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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Feb 12. 2022

인생은 계속되는 여행이라는 깨달음

42일간의 호주 살기가 남긴 것들

벌써 2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다. 아내 파랑과 나의 고된 회사생활 10년을 기념하듯 장기 휴가를 내고 호주에서의 42일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먼 곳에서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결정했다. 지금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


호주로 떠나는 여행이 마지막일 거라고 여기던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계속되는 여행이라고. 그러고 나니 떠나기가 쉬웠다. ‘이거 먼저 되고 나서, 나중에 이거 하고 나면’ 같은 무조건 미루는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다. 하고 싶고 좋으면 지금 당장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러냐고 묻는 이도 많다. 일단 하면 방법은 다 따라오게 되어있다. 안 해보면 방법은 영원히 안 따라올 것이고.








20190520


다녀왔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벌써 다녀온 기분이다. 앞으로 이렇게 길게 젊을 때의 우리와 어릴 때의 아들이 같이 여행을 갈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가기 전 가족들과 주변에 인사를 하고 떠난 게 아직도 기억이 선하건만 어색하게도 벌써 복귀 인사를 하고 있다. 꽤 긴 시간이었기에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즐겼다. 나로서는 대학시절 첫 해외여행을 갔던 곳에 다시 다녀왔고, 파랑은 평생의 소원인 남반구의 따뜻한 나라를 처음 여행했고, 아들은 엄마 아빠와 가장 긴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다. 수없이 많은 기억 중 바로 떠오르는 점을 남겨 둔다.


1. 최고의 날씨

한여름이 아닌 늦여름~초가을에 갔더니 날씨가 딱 좋았다. 25도 내외로 따뜻한 날씨가 놀기에 최적이었다. 한낮에는 바다와 수영장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덕분에 까맣게 타서 왔다.


2. 대자연의 풍요

어디에서나 녹지와 커다란 나무들을 접할 수 있었고 야생동물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주 보이던 곳곳의 공원들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덕분에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매일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3. 여유로움을 만드는 복지의 힘

다른 가족들을 보면 최소한 3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4명, 5명, 6명도 많이 목격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호주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많은 실질적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이 호주의 미래임을 알고 집중적으로 복지를 강화한다고 한다. 특이했던 건 어르신들이 여러 일터와 여행지에서도 보였다. 노인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연금이 높아서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내가 접한 단편적인 현실이겠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복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 운동이 일상

언제 어디서나 달리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타는 사람도 참 많았다. 바다에 가면 서핑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 실제로 출퇴근 하기 전후에 서핑을 즐긴다고 한다. 자연에 가까이 접해있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들의 식습관을 보면 많이 운동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기름지고 짭짤한 감자튀김이 우리의 공깃밥처럼 어딜 가도 기본이니) 전반적으로 살아 숨 쉬는 활동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아들의 여행 중 명언



'여행은 내 스타일이야~' (내가 자주 이건 엄마 스타일이야~ 이건 아빠 스타일이야~라고 했더니 이걸 차용했다. 어려서부터 많이 다닌 여행이 체질에 맞나 보다.)


'호주는 바다가 크고 좋아서 좋아~' (어느 날 호주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가 아들은 바다가 좋다고 했다.)


'나는 손이 저절로 그림을 그려~' (여행 중에 보고 느낀 것들을 자주 그림으로 그리곤 했는데, 그림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약간 자랑같이 이런 말을 했다.)


'(감정) 조절이 안돼 ㅡㅜ, 그래서 막 소리가 나고 때리게 되네 ㅠㅠ' (감정이 격해지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변 사람을 치게 돼서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여행이 얼마 안 남아서 아쉽다는 엄마 아빠의 말을 듣고 건넨 말. 뭐지 이 만화 주인공 같은 말투는.)


'여행이 끝나서 아쉬워 ㅜ' (정작 가는 날이 코 앞에 오자 아들도 역시나.)


'나 사실 한국 집 가고 싶었어! 내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어서~'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뜬금 고백.)


아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엄청 성장했다. 몸과 마음 모두.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표현한 그림까지도. 새로운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게 맞나 보다.






어른인 나도 나름 특별하게 느꼈던 감정이 몇 개 있었다. 우선 엄청 무서운 롤러코스터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혼자 탔는데 젊을 때(총각 & 아들 없던 신혼)와는 다르게 문득 안전장치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게 고장이면 어쩌지? 나는 그렇다 치고 파랑이랑 아들은 어떻게 되지?' 아빠가 되니 걱정이 많아졌다. 다시는 이렇게 무서운 건 무서운 걱정 때문에 못 탈 것 같다.


그리고 영어, 휴...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 속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은 늘 존재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유머를 모두 알아듣지 못할 때나 라디오, TV를 100% 즐기지 못할 때 등. 만약 여기에서 산다면 불편할 것들이 훤히 보였다. 결국 다시 영어 공부를 해야 되나 싶었다.


그때 했던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다시 돌아볼 여유 없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래도 분명히 파랑과 함께 느끼고 대화한 시간은 귀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생의 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 남았다. 단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귀중한 의문을 품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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