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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20. 2021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밤

어느새 커버린 아이

파랑과 오랜만에 극장을 다녀왔다. 둘만의 시간은 편안하고 조용했다. 꽤 늦은 시간 어색한 밤 운전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불 꺼진 집안으로 들어서니 고요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온몸으로 웃고 떠드는 아들이 그날은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이곳에 와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언제나 아들과 함께 잠에 들었다. 분명히 나 말고 신경 쓸 일이 없는 시간은 좋았다. 하지만 그 평온한 기분은 허전함까지 달래주진 못했다.


아들은 그날 다른 집에 놀러 갔다. 그냥 반나절 다녀오는 것이 아닌 하룻밤을 자고 오는 큰 일을 하러 갔다. '슬립오버(Sleepover)'라고 부르는 노는 약속이다. 친구네 집에서 신나게 놀고 자고 오는 환상적인 시간이다. 우리 집에 아들 친구가 온 적은 있었으나 아들이 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음날 아침 데리러 가서 만난 아들은 아직 흥분이 남아있었다. 엄청 재밌었다고 했다. 아쉽지만 엄마 아빠 생각은 나지 않았다고.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못 자던 아들이 맞나 싶었다. 어느새 자라 있는 아들은 뒤에 태우고 오는 길이 새삼 낯설었다.


이렇게 다 자라 버린 아들 덕분인지 고집스럽게 부딪히는 순간들이 있다. 산수 문제를 풀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주면 그 시간을 답답해한다. 바로 알려주길 바라지만 내가 풀면 남을 게 없어서 최소한의 힌트만 주고 충분한 시간을 주고 맡긴다. 끙끙대는 시간이 지나고 얼굴이 밝아지는 순간은 아들의 민망함과 내 고단함을 순식간에 걷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 아는 대로 분명히 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속이 터지는 모양이다. 나는 나대로 분명히 할 수 있는 거라서 조금만 더 들여다 보길 바라며 그 상황을 참는다.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우리는 어긋난다. 조금만 더 집중해주고 물어보시는 말씀에 대답하고 지내는 이야기를 직접 해주길 바라지만 쉽지 않다. 통화가 끝나고 나면 나도 속상하고 아들도 지쳐있다. 그때 내게 드는 의문과 서운함은 이거다. ‘아들이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데 왜 이럴까?' 그렇게 토라져 자리를 피한 내게 아들이 와서 쭈뼛거리며 말한다. 무엇 때문에 내가 마음 상한지 알고 자기도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다고. 어린아이가 건넨 이 사과를 또 그대로 받지도 못한다. 여러 번 계속되어 지쳤기에 다음에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약속해달라는 말을 추가로 던진다. 애매하게 마무리된 하루는 아들에게도 나에게도 깔끔 치 못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자고 일어난 지금은 또 아쉬움을 반복한다. 그래도 아이인데 내가 더 넓게 받아주었어야 했는데, 사과를 먼저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건데 하면서. 내가 더 자라야 하는 건지 아들이 더 자라야 하는 건지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밖에 나가서도 자는 아들을 보면 분명히 자란 게 맞으니 남은 문제는 하나 인 듯하다.


슬립오버 직전 설레는 아들 / 역사 마니아




아들의 교우 생활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순서, 내년에 같은 반 되고 싶은 친구 5명을 적어냈다. 이 중 최소 1명은 내년에 같은 반이 되어 아들의 학교생활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더불어 이때 아들의 친구 관계를 확실히 알 수 있기도 하다. 아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친구들이 붙여준 귀여운 호칭을 알게 되었다. 아들 영어 이름은 'Joon(준)'인데 'Jooney(주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주니 주니 하며 인사하는 친구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남자아이들 답게 노는 시간에 축구를 종종 하다고 한다. 아들은 주로 골키퍼를 맡는다고 했다. 이유는 누군가 해야 하는 데 아무도 안 해서 자기가 한다고. 내 학창 시절에도 그렇게 맡아주는 마음 넓은 친구 덕분에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의 이해심과 푸근함이 아들에게도 풍기는 듯했다.


열정 넘치는 축구 수업




요즘 아들은 밥도 좀 잘 먹는데 그만큼 간식도 더 많이 찾고 있다. 워낙 말라서 무엇이든 잘 먹으면 좋겠거니 하며 내버려 둔다. 한 번은 초콜릿 큰 거를 번쩍 들고는 '반만 먹을 거야~'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미 반을 먹어버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또 손이 갔나 보다. 혼자 하는 말이 '아~ 손이 막 들어가네~' 하하. 그냥 다 먹으라고 했다. 아침엔 이미 빠져나온 나를 빼고 파랑과 아들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아들이 주로 먼저 깨는데 그러면 엄마에게 물어보고 나온다. '나 먼저 나가도 돼?' 혹시 너무 새벽이면 좀 더 자라고 하기 위함이다. 적당한 시간이면 파랑이 '응, 나가도 돼.'라고 하고 아들은 나와서 내게 와서 논다. 어느 아침엔 아들이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가도 돼?', '자도 돼?', '나가도 돼?', '자도 돼?'라고 뭐라고 물어봐도 '응'이라고 대답하는 엄마에게... '나 그럼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다행히 잠이 깨있던 파랑이 '아니!' 계속 '응'이라고 하는지 보고 싶었다는 아들의 해명이다. 아마 응이라고 했으면 일어나자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행복한 하루가 되었을 테다. 점점 보통 녀석이 아님을 알아간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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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한 내 책 / 축하 꽃다발


가까운 이웃께서 나보다 먼저 받아보신 내 책을 보여주셨다. 처음으로 서명과 감사 인사말을 써서 드렸다. 함께 건네주신 꽃다발. 뭔가 실감이 확 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이 그렇게 좋다니 다들 한 번 사 보시면 어떨까 한다. 여기로 가면 화제의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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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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