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빠들의 끈끈하고 비밀스러운 연대
수많은 워킹맘이 있지만 워킹맘의 남편은 워킹대드가 아니다.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엄마는 있지만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는 없다. 이쯤 되면 정말 혼란스럽다. 차라리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쪽은 일만 하고 다른 쪽은 육아만 한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 엄마는 둘 다 할 수 있고 아빠는 둘 다 할 수 없는 것인가? 아빠는 능력이 부족한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서인가? 워킹대드의 부재는 육아의 세계에서 아빠들의 지속적인 부재를 의미한다. 회사에서 워킹맘을 만나면 육아에 대해서 묻지만 일하는 워킹대드에게는 묻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남자 직원은 육아와 관련이 없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언제까지 아내에게 모든 것을 짊어지게 할 셈인가? 이젠 좀 민망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다른 쪽에서는 일과 육아 두 가지를 해낸다는데 그저 일 하나만으로도 허덕이는 게 창피하지 않은가? 왜 두 가지를 함께할 생각도 시도도 하지 않는가. 일만 하는 아빠였던 난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만 하는 게 편해서 그렇다. 모든 육아에 대한 것을 아내에게 미뤄두면 삶이 너무 편해진다. 자식과 아내의 불편함은 모른척하더라도 내가 불편해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편안함에 중독된 일하는 아빠들의 연대는 아주 오랫동안 이 사회를 제압해 왔다. 워킹데드의 생존자들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비밀스러우며 단단한 그 연대 말이다. 심지어 이 연대는 워킹맘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를 더해오기도 했다. ‘육아에 충실하지 않고 엄마의 욕심으로 일까지 하는 여성’이라고 몰아세우며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써왔다. 편안한 자신들의 역할을 공고히 지키기 위해서 육아는 엄마에게만 붙여두는 데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이제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다. 아빠도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생겨나고,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도 하나둘씩 시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나처럼 육아휴직을 내는 아빠들도 실제로 생겨 나고 있다.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사회 분위기도 제도도 그렇지만 가장 부족한 것은 아빠들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모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 늘 그래 왔듯이 누군가 먼저 행동해야만 다른 이들이 따라올 수 있다. 분명히 ‘함께하는 육아’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일하는 아빠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 누군가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변화는 시작된다. 다른 사람이 해주길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 한걸음을 먼저 내디뎌 보면 어떨까? 내 발자국이 뒤를 따라오는 이들에게 선명한 이정표가 된다는 것.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언젠가 일하는 아빠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오고 가지 않을까? “넌 언제 육아휴직 쓸 거야?” 앞으로 일하는 아빠들의 연대는 음지에서 이렇게 밝은 곳으로 나와 긍정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워킹대드와 워킹맘은 절대적으로 상호의존적이다. 워킹대드가 없으면 워킹맘도 점점 사라진다. 두 가지를 혼자 병행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결국 육아를 선택하고 일터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육아를 함께하는 워킹대드의 존재만큼, 딱 그만큼만 워킹맘이 존재할 수 있다. 일하는 아빠들이 “난 워킹대드야.”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날이 와야 한다. 아니면 우린 앞으로도 계속 원하지 않는 좀비 드라마를 검색 결과에서 보게 될 것이다.
*워킹맘의 반대말은? (책에서 만나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제가 스스로 생일을 입에 담은 것은 키가 1미터를 넘고 나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축하가 넘쳐 선물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사주세요. 저한테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읽어주시고 마음에 남는 게 있다면 주변에 전해주세요. 그럼 정말 따뜻한 생일날이겠습니다. 하하.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홍대 독립서점 <북티크>에 비치된 모습입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네이버 <베스트셀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언제 사라질지 몰라 남깁니다. 모두 주신 사랑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선택받은 만큼 믿고 보셔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깜빡하셨다면 구매를, 더 사고 싶다면 구매를, 선물하고 싶다면 구매를 추천드립니다. (아직도 깜빡하셨다며 뒤늦게 구매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한동안 알려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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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