠 근처로 출근해서 많은 부분을 파랑이 커버해 주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당분간은 집 근처로 출근하게 되어 등하원을 담당할 수 있었다. 며칠 안 했지만 참 쉽지 않았다. (파랑 고생 많았네 ㅠㅠ)


파랑의 건강 상의 이유로 병원을 다니던 중, 긴급하게 수술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잘 마무리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또 아들의 학교 생활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고민해두었던 우리 가족의 다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시간에 대해 나의 친구, 동반자 파랑에게 항상 감사해하고 있다. (알고 있을랑가?)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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