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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4. 2021

어색한 그때의 추억들

몰려오는 짠함

늘 그렇다. 스스로 남긴 지난 공동육아일기를 정독하고 혼자서 흐뭇해한다.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긴 역부족이다. 불과 재작년 이야기인데도 닿기 어려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직접 보면 달라질까 싶어서 그날의 사진을 보아도 한참 멀다. 추운 날의 두툼한 옷을 입은 우리라니. 짧아지는 옷차림의 이곳에선 그 어색함이 더욱 높아진다.


아들에겐 한국에서의 삶이 전부 굴렁쇠다. 이런 아들이 요즘도 가끔 굴렁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당연하다. 가끔 나와 파랑이 늦은 저녁 한도 끝도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늘어놓듯이. 아들과 같이 나눌 지난 추억이 있어서 좋다. 지나간 과거답게 가끔 짠함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럴 때 방법은 하나다. 오늘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남기는 거다. 함께하는 일요일, 신나게 꼭 붙어서 놀아보자!







20190207


사람이 원래 쉬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 회사를 나가기 싫어 쉬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번 쉬는 구정 연휴인데도 막상 다가오면   생각에 기대가 아진. 훌쩍 지나고 나니 아들과  진하게 놀면서 지낸 시간이 .




설날 전야


아들이 설날을 앞두고 굴렁쇠에서 만두를 빚어 왔다. 작년에도 먹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 모양과 맛이 보다 나아졌다. 역시 형님이다. 아들이 정해준 대로 나 2개, 파랑 2개, 아들 1개씩 맛나게 먹었다. 아들을 데리러 터전에 갔는데 새롭게 뽑힌 이사 분들이 모여계신 것을 보았다. 오늘이 이사회라고 했다. 나 없이 진행되는 이사회가 어색했다. 다음 분들이 잘할 것을 믿으며 지금의 내 일인 하원에 집중하며 터전을 떠났다. 연휴 바로 하루 전날 오래된 보일러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아침부터 지하실에 있는 보일러로 연결되는 배관이 터진 것이다. 주변에 사는 아마들과 이사장께서 출동해서 응급처치를 하고는 점검을 받았고 다행히 그날 바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바로 아빠들이 긴급 소집되어 퇴근하는 대로 모였다. 지하실의 오래된 짐들을 모두 꺼내 올려서 말리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하면서 자정이 가깝도록 정리했다.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복구되었고, 연휴 마치고도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는 따뜻한 터전에서 아이들이 지낼 수 있었다. 대단하다 우리 아빠들!




아들의 말말말


<결혼식에서> '우리는 왜 밥만 먹고 가?' 쉿~ 여기서도 결혼식 볼 수 있는 거야!


<아침 출근 전> '엄마 아빠 둘 다 일찍 가면 나는 누가 돌봐줘?' 둘 중 한 명은 있을 거니까 걱정 마!




굴렁쇠가 남긴 인연


우연히 작년 초에 탈퇴한 같은 방이었던 가족을 만났다. 서로 놀랐지만 그래도 지낸 정이 있는 지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쪽 아이는 엄마 아빠의 바람처럼 이제 많이 얌전해 보였다. 아들은 그 친구와 그렇게 잘 놀았었는데 이미 많이 어색해져서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누었다. 그 친구가 나간 빈자리를 동생들로 충원을 했기 때문에 아들이 있는 방은 그대로 4명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 잘 안 뽑히나 봐요~ 그대로 인 것을 보면...'라고 반응하자 굳이 이러니 저러니 설명을 붙이기 뭐해서 '남은 친구들끼리 정말 잘 놀아서 낄 수가 없을 거예요~'라고 둘러 댔던 것 같다.


누구는 공동육아를 이어가고, 누구는 떠나는 것이 결국 종이 한 장 정도의 의지 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한 장이 시간이 지나고 편한 생활을 하다 보면 두꺼운 사전 두께가 되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연인처럼 함께 했었지만 돌아서고 나면 그 추억이 어떤 감정으로 만들어졌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처럼 그 만남이 어색했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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