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Apr 27. 2022

서울로 간 시골 쥐 체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뮤지컬 여행

여느 학기 마지막 날처럼 학교를 빠져나온 아이를 바로 차에 태웠다. 하루를 마치고 나온 아들의 '이제 여행을 떠나자!'라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멀지 않은 브리즈번까지는 아무  없이 도착했다. 도심으로 들어서며 지내는 시골과는 다르게 차가 많아지고 도로는 복잡해져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시골 쥐가 서울  만나러  느낌이 이랬을까? 걸어 다닐 요량으로 정한 시내 한복판의 숙소에 다가갈수록 점점 어지러. 쉽게 보여야  주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바퀴를 돌고 돌아 한참만에 입구를 찾았다. 사전 안내의 부실인지 준비의 허술인지 잠시 고민하다 내버려 뒀다. 찾아왔으면 된 거지 하고.


커다랗고 그럴듯한 안을 둘러보고 방으로 들어간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 포함되어 있는 식음료 바우처로  서비스를 시켰다. 가장 빠른 메뉴 '클럽 샌드위치' 허기진 배를 달래주기 충분한 맛과 양이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섰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미리 챙겨  두툼한 옷을 걸치고 커다란 다리를 건넜다. 도심의 야경이 낯설었다. 이번 여행이 성사된 이유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뮤지컬이 펼쳐지는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코로나 이후 처음 봤다. 한껏 멋을 내고 차려입은 사람들이 어색했다. 어느 좌석으로 끊을까라고 물었던 파랑에게 '무조건 제일 좋은 곳으로!'라고 했던  옳았다. 자리는 앞쪽의 충분히  보이는 곳이었다.


공연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오랜만의 문화생활에 졸린 것도 잊고 즐겁게 관람했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고 대사도 또박또박했기에 즐기는  무리는 없었다. 비록  막판에 정신을 잃고 졸았지만 아들은 끝까지  보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훌륭했다.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은 원래 일찍 잠드는 우리에겐 한밤중인 11시였다. 멀리서도 커다랗게 빛나는 숙소로 돌아와 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기절한 만큼 느지막이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양도 맛도 푸짐하게 호텔 조식을 먹었다. 다음 일정은 아들이 열심히 모은 용돈으로 하는 장난감 쇼핑. 항상  자리에 있던 커다란 장난감 가게가   간데없었다. 울상이  아들을 달래며 근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장난감 코너가  크게 있었다. 아들이 레고를 구경하는 동안 우리 부부 체스를 찾았다. 요즘 체스에 관심이 생긴 아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계산을 하고 나올   손엔 체스가 들려있었다. 일반적인 체스와는 조금 달랐다. 해리포터 20주년 기념 특별 레고 체스였다. 1편에 나오는 살아있는 체스판을 구현한 디테일이 굉장한 제품이었다. 체스가 필요했던 거니 가격이 조금 비싼 다른 버전을 샀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오랜만 기쁜 지름이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 메뉴는 '곱창전골'. 얼마만의 제대로  한식당이냐며 기대가 컸다. 함께 시킨 삼겹살 튀김도 나쁘지 않았다. 배가 불러버린 탓이겠지만  먹고 나서 느끼기엔  짰고 양이 너무 많았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수저를 내려놓고 나선 질려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주변을 정처 없이 걸었다. 필요한 산책이라고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집을 정해두고.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거리였는데 유흥가와 카페&음식점이 경계를 두고 늘어져있었다. 한국의 번화가 느낌을 받았다. 젤라토를 하나씩 입에 물고 주변을 구경했다. 결혼 전 친구를 축하하는 분홍빛 원피스를 입은 한 무리의 여자 친구들이 왁자지껄했다. 다음엔 이쪽에 숙소를 묶고 여기저기 먹으러 다녀도 좋겠다는데 파랑과 의견을 모으고 돌아섰다.






오후에는 아들이 기다리던 커다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쑥 자란 아들은 거침이 없었다. 지치지도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왔다.


그날의 나머지 기록은 딱히 없다. 늘 여행에서 생기는 아주 작디작은 말다툼으로 기억할 만한 게 없다. 아, 하나 있다. 식음료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 샴페인을 시켰는데 2시간이 다 돼서야 가져다줬다. 미안하다면서 공짜라고 했다. 어차피 집으로 가져가려고 했으니 괜찮은 딜이었다. 다음날 못쓰고 남은 식음료 바우처를 아침에 쓰려고 확인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걸로는 '알코올 음료'는 원래 사용할 수 없었다. 전날 제시간에 받았더라면 제 값을 톡톡히 치렀으리라. 이 얼마나 오묘한 우연의 행운이었는가!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 달랐다. 시작된 아이들 방학에 맞춰 휴양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선샤인 코스트로 몰려드는 차량이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차가 막혔다. 우리 지내는 곳이 그렇게 좋은 곳이구나 하면서 그들과 같이 바다와 햇살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