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Mar 09. 2022

담보 잡히지 않을 찬란한 지금

터전의 일상으로 복귀

‘터전’에서 지내던 나날이 이제 몇 년 전이 돼버린 것에 새삼 놀랐다. 매일 형님이 돼가는 아들을 보며 매일 늙어가는 우리를 깨닫고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좀 더 행복하자며 택한 이 순간. 모든 것엔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어쩐지 지금은 일장이 매우 길다고 느낀다.


새로운 이곳에 와 보길 잘했다. 우리가 서로를 더 자주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이 거리가 좋다. 무엇보다도 잘 자라고 있는 아들에게 고맙다.






20190530


터전으로 아들을 등하원을 시키고, 터전에서 아들은 하루를 보낸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굴렁쇠와 함께 지내보니 새삼 '터전'이라고 부르는 게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귀 인사를 나누며 서로 묻는 안부로 느껴지는 소속감. 한 달 반 만에 돌아온 아들이 다시 등원하던 날 문 앞까지 모여들어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정말 '집'이었다. 돌아올 곳과 반가워할 이가 있다는 것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르는 의무가 있다. 터전 생활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청소다. 긴 기간 자리를 비웠고 없는 동안 청소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그리고 자주 투입되었다. 거의 2~3주 간격으로 청소 당번이 되었다. (원래는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한번) 쉬었으니 열심히 해야지!


지난 주말 청소를 마치고는 함께 청소한 가구가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레이싱 쇼 초대권을 주셔서 같이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렇게 다녀오면 그 가구와 우리와의 한 가지 추억이 생긴다. 이번 주에 터전에서 만났을 때, 해당 가구의 동생이 주말에 같이 다녀왔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굴렁쇠 밖에서도 이어진 가족 행사들로 바빴다. 장인어른 생신, 파랑 생일, 쌍둥이 조카 돌잔치 까지. 5월 중순에 모두 몰려있어서 5월은 우리에게 정말 가정의 달이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집안 내부도 좀 손을 보았다. 샤워기 교체, 세면대 팝업 교체, 싱크대 수전 교체까지! 파랑은 처음부터 내심 나를 못 미더워했지만 결국 난 미션을 완료했다. 그럼, 나도 하면 할 수 있다고!


첫 버스, 첫 킥보드, 첫 투 블럭




아들은 멀고 긴 여행 덕분인지 좀 더 형님이 되었다. 창작 열정과 솜씨가 업그레이드되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 밤 펼쳐지는 인형극과 그림 이야기책 만들기, 직접 퍼즐 만들기 등 엄청난 작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커다란 다람쥐 그림 퍼즐은 정말 대단하다!


결국 화가가 되어 그림을 팔고 싶은 마음을 먹었다. 액자에 넣어서 팔겠다고 준비 중이다. 쌍둥이 돌잔치 때 돌아오는 길에서 화가 아저씨의 작품을 구매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불이 붙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때 할아버지가 구매한 그림을 정말 짧게 한번 보여주었는데, 일주일이 지난 어제 갑자기 그림으로 그려내었다. 이미 난 그 그림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사진을 찍어 확인해보니... 진짜로 매우 비슷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아니 그렇겠지만) 정말 대단하다!


아들 탄생 후 생긴 가장 커다란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식탁 위에서는 밥 잘 먹기 신경전이 끊이질 않는다. 식사 때마다 밥을 즐겁게 먹어주길 바라는 것뿐인데 쉽지 않다. 도통 관심이 없는 아들에게는 매번 큰 숙제처럼 아빠 엄마 눈치를 보며 힘들어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잘 안된다. 내가 어릴 적에 딱 그랬다고 한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공감하고 있다. (역시 닮은 자식을 길러봐야...)


2~3년 전 사진을 보면 아들을 보는 우리 표정에서 꿀이 줄줄 흐르는데 지금은 '요 녀석이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관리의 표정이 숨어 있다. 그럴 때마다 항상 깜박하는 아들의 나이와 철없는 우리의 나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대형 다람쥐 퍼즐 / 슬쩍 보고 그린 그림




오랜 기간의 휴식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너무 금세 일상으로 적응을 하니 아쉬움이 많다. 최근에 아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했다. '아들~ 넌 매일매일 형님이 되고 있어!(잘 크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 잠깐, 그러면 우린 매일매일 늙어가고 있는 거잖아? 맞았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은 우리의 젊은 날들인 것이다. 항상 지금이 즐겁고 행복하도록 살아야겠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을 담보로 잡히지 않겠다. 모두 적응을 하더라도 이 마음과 결심은 변하지 않기를.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간직될 파랑의 생일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계속되는 여행이라는 깨달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